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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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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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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장만


BY 바늘 2010-06-29


 

 

살림 장만을 했다

십 년도 넘게 사용하던 전자렌지가 고장이 나서 낡은 제품 수리비 지출도 새삼

아깝다 싶어 고장난채로 몇 달을 방치하고 지냈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하고 집에 와 보니 금 나와라 뚝딱 요술을 부린듯

식탁위에 디자인도 색상도 세련된 최신형 전자렌지가 올려져 있었다

 

옛 어른들 말씀에 딸은 살림 밑천이라 하시더니

그말이 맞는지 딸 아이의 이쁜짓이었다

 

예쁜 딸!!!

 

대학 졸업 전 해운 선박회사에 취직이 되어 인턴 사원을 거쳐

졸업전 정식 직원 발령을 받고 사회 첫 발을 아주 순탄하게

시작했던 예쁜 딸

 

또래 직원들과 마음도 잘 통하는지 퇴근 후 모임도 많고 

집안의 어려움에  맘 고생도 솔찬이 많았던 딸이여서

엄마된 입장으로 사회 생활에 적응 잘해가는 딸 아이를 보노라면

내심 얼마나 흐믓하던지...

 

월급타면 적금도 알뜰하게 붓고

취직전인 친구들에게는 아깝지 않게 시샛말로 밥도 잘 쏘고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첫 번 월급부터 생활비에 보태라며 금일봉으로

살림에 실질적 도움을 주던 예쁜 딸

 

하지만 밝고 명랑하던 딸아이 얼굴에서 어느 순간부터 우울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불어 닥친 해운업계의 불황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는

급기야 급여까지 반으로 나눠 지급되고 직장에 정들은 동료들이

차츰 하나 둘 퇴사를 한다는 것이었다

 

동료들의 송별회를 하고 늦은 귀가를 하던 날

 

딸 아이는 내게 심각하게 의논 겸 통보 겸 

 

\"엄마 나 직장 그만 두려고 하는데 딱 3개월 정도 쉬면서 취업 준비하고

다시 취직 할거야~\"

 

나는 안다

 

딸 아이가  퇴사 결정을 하고 내게 속내를 들어내기 까지

여러 번 입안에서 맴맴거리다 내 놓은 말이라는 것을~

 

50을 넘어 선택의 여지없이 일하는 엄마를 곁에서 바라 보면서

대학 졸업을 한 학기 연장까지 하며 취업 준비를 하였지만

아직도  취업 전인 오빠를 답답한 마음으로 곁에서 지켜 보면서

결코 마음 편한 결정이 아니였으리라는 것을~

 

딸 아이는 나름대로 고심 끝에 퇴사를 하고 쉬는 날 없이 바로  다음날 부터

종로 토익학원에 등록을 하였다

 

아침에 나가 학원 수업을 듣고 학원생들과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귀가를 하면서

그렇게 한 달 정도 시간이 보냈다 

 

딸 아이가 직장을 그만두자 곧 바로  직장 의료보험 상실 통보가

집으로 전해지고 내 밑으로 20대 장년의 아들과 딸이 나란히

올려진 보험 카드가 새로 만들어져 왔다

 

딸 아이는 그랬다

 

\"엄마 이렇게 쉴때 엄마와 나 중국 상해로 여행 갈까?

 

비행기 표만 끊어서 내가 중국어 소통 가능하니까 가이드 할게~\"

 

그러나 딸도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냥 날만 잡다가 여행 계획은

그대로 무산되었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하니 왜 그때 계획을 밀고 나가지 않았나 후회 막급이다

 

서너달 정도 재 취업의 시간을 계획했던 딸

 

하지만 한 달이 조금 지나

 

딸 아이는 아주 멋진 홈런을 치면서 재 취업에 성공을 하였다

 

국내 최대라고 자부하는 D증권사에 이천명도 넘게 지원한 공채에

 

최종 합격하여 3주간 연수원 생활을 마치고 어제부터 정식출근을

하게 된 것이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어 전보다 더 좋은 직장으로 연봉도 많고

직원 복지도 탄탄한 곳으로 이직을 하게 된 것이다

 

재 취업 기념으로 연수 교육 무사하게 끝내고 집에 오던 날

예쁜 딸은 사진에 보이는 전자렌지를 사들고 집에 와 깜짝 살림 장만을...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뭉쿨합니다

 

정겨운 에세이방님들 제 기분 어떤지 여러분 아시죠?

 

 

 

 

PS--한동안 에세이방에 걸음이 뜸했네요 딸 아이도 그렇고 아들 녀석도

그렇고 청년 실업의 심각성에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었네요

전에 더 마음 쓰리고 아프던 날에도  술술 풀려 나오던 글이

왠지 답답하게 써지지 않더군요~ 그동안 모두 안녕들 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