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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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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 홧~~팅


BY 시냇물 2010-06-23

 

새벽 3:30에 맞춰 놓은 핸폰이 시끄럽게 울려댄다

오늘 열리는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를 본다고 남편이 부탁을 한 것이다

알람은 울렸지만 금방 잠이 깨지를 않아 꾹 누르고 그냥 자는데

옆에 있는 남편도 비몽사몽

\"리모컨 켜 봐!\"

 

TV를 켰는데 엥 벌써 스코어는 1:0으로 나이지리아가 골을 넣었다

나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큰소리로

\"어! 벌써 나이지리아가 한 골 넣었네!\"

남편도 잠이 확 깨는지 일어나 앉는다

 

먼저 한 골을 넣어서인지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재빠르고

우리 선수들은 자꾸 패스가 끊어지며 불안하게 만들어

조바심이 나서 편한 마음으로 볼 수가 없었다

 

우리가 볼을 뺏길 때마다 나는 그냥 있지 못하고 거실에서 방으로,

주방으로 왔다갔다하며 조바심 나는 마음을 달랬다

 

그러다 지난 번 그리스전때와 똑같은 양상이 펼쳐지더니

또 이정수 선수가 혼신을 다해 온몸으로 밀어 넣은 볼이 나이지리아의

골문을 갈랐다

 

선수들은 비로소 경기감각이 살아나 신나게, 차범근해설위원의 말처럼

지혜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으로 간사해서 우리가 지고 있을 땐

그리도 긴장되며 불안하더니 동점이 되니 자신감이 생기면서

왠지 우리가 2:1로 이길 것 같다는 예감이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동점 상황에서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 들어 3분경

드디어 축구천재 박주영선수의 프리킥이 절묘하게 또 나이지리아의

그물을 출렁이게 해 새벽에 일어나 경기를 지켜보는 우리를 기쁘게 했다

 

그때부턴 경기 주도권은 완전히 우리에게 넘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선수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후반전 중반을 넘어서며 진공청소기 김남일 선수가 교체되었는데

아나운서의 \"나이지리아를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듯 해 줄 것을 믿습니다!\"

는 말을 무색케 하듯 페널티라인에서의 파울로 그만 나이지리아에게

페널티킥을 내주고 말았다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2:2가 되니

이기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김남일 선수의 경기에

한숨이 절로 나오며 또 마음이 불안해져서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볼 수가 없었다

 

옥상으로 올라가 새벽공기를 마시며 불안한 마음을 달래는데

갑자기 집집마다에서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들리기에 쏜살같이

내려왔는데 우리가 골을 넣은 건 아니고

나이지리아의 공격으로 우리가 위기를 맞은 거였다

 

몇 번의 득점 찬스가 있었지만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지만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의 경기에서 2:0으로 아르헨티나가 이겨

우리는 자력으로 16강에 올라가게 되었다

 

산뜻하게 2:1로 이겨 원정 16강에 올랐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원정16강에 올라간 사실만으로도

새벽에 졸린 눈 비비며 일어나 응원한 보람이 있어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우리는 다시 못 이룬 잠을 채우러 꿈나라로 고고씽~~~

 

 

***월드컵 덕분에 늦잠을 자느라 아점을 먹으니 벌써 하루의 반이

훌쩍 지나갔다 아~~~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