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가득 싣고 오르막을 오르는 수레가 신호등을 기다리는 내눈에
들어왔다. 늙은 할머니는 수레 무게에 힘겨워 한발짝씩 옮기는데 수레가
도로 밀려 내려올것 같다. 신호등이 지루하다. 어서 신호가 끝나면
달려가서 밀어드리려고 초조히 기다리는데 젊은 새댁이 수레를 민다.
참 이쁘다. 둘이가 미는데도 힘이 들어보인다.
신호가 끝나서 함께 힘을 보탰다. 내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데
도저히 진전이 안된다. 가득 실었기에 밀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를 않고
할머니는 힘이드니 도로 턱으로 가지말고 찻길로 가면 차가 비켜가니
차 도로로 가자는 말만듣긴다. 전신의 힘을 다해 수레를 당겼다.
오르막을 근근이 올라 뒤를 보니 힘든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있었다.
다른 폐지수레도 몇번 밀은 경험이 있어 고물장수 집이 바로 부근에
있음을 아는 나는 내친김에 그집까지 가려고 힘껐당겼다.
보기보다 너무 무거워 숨이찼다. 평지서 뭐가 이렇게 무겁나 싶어
수레를 세웠다. 그 이쁘다고 여긴 젊은 새댁은 없고 할머니 혼자다.
새댁은요? 하니까 그 새댁은 도로변에 세워둔 자기차가 다칠까봐 밀다가
내가 오자 가버렸다고 한다. 그러니 할머니는 허리를 펴고
새댁은가고 나혼자 당겼으니 그렇게 짐이 무거웠음을 알았다.
평지에서는 그저 먹기다. 바로 고물집이였다. 땀이 흠뻑흘러 있는것을
보고 할머니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한다. 나이가 몇이냐고 묻는다.
66세라고 하니 할머니는 73세란다. 그 연세에 가만히 있어도 아플나인데
이런 힘든일까지 하셔야함이 서글펐다. 그리고 이쁘게 봤던 그 새댁이 은근히
괘씸했다. 몇발짝만 더 밀어도 내가 그토록 힘이들진 않았을건데 어쨌던
힘든 사람을 도왔다는 맘에 기분이 좋았다.
은행 볼일을보고 나오니 셈을 끝내고 빈수레를 끌고 밝은 웃음을 짓는 할머니를 또 만났다.
또 고마웠다는 인사다. 신호등에서 헤어지고 한아파트에 사는 이웃에게 저 할머니
폐지를 끌어줬다고 하니 뭣하러 끌어줬느냐는 핀잔이다. 왜냐고하니 근동에 땅도 많고
부잣집 할마씨라면서 저런 사람은 도와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없는사람들 좀 하도록 놔두지
근처 폐지를 저 할마씨가 싹쓰리 해간다고 했다. 뭔가 좀 씁쓸했다. 그럼 그 새댁도
그 사실을 알고 밀다 말았나 싶기도했다. 그래도 내가 한 일에 후회는 없다.
나는 부잣집 인호가 찍히지 않는 한 할머니께 힘을 보탰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