낑~낑~낑~
현관 입구에 놔 둔 대형수족관을 혼자서 밀고 당기는데
뒤에서 남편이 또야??? 그런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한번씩 집안을 발칵 뒤집어 놓는데
봄엔 하나가 더 있다.
겨울 동안 얼어 죽거나 시들어 죽은 빈 화분에 또 다른 꽃들을 심어야하는데
남편눈치가 보이는건 사실이다.
그동안 사다 나른 꽃들이 어디 한둘이어야지...ㅎㅎㅎ
그래도..그래도 봄인데.....
어떤 애교작전으로 남편을 녹인다지?
지하실을 정리해서 헬스장으로 만들어 두고
저녁 식사 후에 운동이랍시고 혼자서 뛰고 굴리고 난리 부르스를 추면서
대형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데....
헐렁한 바지는 무릎이 나왔고
티셔츠는 색이 바랬고 운동복으로 입기에는 너무 후..............지다.
소매부분의 고무뜨기는 늘어났고...
이번달 급료에 보너스가 있는 달이라 이때다~~싶어서
\"있지~~~~ 나 이쁜 운동복 한벌 사 주지.
거울보면서 운동하는데 옷이 좀 그렇더라구.
헐렁한 운동복말고 타이트하고 색이 고운 걸로 한벌 사 줘 봐.
그러면 운동이 더 잘 될 것 같은데 보너스 타는 달이니 사 줘~~\"
평소에도 옷 타령은 안하던 아내가 운동복을 사 달라니
그것도 보너스달에~~~
거절을 안하고 순순히 그러라고 해서 드디어 읍내로 고고싱~~
유명메이커는 아예 눈길도 안 주고 준메이커로 들어가서 옷을 고르기 전에
가격표부터 보는데 허걱~~~~~~헐~~~
종잇장같은 운동복 한벌가격이 동그라미가 몇개야 도대체????
공연히 색상이 맘에 안드네 사이즈가 좀 작네 어쩌네~~하면서
멀쩡한 옷만 타박하다가 결국 못사고 나오고 말았다.
그냥 입던옷 입고 하지 무슨 옷을 사냐 사길...누가 본다고????
가게 두개를 돌아다녀봐도 가격은 여전하고 내 간은 쫄아들기만 했으니.
그러는 내게 남편은 그냥 적당한 옷으로 한벌 사라고 그러는데
도저히 내 간댕이로는 종잇장 옷을 그 돈주고는 못사겠더라는 거.
그리곤 읍내 5일장에서 단돈 만원을 주고 멋진 운동복 바지를 한장 샀다.
사방스판에 쫙~~쫙~~늘어나는 아주 편한 바지.
그 바지로 결정하고 티셔츠만 집에 있는 옷 중에서 젤루~~멋진 걸로 하기.ㅋㅋㅋㅋ
그런 다음이 문제였다.
회관에 심을 꽃잔디를 구입하기 위해 화원에 가는 남편을 따라간게 화근이었다.
그냥 꽃잔디만 싣고 올 내가 아니질 않나...ㅋㅋㅋ
창원에 사는 큰딸네 이사기념으로 하얀꽃망울이 조롱조롱 이쁜 화분도 골랐고
똑같은 걸로 내꺼도 하나...빈 화분에 심을 야생화를 하나..둘...또 하나..둘...
그러다보니 꽃값이 제법이네???
지갑을 들고 계산을 하러 온 남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친분이 있는 화원사장님 앞이라 화는 못내고 나를 건너다 보기만 한다.
골라놨던 꽃들을 몇개는 도로 덜어 내고 일어서면서 난 자신만만하게 한마디 .
\"운동복 안 살께.
옷은 포기하고 옷보다 싼 꽃은 되지????
보너스달인데...이 정도는 선물 해 줘\"
봄만되면 도지는 이 고질병
내 말을 들은 딸은 차라리 옷을 사지 엄만 참..그런다.ㅎㅎ
옷보다 더 좋은 꽃을 어쩌랴~~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