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창업박람회 65세 이상 관람객 단독 입장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935

20년만의 모교방문


BY 판도라 2010-07-04

결국 아이의 비자 문제 때문에 개명된 이름을 사용안하려고 발버둥 치던 내가 졌다.

가족관계증명서에 아이가 내 자식이란것이 증명되야 비자가 나오기에...

내가 개명한 이름을 쓰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이제 남은 일은 내 모든 살아왔떤 흔적을 고치는 일이 남았다.

은행기록...

뭐 이런것들은 해당 은행을 찾아가면 되는데..

문제는 졸업한 학교의 기록들이었다.

결국...

내가 그리고 피하고 돌아가던길...

그길...

춘천가는 버스를 아침일찍 타고 내가 자란곳...

아픔이 시작된곳...

그 근원지로 갔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어언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몇번이나 춘천에 갔었을까???

 

서울서 한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고곳..

그런데.. 나는 20년의 세월이 걸려 왔다.

그것도 내 의지가 아니라 학적부를 정정해야하는 의무 때문에...

 

시외버스 터미널에 내렸는데..

도저히 모르겠다.

여기가 동서남북 어딘지..

전혀 방향감각이 없다.

 

춘천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야.. 우리 고등학교 가는 버스 뭐야? 어떻게 타야해..택시타면 돈 많이 나오니?\'

친구가 어이없는 웃음이 전화기 너머에서 건너오고 있었다.

\"너..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니가 살던 덴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니?\"

 

정말 이렇게 깨끗할수 있을까?

나도 신기하다..

결국 택시를 타고 가는 길에서도 이런곳이 있었는지.. 전혀 낫설다...

고등학교 앞이라고 내려 놓는데도 전혀 모르겠다..

이정표를 따라 들어선 건물은 내가 예전에 있던 그곳이 이미 아니었다.

비가 온 후 질척한 운동장만이 내 기억의 한자락을 깨우고 있었다.

비온뒤...

운동장을 뛰키는 체육선생님.. 무지도 흉봤는데...

귀신이 나온다는 그 푸세식 화장실 자리에는 새로운 교실이 지어져..

그 안에서 내 후배들이 수업을 받다..

창밖을 서성대는 이방인을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쳐다본다.

 

결국 토요일이라 원하는 일을 처리하지 못하고 서류만 주고 나왔지만..

뭐처럼 들린 모교가 내 추억을 끄집어 내고 있다.

학교 등교길에 열심히 언덕을 뛰어오르며 씩씩대던 기억..

눈 오는 겨울이면 걸어가기를 포기하고 눈썰매 타고 내려가다 벽에다 박았던 기억...

학교앞..

달랑 하나 있는 무허가 분식집에서 줄서서 먹던기억...

내 기억과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은 그 낡은 거리...

천천히 그렇게 내 추억과의 데이트를 하고 나니...

아주 귀한 사탕을 깊숙히 숨겨놓았다 꺼내 먹는 느낌이다.

다시 찾아오고 싶다.

내 아이와 손잡고..

엄마가 공부하고 꿈을 키우던 그 때 그시절로 같이 여행하고 싶다..

학교 안가는 토요일이었으면 같이 왔으면 좋았을텐데...

 

공지천에서 친구와 추억의 커피 한잔을 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입가에 자꾸 미소가 번지는 것은...

아마도 내 추억이 가져다주는 보너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