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02

똥과 눈물의 날


BY 카라 2010-04-27

 

아이들을 재우다가 나도 모르게 같이 잠이 들었다.

늘상 있는 일이지만, 애들은 깨끗이 씻기고 양치까지 하고 재우는 반면 정작 나는 세수도 양치도 못하고 그냥 잠들어버려 자다가는 이렇게 꼭 새벽시간에 잠이 깬다.

잠이 덜깨 비몽사몽 거실로 나오니 언제 비가 그쳤는지 새벽하늘이 맑게 보인다.

남향이 아니라서 햇빛은 아침에 잠깐, 북동향이라 추운것도 감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우리집

전망만은 봐줄만 하다.

하루종일 하늘 한번 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 반면 창밖만 쳐다봐도 파란 하늘 흰구름을 감상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새벽 풍경은 낮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모두가 잠들어 어두워진 집들, 드문드문 움직이는 차들의 불빛, 분홍빛이 살짝 감도는 회색빛 하늘, 가로등 불빛이 어울어진 풍경은 낮동안에 만신창이가 된 내 마음을 호수처럼 감싸안아주는 듯 하다.

오늘은 유난히 힘들고 맘이 아픈 하루였다.

아이들 기저귀 떼기 연습을 이미 두돌부터 시작했지만, 오줌을 잘 가리는 딸아이는 변을 못가려서 여지껏 기저귀를 못떼었고 , 아들 역시 오줌가리기가 서툴러서 기저귀를 못 떼고 있다. 더구나 집안곳곳을 똥오줌으로 냄새나게 하기 싫은 내 성격탓에 언젠가는 떼겠지 하는 마음으로 여유를 부린것이 이 사태를 만들어 온 것이다.

오줌은 변기에 하지만 똥은 절대 변기에 못싸는 딸아이...

더 이상은 두고 볼수 없어 며칠전부터 변기에 싸라고 앉혔더니 며칠째 똥을 못누워 지독한

변비에 걸리고 말았다. 어제저녁부터 화장실을 들락날락 해도 안나온다며 눈물을 흘리며

엄마 도와줘! 하고 울기 시작한다. 아침에도 그 일은 반복되었고, 딸아이를 꼭 안고 엄마잡고 힘주라고 다독거리지만 힘들다며 또 운다.

엄마가 대신 해 줄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맘이 자꾸 아파 어린이집에 일단 보내면서 오늘도 못누면 오후엔 병원에 가서 관장을 하든지 정장제를 처방받아야겠다 싶어 아이 수첩에 메모를 하였다.

그러면서 맘이 자꾸 걸려 개인적인 외출은 그만두고 마트에 가서 변비에 좋은 과일과 요구르트를 샀다. 비까지 추적추적 오고 두녀석 데리고 병원가려니 마음이 무거웠지만 오후에 애들을 데리러 가니 딸이 똥 조금쌌다 한다.

반가운 마음에 선생님께 물으니 오전내내 화장실 들락날락했는데 결국 팬티에 쌌단다.

팬티면 어떠냐, 싼게 중요하지...

기분이 좋아져서 애들 데리고 집에 왔는데 상황이 나아진 게 아니었다.

여전히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고 안나온다며 울기 시작했다.

하긴 며칠째 못쌌는데 아직 나올게 많겠지 싶었다. 결국 변기에서는 못 쌌다.

난 결국 포기했다. “팬티에 그냥 싸..괜찮아”

딸아이는 팬티에 쌌고 그 후에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에 앉자마자 또 울었다.

“똥..똥...떨어졌어”

“어디? 변기 안에 없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거실에 한덩이, 안방에 한덩이 굴러다닌다.

“변기에 못싸서 울었어?”

“응...”

“괜찮아,싸려고 노력한 게 중요한 거야. 하려고 했는데 안된건 잘못한게 아니야

우리딸 잘했어..울지마 알았지?“

아들은 아침에 똥을 손에 묻혀 와서는 씻어달라고 했고 딸아이는 똥 때문에 하루종일

전전긍긍하며 굴러다니게 만들었으니 오늘 하루가 똥의 날이 되어버렸다.

집안에 똥오줌 냄새를 안풍기겠다는 나의 다짐은 수포가 될것 같다.

기저귀를 떼고 자니 어제도 이불에 지도를 그렸고 앞으로도 집안 곳곳이 얼룩지는 것은 자명할 터...

딸아이 배변 때문에 정신없는데다 저녁준비할 때 그림 그려달라고 떼쓰는 아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아들은 내가 그림을 그려주기 시작한 이후부터 스스로 그리려 하는 것을 그만두어버렸다. 그 역시 버릇을 잘못 들인 탓이다 싶어 요새는 그려주지 않는다.

계속 떼쓰다 우는 아들 때문에 후라이팬에 손이 데여버렸다.

난 너무 화가 나서 아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놀란 아들은 대성통곡을 했다.

그러면서 “엄마 사랑해” 하면서 목청껏 우는데 그냥 팔다리에 힘이 다 빠지면서 얼른 아들을 껴안았다.. “미안해..소리질러서 미안해..사랑해 우리 아들...”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다가 같이 잠이 들었다.

잠이 깨고 보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마음 뿐이다.

아직 말도 표현도 배변도 서툰데, 난 너무 어른의 마음으로 앞서가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나 보다.

물 떨어지라고 화장실에 걸쳐놓은 팬티 3장을 베란다 빨래대에 다시 옮겨 놓는다.

오늘 세탁한 팬티가 무려 8장, 내일 입힐 게 있는지 모르겠다.

사랑해 얘들아..이 세상에 너희를 엄마만큼 사랑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

비 개인 새벽하늘에 눈물이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