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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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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거실과 안방서 대치 중!


BY *콜라* 2010-05-26

월요일인 어제, 캐나다의 수도를 빅토리아 섬으로 옮긴 빅토리아 데이\'는   

캐나다의 국정 공휴일이다.

휴일은 평일 임금의 2.5배를 지급해야 하는 이 나라에서

직원들을 모두 쉬게하고 문을 닫을까 고민하다가

꼭 필요한 인원만 나오게 해서 느즈막히 문을 열었더니 

북경과 밴쿠버, 한국을 오가며 유학사업을 하는 유학원 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어디야?

어디긴 .... 레스토랑이지. ?

그럼 끊어 봐~ 하더니 뚝 끊어버린다.

 

뭐 이딴 매너.... 투덜대는데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왔다.

 

원로 목사님 모시고 1시30까지 갈께

 

원로목사님 설교시간 4시간을 넘기는 목사님으로

그 긴 시간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고 은혜로운 설교로 더 유명한

밴쿠버에서 존경받는 분이다.

 

서울 남대문교회 조유택 목사님의 형님으로

70세에 한국 열방대학에서 성경공부를 마치고 돌아 오신 지난 주

나이를 믿기 어려운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직선적이고 열정적인 설교에

은혜와 감동이 넘쳐나, 아멘 아멘 소리가 절로 나오게 했다. 

 

5남매 중 3형제가 목사, 두 여동생이 전도사로 한국 교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목사님은

고음 저음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찬송은 물론 교인들을 은혜 속으로 이끄는 능력은

감히 따라 갈 젊은 목회자가 없고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밴쿠버 기독교계의 전설로 통한다. 

 

바쁘실텐데? 반신반의하는 내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며 정말로 오셨다.

한국과 시차도 있고 고령이니 쉬시라는 교인들의 지나친 배려가

거꾸로 심심하게 해서 오셨다나? ㅎㅎㅎㅎㅎ

 

식사와 수다로 다섯 시간을 노는 동안

목사님이 밴쿠버로 오시게 된 동기며한국 목회하시던 장석교회 이야기를 하셨다.

장석교회는 우리 형님이 다니시던 교회에 형님의 어머님이 그 교회 전도사님이다.

 

형님 이야기에서 춘천이야기로 이어지자

목사님은 10년전 밴쿠버에서 춘천 동부교회 부흥회를 갔다고 하셨다.

 

춘천 동부교회는 시댁 가족들이 시누님까지 집 저당 잡혀 성전을 건축했던 교회로  

우리가 결혼한 교회다. 그러니 입에 거품 물기 시작했고

시댁이 황해도 순교자 집안이셨다는 것 등 집안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황해도가 고향인 ... 내가 춘천 그분 집에서 식사를 했어요..

 

가만히 듣고 계시던 목사님이 우리 집에서 식사를 하셨단다. 

당장 한국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집에서 식사를 했을 뿐 아니라 

황해도가 고향인 목사님의 할머니와 증조 할머니가 자매셨다는.....

즉 아버님의 할머니와 자매라는 것. 

ㅎㅎㅎ

 

반갑기도 하고 좋기도 하여, 앞으로 교회 궂은 일 죄다 내가 하겠노라고 

교회 소식지 만들어 달라고 하신  목사님 전화에 밍기적 대던 것도 하겠노라고 .

이것 저것 시키는대로 하겠노라 약속을 해버렸다.  

 

근데 이게 남편의 심기를 건드린 것.

 

적극적이고 오지랖 떠는 마누라 치닥거리에 힘들고 

사소한 결정도 허락 받지 않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건 알지만

부부동반 파티 가자는 것도 아니고 허락받을 사안인가.

 

나는 남편의 자격지심이라고 몰아 붙이고, 남편은 잘난 척이라고 치부하고.

 

그래서 어제 밤, 시작된 냉전....

이상하게 평소와 달리 아침에까지 화가 풀어지지 않는다. 

마누라가 좀 잘난 척 좀 하면 또 어때그게 뭐~ !

 

오늘 하루 종일, 딱 세 마디만 하고 지냈다.

물어도 모른 척생과일 주스 갈아 줘도 안 마시고,

밥 차려놓고 기다리는 것도 못 본 척, 학교 가면서 인사 떼먹고

내 차타고 다니기, 학교 끝난 후 전화 하지 않고 집에 오기.....

거실로 컴퓨터 끌고 나온 지금 현재까지 진행상황이다. 

 

낮에 나도 모르게 자기야 불렀다가 안 부른 척, 입술을 때려 줬다.

 

이렇게 오랜 시간 대화거부는 처음 있는 일...

나도 이렇게 말 안하고 살 수 있구나.... 새삼 놀라며 무지 대견해 죽겠다.

수다쟁이가 묵언수행하는 거 진짜 힘들다는 것 아실라나?

 

밤에 혼자 절대 못 자는 겁쟁이라 곧 저 방안으로 들어가긴 해야 하는데

와인 한 잔 마시고 들어가야 하나. 갈등 속에서 냉전의 첫 밤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