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밤에 누워서 뒹굴뒹굴대는데 좀 출출했다..
밤은 먹었는데..
뭔가 자꾸 꿉꿉하고..
쩝쩝..
입맛을 다시며..
\'햄버거 먹고싶다.. 너네 사러갔다올래?\'
아이에게 말했죠..
샤워하고 옷을 아주 시원하고 홈드레스 하나 딸랑 입고 있으니.. 나가기는 싫고..
그런데..
우리집 근처에 햄버거 집이 없어요.
신촌까지 가야하는데..
마을버스로 한 세정거장 나가야 하나...
\'햄버거 먹고 싶다. 쩝쩝\'
\'나 신촌 가는길 몰라.\'
아이의 대답..
그러구 그냥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죠..
어제..
교육이 5시에 끝나는데 벌써 4시 좀 넘어서는데..
엄마 언제와요..
보고 싶어요..
문자가 날아오더니..
5시 땡소리와 함께 전화벨이 울렸다.
\'아직 수업중.. 나중에 전화할게\'
책상 밑에서 조용히 말하고...
5시 10분쯤에 전화를 하니..
엄마 보고 싶어요 빨리오세요..
생전 안하던 애교에 뭔가 군침이넘어가는 소리가 섞여 나왔다..
교육장소에서 집까지 버스타고 걷고..
한눈 안팔고 곧장 가면 5시 50분에 도착이다..
문소리가 나자마자..쪼로록
강아지마냥 꽁꽁뛰며 나를 반기는데..
방안 한복판에..
상이 펼쳐져 있고.. 그위에는 김이 다 빠진 콜라 세잔..
봉지에 곱게 싸인 햄버거 세게가 놓여있었다.
신발 벗자마자 손도 못씻고 상에 끌려가서 농구공처럼 내 손에 던져진 햄버거를 받아들어야 했다.
이미 햄버거를 싼 종이는 차고 습습한 느낌으로 가득했고.. 콜라는 방울방울올라와야하는 기포가 안보였다.
\'엄마꺼.. 제일 비싼 햄버거로 샀다.\'
작은 아이가 상장을 내밀듯 자랑스럽게 촉촉히 젖은 햄버거를 내밀었다..
종이를 벗기자..
습기를 가득히 머금은 축축한 햄버거가 나왔다.
야채는 축 늘어졌고, 빵은 축축했다.
콜라는 검정색 설탕물맛이나고...
\'어 신촌갔다왔어?\'
\'어... 지하철 타고...\'
쩝...
지하철이면 합정에서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집앞에서 버스타면 바로 한번에 가는데...
울 딸...
아마...
서울와서 처음으로 혼자 길 나갔나 보다.
600월 마을버스면 될 것을.. 900원 지하철 타고..
시간도 5분이면 갈 거리를 20분 걸리고...
햄버거 사서 집에오다..종이봉투 밑사래가 터져서.. 안고 오느라 고생하고...
너무 일찍 사다 놓는 바람에...
햄버거는 축축쳐지고.. 콜라는 맹맹하고...
그래도...
햄버거 하나 꾸역꾸역 먹었다.
참...
맛난 햄버거였다...
인석들 둘이서 일주일 용돈 다써서..
이번주.. 쫄쫄이 굶고 다녀야 겠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