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1.
워크샵 중간에 간식으로 빵이 나왔다.
너무 피곤한 탓에 식욕이 없다.
그냥 가방에 넣고 퇴근한다.
지하철을 기다린다.
떡시루처럼 사람들을 꽉채운 열차가 들어온다
금새 육중한 살들에 둘러싸였다.
정신을 들고 보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황급히 내린다.
계단을 올라가 건너편으로 간다.
지하철이 방금 떠난 모양이다.
털석 의자에 기대앉는다.
할머니 한 분이 앉아 계신다.
무릎에 가방을 얹었다
뭔가 만져진다.
빵이다.
할머니 이 빵 드실래요?
아휴 고마워라.
아가씨에게 선물을 줘야겠네
할머니가 갑자기 책을 꺼내신다
태어난 시가 머유?
네?
사주 한번 봐줄려구.
모월모일 모시인데요.
음...동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나겠군
인생 초반은 어려움이 많은데...
중년이후부터는 걱정없이 살겠네
아? 예..고맙습니다.
전철이 들어온다.
할머니 전철 안타세요?
먼저 가시유.
아,,안녕히 가세요.
전철 문이 열린다.
사람들을 헤집고 안으로 들어간다.
창문 밖의 할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분명히 앉아계셨는데...
아무도 없다.
전철이 출발한다.
나는 또 다시 멍해진다.
지하철에서 2
술 한잔하고 전철을 탔다.
자꾸 졸음이 온다.
한참을 잔 것 같다.
눈을 떠보니 밖이 깜깜하다.
농촌을 달리고 있는 듯 하다.
아뿔싸!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
황급히 내렸다
반대편 전철은 이미 막차가 떠났다.
전철역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 도로밖에 없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일까?
갑자기 검은색 승용차가 선다.
차문 밖으로 어떤 아저씨가 불쑥 달걀을 내민다.
“삶은 달걀 드실래요?”
“네? 저기...제가 지금 그거 먹을 형편이 아닌데요”
“왜요?”
“혹시 서울가는 택시 잡을수 없나요?”
“이런데 택시 안다니죠”
눈앞이 깜깜해진다.
“우리 나쁜 사람아닌데 태워드릴수 있는데”
나쁜 아저씨들 같지는 않지만...
탈수도 이대로 있을수도 없다
믿어보자. 나머지는 신에게 맡기자.
일단 뒷자석에 탔다.
“아가씨 애인있어요?”
“결혼...했어요”
거짓말이다.
한참을 달렸을까?
서울 이정표가 보인다.
살았구나 싶다.
“아가씨 혹시 꽃이나 화환 필요하면 연락주쇼”
조수석 아저씨가 명함을 건네신다.
**농원 경조사 화환, 꽃바구니
아저씨들 바삐 내리시더니
택시를 잡으신다.
“아가씨 어여 타고 가요”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전철을 탈때는 반드시 방향을 확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