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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이러지 맙시다......


BY *콜라* 2010-07-23

밴쿠버 한인타운에는 한남마트한아름 마트

도로를 사이에 두고 쌍벽을 이루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한 관계로 주말이면 나란히

특정 상품을 지정해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판촉작전을 펼치며 파격 할인 행사를 한다.

 

1+1은 기본이고, 평소 5만원 가량 하는 쌀을 50% 할인 판매하기도 하고

평일에 3묶음에 1(한화 1100) 하던 것을 10묶음에 1불에 파는 등 

고래 싸움에 새우가 배터지는(?) 덕을 보고 있어

알뜰 주부들은 주말에만 장을 본다.

 

하여

지난 주말은 한국 참외가 여섯 개 한 박스에 한화로 약 1만원에

판매 되고 있어 참외를 좋아하는 나도 

앞 사람이 먼저 박스를 안고 가길 기다리며 서 있었다.

 

50(?) 아줌마는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참외 세 박스를 열어 놓고

이것 저것 보는 것이 아무래도 손주 손녀까지 있어서

할인 할 때 넉넉하게 사려나보다. 하고 기다렸다.

 

이 아줌마

참외 한 개 한 개를 손가락으로 꼭꼭 눌러보고

들어 보고 뒤집어 보고 꼭지 비틀어 보고(아마 수분 상태를 보려는 듯)

역시 자식들 먹이려는 엄마의 애정으로 참 꼼꼼히도 고르신다 생각했다.

 

아주머니 좀 빨리가지고 사시면 안될까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손주 손주들 먹이려고 그러시는데.. 하며 참고 또 참았다.

 

아줌마는 네 개째 박스를 또 새로 열어

드디어 한 박스를 낙찰 하셨던지 자기 앞으로 당겨 놓고

.

 

나머지 박스에서 제일 크고 좋은 것만 골라서

자기 앞의 박스에 조금 작은 참외를 꺼낸 다음 개수를 채우고 있다.

 

하아~~

심호흡을 하며 참고 참았던 봇물이 왈칵 터졌다.

 

아줌마!! 그러시면 안 돼죠!! 한 박스씩 순서대로 가지고 가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라고..

힐끗~ 보던 아줌마.

 

아니 썩은 거 골라낸 거에요.

세상에 상식만 없는 줄 알았더니 양심도 없다.

 

그러시면 고객센터에 가셔서 썩은 거 바꿔달라고 하셔야죠. 박스 몇 개를 열어서 생물을 손가락으로 다 누르면 체온 때문에 그 부분이 먼저 썩기도 하고 큰 것만 골라가면, 순서대로 박스 가지고 가는 사람들은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끝까지 부끄러운 줄 모르는 아줌마.

양심은 복더위에 상 할까 냉동실에 넣어두고 왔던 듯 하다.

 

!!!!  콜라! 너 왜 또 남의 일에 참견하고 난리야! 제발! 하지 마!

옆에서 우리의 실랑이를 보던 남편, 눈을 부릅뜨고 얼굴 근육 실룩이며

온갖 표정과 눈짓과 바디랭귀지로 마누라 제지하며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다.

 

거 봐요~ 아저씨도 다 그런다고 하시잖아요.

 

참 기가막혀. 누가 자기 역성을 들었다고 ....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본격적으로 한 판 하려고

!줌마!! 하는 순간 남편이 내 팔을 끌고 저쪽 생선코너 귀퉁이로 가더니

통 사정을 한다.

 

뭉치야(사고뭉치 준말)!! 너 성질이 그러니까 병 나는 거야.

니 일 아니면 제발 신경 쓰지 마! 넌 나만 신경 써!!

 

그래 남편이 이렇게 싫어하니까 말아야지..  입다물고 잠잠히 장을 보고

카운터 앞에 줄을 섰다. 정작 사려던 참외는 사지도 못한 채

 

세일 때 사야 하는 참외 못 산 아쉬운 맘, 성질대로 찍 소리 못하게 퍼대지 못해

미처 덜 식은 화기,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던 아줌마를 향한 얄미운 맘.

복잡한 맘으로 카운터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놓고 간 참외 한 박스가 카운터 옆 반품 물건들 사이에 올려 져 있다.

 

얼른 참외박스를 끌어다 우리 카터에 올려 놓고

코 끝으로 쏘옥 들어오는 참외의 달디 단 향내를 맡으며

흐뭇한 마음으로 박스를 열었다.

 

!

박스 안에는 아이 머리통만한 참외 여섯 개가 가득 차있다.

그 여자, 새파란 어린 것(그 아줌마 보기에) 한테 잔소리 쉰소리 듣고

아마도 성질나서 카운터 앞에서 팽개친 듯 했다.

 

그 아줌마, 내 바로 앞 사람 앞에 줄을 서 있다.

 

그러게

참외 그깟 것, 크면 얼마나 더 크다고 

네 박스를 헐어 손가락으로 누르고 찍고 하냐고.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를 보아하니

그렇게 어려운 형편도 아닌 성 했는데 말이다.

 

아줌마! 제발 그러지 맙시다.

, 그리고 덕분에 좋은 참외 잘 먹었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