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직원은 나보다 열살이나 연상이시다.
딸 셋을 둔 친정엄마기도 하시고.
두 딸은 시집을 갔고 막내 딸은 아직 미혼.
큰 딸은 아들 둘을 낳았고
둘째 딸은 아들 하나에 또 지금 만삭.
그런데 만삭된 둘째의 출산예정일이
우리 수련회랑 거의 같아서 직원이 난처하게 되었다.
일반 회사같으면 여름 휴가를 앞당긴다던지 일을 미뤄뒀다가
돌아와서 하면 되는데 우리집 일은 그렇지가 못하다.
여름방학 기간 중에 일시적으로 몰리는 학생들을 맞아서
단기간에 해 내야 하는 수련회라 그 시간 안에
개인적인 그 어떤 일도 해 낼 수가 없다.
누가 한 사람이 빠지면 충당할 직원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예비적으로 인력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라서
수련회 기간 동안에는 사적인 볼일은 아예 포기하는 편이다.
직원의 둘째 딸이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친정엄마의 손길을 기다린다는데
우리가 대신 해 줄 일의 성격도 아니고 그 직원이 없으면 청소라든지
정리정돈이 안되는 회관일이 있어서 참 곤란하다.
나는 주방일에 하루 온 종일 바깥세상도 모른 체 살아야 하고
남편은 오는 손님들 숙소배정이나 전화 그리고 전기 등 기타 대내외적인 업무를 봐야하는데
다른 직원이 없고 주방 보조는 그날 그날 들어오는 무급봉사자들로 충당하다보니
늘 일은 지천이고 하루씩 또는 한끼씩 바뀌는 무급 봉사자들과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 내지는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내 몫이다.
화나는 일이 있어도 혼자 삭혀야했고
지시전달의 문제로 엉뚱한 식재료가 나와도 기꺼이 반찬을 만들어야만 했다.
비영리단체다 보니 식대는 완전 실비고 식비와 부식대가 거의 같을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몸으로 경비를 줄이는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아이들 부식은 고급으로 하고 싶은 주방장 욕심에
내가 더 몸으로 뛰고 그만큼 아이들의 반찬을 더 해 주고픈게 사실이다.
시골이라 직원의 결석이 생기더라도 충당할 일꾼도 없다.
도시에서 인력시장에 사람을 구한다해도 오고가는 경비까지 다 줘야하니 오히려 마이너스.
에지간하면 정해진 날짜 이외에는 마음 놓고 쉬지도 못하는 직장이다.
그러니 딸의 출산 일에 맞춰서 휴가서를 내진 못한다.
직원의 마음도 무겁고 기다리는 딸의 마음도 안타깝다.
지켜만 봐야하는 나는 더 미안하고....
둘째 사위가 아직 공부하는 대학원생이라 딸이 간호사로 일해서 사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래서 산후조리원에서 마음 놓고 조리하지도 못한다며 친정엄마가 된 입장에서 애가 탄다.
그렇다고 직원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돈 들어 갈 곳이 많아서
딸의 산후조리원 경비를 넉넉하게 뒤 봐 줄 입장도 아니고.
시댁 어른들도 사정이 넉넉하진 못하다 그랬다.
딸한테는 친정엄마가 최고의 조리원인데 안타깝기만 하다.
이래도 저래도 못해 주는 직원이 힘들어 뵌다.
직원은 둘째 딸한테 못가겠다고 통보했단다.
수련회가 아니면 휴가를 받아 가면 좋으련만....
그나마 둘째 딸이 3개월의 출산휴가를 받는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고
친정엄마가 휴가서를 낸다고 해도 일주일 정도니 그 동안만이라도 누가 해 줬으면...
이번 일을 보고 난 적금을 부어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
딸이 우리 수련회랑 겹쳐서 출산일이 잡히면 난 도저히 빠져 나갈 수 있는 자리도 못되니
조리원 입원하는 경비를 반 정도 줄 수 있는 적금을 부어야겠다.
그 경비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라고 들었으니 지금부터 부어야지 원.
여긴 시골이라 그럴듯한 산부인과도 없거니와 소아과도 그렇다.
첫애기라 모든게 두렵고 어려울건데 병원이라도 안심되는 시설로 가야할 터.
도시에서 낳고 이곳으로 덜 바쁜철에 들어 온다 해도
소소한 일이 생기면 한시간씩이나 달려서 도시로 나가기도 그렇고
친정엄마인 내가 애들집으로 가기는 더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주방일을 하면서 꼬맹이를 앞치마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없고
거의 24시간 붙어서 봐 줘야하는 산모나 신생아를 밖에 일 보느라 동동거리는 친정엄마가 어찌.....
내가 세 아이를 낳을 때 첫애는 경주사시는 친정엄마가 내가 사는 포항산부인과로 오셔서 받아 주셨고
산후바라지까지 넉넉히 해 주시고 가셨기에 두려움이나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둘째는 병원에는 네째 올케가 타지방에 살아도 병원까지 왔었고
그 다음 산후바라지는 시어머님께서 해 주고 가셨다.
그리고 막내는 네째올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 줬고.
병원부터 우리 애들 셋을 데리고 한달 동안을 오빠집에서 같이 살았었다.
하나뿐인 시누이네 가족을 싫은소리 한마디 안하고 한달 동안 정성껏 보살펴 준
네째올케한테는 늘 빚진 마음이라 다른 올케들보다는 더 마음이 가고 물질도 가지만
조카들한테도 뭐 하나라도 더 해 주고싶고 용돈도 넉넉하게 주게 된다.
산후바라지가 어디 쉬운 일인가.......
큰 딸의 시어머님도 하시는 일이 있으시고 바빠서 돌 봐 줄 입장도 못되시니
나랑 반반씩 그 경비를 충당하자고 넌즈시~~~ 말을 비쳐봐???ㅋㅋㅋ
딸과 아들을 나눠 가진 안사돈끼리 조리원 경비도 딱~~반반씩 부담하기.
우리 막내가 대학을 들어가야 하니 등록금이랑 기타 등등....들어 갈 돈이 너무 많으니까
지금부터 슬..슬...붓기 시작해야겠다.
최고의 방법은 우리집이 가장 한가한 시기에 큰딸이 애기를 낳아주면 내가 저들 사는 창원으로 가서
일주일간 산모와 신생아를 실컷 사랑해 주고 보살펴 주고 그 다음부터는 잠깐씩 사람을 쓰더라도
몸을 추스리면 되는 일인데 인력으로 되는 일도 아니고.
기술적으로 계획된 출산을 하면 또 모를까.......
친정엄마가 가장 그립고 고마울 때가 첫애기 낳을 때라지 아마?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얘들은 임신을 하긴 한거야 만거야?
4월이나 5월에 임신을 하면 덜 바쁠 때니 내가 가서 해 주고 오면 좋겠는데.
밤마다 전화해서 5월이나 6월에만 같이 자라고 방해공작을 해야하나?
아직은 적금 부을 때가 아닌가?
유비무환~~!!!
미리미리 적은 금액의 적금이라도 부어야겠다.
둘째도 귀국하면 내년에는 복학을 할거고 으악~~~
로또라도 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