방학 특수.
예년에는 학생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있었던 수련회가
올해는 한 주간 미뤄져서 어제부터 시작됐다.
초등부 650명.
오는 날부터 마당에 만들어 둔 임시 풀장에서 물놀이를 하고
온 몸이 물에 흠뻑 젖어 있어도 마냥 신나고 즐거운 아이들이다.
수돗물의 미지근함이 아니라 지하수의 얼얼한 시원함이 아이들의 고함소리를 더 크게 만든다.
\"우와~~\"
\"으~~시원해~\"
\"아하하하하하...\"
\"이야~~.....\"
가지각색 다양한 고함소리와 함께 아이들은 물놀이에 한창이고
주방에서는 그 아이들의 물놀이가 마칠 때 쯤 나가야 하는 식사준비로
가마솥이며 50인분 가스밥솥이 있는 한껏 화력을 돋우고 있다.
도망갈 때도 없고 날마다 끼니마다 바뀌다시피하는 봉사자들이라
내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엉뚱한 모양의 일들이 벌어질 판이라
어디 시원한 나무가늘에라도 찾아들지 못한다.
우리 어릴적에 초등학교 일학년에 입학하던 날 가슴에 메달았던 콧수건처럼
내 가슴에는 땀수건이 메 달려있다.
일반 타월로 땀을 자주 닦으니 얼굴이 쓰라려서 아플지경이라
보드라운 가제면수건인데 꽃무늬가 현란한 길다란 걸 옷핀으로 메달아서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가 땀이 나면 닦고 또 넣어 다닌다.
수시로 얼굴이며 목에 흐르는 땀을 닦느라 그리한 폼인데 사람들이 웃는다.ㅎㅎㅎ
뭐 어때?
얼굴이 쓰리고 아픈거 보다는 백번 낫지럴..ㅋ.ㅋㅋ
헤어스타일은 헤드밴드로 머리카락 한올도 안 내려오게 무사같은 폼이지요~
민낯에 화장끼 하나 없는 누리끼리하고 시커므리짭짤 한 얼굴이며
퍼질대로 퍼진 펑퍼짐한 면바지에다가 헐러렁한 면소재 티셔츠 차림.
잠자는 시간 빼고는 늘상 내 몸인양 걸치고 다니는 앞치마 주머니에는
면장갑 한켤레와 고무장갑 한켤레 그리고 오뉴월 소부랄 같이 축 쳐진 휴대전화.
캬~~~
스타일 완전 직이준다 직이줘~
얼굴이 하도 까맣다보니 오는 봉사자들에게 최대한 환하게 웃어라도 줄라치면
꼭 아프리카 원주민 같이 치아만 유독 하~~얗다.ㅋㅋㅋㅋ
숨쉬기조차 버거운 복더위에 여기까지 와서 무급으로 봉사해 주는 봉사자들이라
늘 웃는 얼굴로 오고 가는 사람들한테 진심으로 고맙단 인사를 하는데 인사하는 내게
거짓말인 줄 너무나 잘 아는데도 더 건강하고 더 젊어졌다면 그저 기분이 좋아서 헬렐레...
(헬레네님이 아닙니다요~~ㅋㅋㅋ)
나보고 더 열심히 일 하란 채찍인줄 너무나 잘 알면서도....또 헬렐레.....
40대 중반도 아닌 것 같이 젊어뵙니다~(장모된지 벌써 2년이나 지났는데도요?)
얼굴에 주름 하나 안 보이네요~(스팀에 불어서 그래요)
몸매가 아직 20대 같아요(너무나 샛빨간 선이 굵은 거짓말)
성격이 어쩜 그리 시원시원하세요?(나중 감당은 혼자서 끙끙거린답니다.ㅋㅋㅋ)
덩치는 큰데 손발은 작고 귀엽네요(우리 엄마가 작더군요)
어머나~~귀걸이도 참 깜찍하네요(하도 남자라 그래서 인증샷쯤으로 보일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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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에 주책스럽게 주방에 걸린 거울앞에는 왜 또 가는지......
어디어디...
주름살이 없다고 그러셨나요?
에이~~~
요기요기 눈밑에 자글자글하구만요 뭘...
20대 몸매는 무슨...
구석구석 숨겨진 군살에 안쪽 팔뚝에 날개 좀 봐~
펄럭이잖아요~~봐 봐요~~
흐이구...
나는 안다.
그분들이 너무나 익숙한 내 모습에 사랑이 깊다는 걸.
그렇게 젊은 모습 그대로 내가 이 자리에서 그분들을 맞아 준 지도 벌써 17년째.
한해에 많게는 일고여덟번 적어도 대여섯번씩은 만나는 그분들과 나.
30대 초반 젊음이 다소 남아있던 새댁시절에 이 곳에 온 이후로
다른 직원들은 벌써 세번이나 바뀌었지만 우리 가족은 늘 이 자리에 있다.
그분들에게 우리가족은 언제라도 늘 이자리에만 오면 만나지는 그런 사람들이다.
큰딸이 초등학교 2학년 초에 이사를 왔고 그 딸이 결혼까지 했으니
참 많은 세월을 이 곳에서 살았나보다.
그분들 눈에나 마음에는 늘 젊은 새댁으로 남아있어야 하고...
나 스스로 축 쳐지는 모습에는 어색하고 익숙치는 않은데
그렇다고 언제나 청춘이지는 못할 터.
아직은 의도적으로 씩씩하게 탱글탱글 돌아다니며
젊음을 과하게 남용하며 다니는데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뻔한 거짓말인란 걸 잘 알면서도 기분이 확~좋아지는 푼수인 걸보니
아직은 한참 젊었나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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