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인 어제, 캐나다의 수도를 빅토리아 섬으로 옮긴 ‘빅토리아 데이\'는
캐나다의 국정 공휴일이다.
휴일은 평일 임금의 2.5배를 지급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직원들을 모두 쉬게하고 문을 닫을까 고민하다가
꼭 필요한 인원만 나오게 해서 느즈막히 문을 열었더니
북경과 밴쿠버, 한국을 오가며 유학사업을 하는 유학원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야?”
“어디긴… .... 레스토랑이지. 왜?”
‘그럼 끊어 봐~’ 하더니 뚝 끊어버린다.
뭐 이딴 매너.... 투덜대는데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원로 목사님 모시고
원로목사님? 설교시간 4시간을 넘기는 목사님으로
그 긴 시간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고 은혜로운 설교로 더 유명한
밴쿠버에서 존경받는 분이다.
서울 남대문교회 조유택 목사님의 형님으로
70
세에 한국 열방대학에서 성경공부를 마치고 돌아 오신 지난 주나이를 믿기 어려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직선적이고 열정적인 설교에
은혜와 감동이 넘쳐나, 아멘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5남매 중 3형제가 목사, 두 여동생이 전도사로 한국 교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목사님은
고음 저음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찬송은 물론 교인들을 은혜 속으로 이끄는 능력은
감히 따라 갈 젊은 목회자가 없고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밴쿠버 기독교계의 전설로 통한다.
바쁘실텐데? 반신반의하는 내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며 정말로 오셨다.
한국과 시차도 있고 고령이니 쉬시라는 교인들의 지나친 배려가
거꾸로 심심하게 해서 오셨다나? ㅎㅎㅎㅎㅎ
식사와 수다로 다섯 시간을 노는 동안
목사님이 밴쿠버로 오시게 된 동기며, 한국 목회하시던 장석교회 이야기를 하셨다.
장석교회는 우리 형님이 다니시던 교회에 형님의 어머님이 그 교회 전도사님이다.
형님 이야기에서 춘천이야기로 이어지자
목사님은 10년전 밴쿠버에서 춘천 동부교회 부흥회를 갔다고 하셨다.
춘천 동부교회는 시댁 가족들이 시누님까지 집 저당 잡혀 성전을 건축했던 교회로
우리가 결혼한 교회다. 그러니 입에 거품 물기 시작했고
시댁이 황해도 순교자 집안이셨다는 것 등
“황해도가 고향인 ... 내가 춘천 그분 집에서 식사를 했어요….. “
가만히 듣고 계시던 목사님이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셨단다.
당장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집에서 식사를 했을 뿐 아니라
황해도가 고향인 목사님의 할머니와 증조 할머니가 자매셨다는.....
즉 아버님의 할머니와 자매라는 것.
ㅎㅎㅎ
반갑기도 하고 좋기도 하여, 앞으로 교회 궂은 일 죄다 내가 하겠노라고
교회 소식지 만들어 달라고 하신 목사님 전화에 밍기적 대던 것도 하겠노라고 ….
이것 저것 시키는대로 하겠노라 약속을 해버렸다.
근데 이게 남편의 심기를 건드린 것.
적극적이고 오지랖 떠는 마누라 치닥거리에 힘들고
사소한 결정도 허락 받지 않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건 알지만
부부동반 파티 가자는 것도 아니고 허락받을 사안인가.
나는 남편의 자격지심이라고 몰아 붙이고, 남편은 잘난 척이라고 치부하고….
그래서 어제 밤, 시작된 냉전....
이상하게 평소와 달리 아침에까지 화가 풀어지지 않는다.
마누라가 좀 잘난 척 좀 하면 또 어때…. 그게 뭐~ 뭐!
오늘 하루 종일, 딱 세 마디만 하고 지냈다.
물어도 모른 척, 생과일 주스 갈아 줘도 안 마시고,
밥 차려놓고 기다리는 것도 못 본 척, 학교 가면서 인사 떼먹고
내 차타고 다니기, 학교 끝난 후 전화 하지 않고 집에 오기.....
거실로 컴퓨터 끌고 나온 지금 현재까지 진행상황이다.
낮에 나도 모르게 ‘자기야’ 불렀다가 안 부른 척, 입술을 때려 줬다.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거부는 처음 있는 일...
나도 이렇게 말 안하고 살 수 있구나.... 새삼 놀라며 무지 대견해 죽겠다.
수다쟁이가 묵언수행하는 거 진짜 힘들다는 것 아실라나?
밤에 혼자 절대 못 자는 겁쟁이라 곧 저 방안으로 들어가긴 해야 하는데
와인 한 잔 마시고 들어가야 하나…. 갈등 속에서 냉전의 첫 밤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