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한인타운에는 ‘한남마트’와 ‘한아름 마트’ 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쌍벽을 이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한 관계로 주말이면 나란히
특정 상품을 지정해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판촉작전을 펼치며 파격 할인 행사를 한다.
1+1은 기본이고, 평소 5만원 가량 하는 쌀을 50% 할인 판매하기도 하고
평일에 3묶음에 1불(한화 1100원) 하던 것을 10묶음에 1불에 파는 등
고래 싸움에 새우가 배터지는(?) 덕을 보고 있어
알뜰 주부들은 주말에만 장을 본다.
하여
지난 주말은 ‘한국 참외’가 여섯 개 한 박스에 한화로 약 1만원에
판매 되고 있어 참외를 좋아하는 나도
앞 사람이 먼저 박스를 안고 가길 기다리며 서 있었다.
50대(?) 아줌마는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참외 세 박스를 열어 놓고
이것 저것 보는 것이 아무래도 손주 손녀까지 있어서
할인 할 때 넉넉하게 사려나보다…. 하고 기다렸다.
이 아줌마…
참외 한 개 한 개를 손가락으로 꼭꼭 눌러보고
들어 보고 뒤집어 보고… 꼭지 비틀어 보고…(아마 수분 상태를 보려는 듯)
역시 자식들 먹이려는 엄마의 애정으로 참 꼼꼼히도 고르신다 생각했다.
“아주머니… 좀 빨리가지고 사시면 안될까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손주… 손주들 먹이려고 그러시는데….. 하며 참고 또 참았다.
아줌마는 네 개째 박스를 또 새로 열어
드디어 한 박스를 낙찰 하셨던지 자기 앞으로 당겨 놓고
….
나머지 박스에서 제일 크고 좋은 것만 골라서
자기 앞의 박스에 조금 작은 참외를 꺼낸 다음 개수를 채우고 있다.
하아~~ㅅ
심호흡을 하며 참고 참았던 봇물이 왈칵 터졌다.
“아줌마!! 그러시면 안 돼죠!! 한 박스씩 순서대로 가지고 가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라고..”
힐끗~ 보던 아줌마.
“아니 썩은 거 골라낸 거에요.”
세상에 상식만 없는 줄 알았더니 양심도 없다.
“그러시면 고객센터에 가셔서 썩은 거 바꿔달라고 하셔야죠. 박스 몇 개를 열어서 생물을 손가락으로 다 누르면 체온 때문에 그 부분이 먼저 썩기도 하고 큰 것만 골라가면, 순서대로 박스 가지고 가는 사람들은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끝까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아줌마.
양심은 복더위에 상 할까 냉동실에 넣어두고 왔던 듯 하다.
‘하!!!! 콜라! 너 왜 또 남의 일에 참견하고 난리야! 제발! 하지 마!”
옆에서 우리의 실랑이를 보던 남편, 눈을 부릅뜨고 얼굴 근육 실룩이며
온갖 표정과 눈짓과 바디랭귀지로 마누라 제지하며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다.
“거 봐요~ 아저씨도 다 그런다고 하시잖아요.”
참 기가막혀. 누가 자기 역성을 들었다고 ....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본격적으로 한 판 하려고
‘아!줌마!!’ 하는 순간 남편이 내 팔을 끌고 저쪽 생선코너 귀퉁이로 가더니
통 사정을 한다.
“뭉치야(사고뭉치 준말)!! 너 성질이 그러니까 병 나는 거야.
니 일 아니면 제발 신경 쓰지 마! 넌 나만 신경 써!!”
그래… 남편이 이렇게 싫어하니까 말아야지.. 입다물고 잠잠히 장을 보고
카운터 앞에 줄을 섰다. 정작 사려던 참외는 사지도 못한 채…
세일 때 사야 하는 참외 못 산 아쉬운 맘, 성질대로 찍 소리 못하게 퍼대지 못해
미처 덜 식은 화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던 아줌마를 향한 얄미운 맘….
복잡한 맘으로 카운터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놓고 간 참외 한 박스가 카운터 옆 반품 물건들 사이에 올려 져 있다.
얼른 참외박스를 끌어다 우리 카터에 올려 놓고
코 끝으로 쏘옥 들어오는 참외의 달디 단 향내를 맡으며
흐뭇한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헉!
박스 안에는 아이 머리통만한 참외 여섯 개가 가득 차있다.
그 여자, 새파란 어린 것(그 아줌마 보기에) 한테 잔소리 쉰소리 듣고
아마도 성질나서 카운터 앞에서 팽개친 듯 했다.
그 아줌마, 내 바로 앞 사람 앞에 줄을 서 있다.
그러게…
참외 그깟 것, 크면 얼마나 더 크다고
네 박스를 헐어 손가락으로 누르고 찍고 하냐고.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보아하니
그렇게 어려운 형편도 아닌 성 했는데 말이다.
아줌마! 제발 그러지 맙시다.
아, 그리고 덕분에 좋은 참외 잘 먹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