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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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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무엇이길레


BY 김효숙 2010-04-23

여고시절 1학년 때였다.

하교시간  비가 내렸는데 난 교문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집에 가봐야 자취방 아무도 날 기다려주지 않는 자취방

문득 외롭고 눈물이 났다

서성이는 날 바라본 친구가 학교 가까이에 있는 자기 집에 가서

시험 기간동안 공부를 같이 하자고 했다.

그 친구네는 의대 다니는 오빠와  고 3인 사촌오빠가 있었다.

그리고 식모 언니가 있었다.

친구랑 밤에 집에를 갔는데 언니가 해주는 맛있는 저녁은

자취생인 나에겐 진수성찬 이었다.

 

밥을 먹고  사촌 오빠 방에 가서 상을 펴 놓고 시험 공부를 했다

모르는 것은 고3인 오빠가 수학을 가르쳐 주었다.

한참 공부를 하다보니 친구는 쿨쿨 자고 있었다

오빠와 난 공부를 하다가 인생 이야기를 했다.

그ㅡ 시절 나는  낮에는 돈을 벌고 밤에 공부를 했다.

 

내가 보는 친구들은 부모님이 계신 친구들이 많았고

나처럼 독학생은 별로 많지가 않았다.

난 직장을 다니지 않는 친구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것을 보니

참 한심하다고 느꼈었다.

돈을 벌기가 얼마나 힘든데  부모님께서 공부시켜 주는데도

열심히 하지 않고 껄렁껄렁 거리며 다니는 아이들이 참 한심하게 보였다

 

보름달 빵이 십오원이던 시절 그 빵값을 아끼려고 먼거리를 걸어다니고

배를 곯던 시절이었다.

등록금을 제때 못내면 종례시간에 등록금 안낸 사람 호명을 해서

창피를 당하던 시절이었다

난 씩씩해서 선생님께 곧바로 편지를 써서 여차여차하니

저는 종례시간에 일어서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선생님께 가끔 울타리콩을 넣어 도시락을 싸다가 드리기도 했었다.

그 선생님은 조동춘선생님이다. 사랑받는 아내의... 유명한 강사가 되셨다.

 

난 오빠랑 그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구고 친구랑 방에 가서 잠을 잤다

아침도 맛있게 먹고 출근을 했다.

그 시절 작은 무역회사에 급사로 일을 했으니 서울에 처음 올라온 나는

맨날 우체국 다녀 오라면 헤메이기 일쑤였다.

서울거리가 거기가 거기 같고 복잡했으니 말이다

시청앞과 명동을 오갔으니 얼마나 복잡했으랴....

다음날 ....

회사에 와서 공부를 하려고 책을 폈는데 한통에 편지가 있었다

그 오빠가 편지를 써서 내 책갈피에 넣은 것이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는데 아마도 그게 첫사랑이 아니었을까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사춘기때 그 맘을   써 본다

오빠에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으니 ..

 

현실과 이상이 맞지 않아 갈팡 질팡 하는 숙에게 하고픈 말은

 

첫째 내 고달픈 처지를 만족할수 있는 마음에 여유를 가져주었으면

둘째 직장 다니지 않는 친구들을 한심하다고 할것이 아니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그리고 셋째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난 그 편지를 보는 순간 참 고맙고 좋은 오빠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홉가지 장점을 이야기 해주는 친구보다는 한가지 단점을 이야기 해줄수 있는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말이다.

 

나도 모르게 오빠가 고맙고 좋았다.

친구집에서 함께 일주일을 지냈는데 시험기간도 다 끝나고 가야했다.

그런데 친구 큰오빠가 날 부르더니 가지 말랜다

네가 있으니 우리집이 웃음꽃이 핀다고 가지 말랜다.

그 덕분에 난 친구집에서 한달이나 공짜로 먹고 다녔다

 

친구는 주말이면 날 집에 데리고 갔다

오빠는 키타도 잘쳤고 우리들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그랬다.

내가 여고를 졸업하고 오빠는 장교로 군인을 갔다.

편지 왕래는 없었지만 내 맘속엔 늘 오빠의 그 말한마디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오빠는 제대를 하고  눈이 펑펑 내리는날인가. 시집을 하나 사들고 내가 근무하는 명동으로 왔다.

이 시집을 네게 줄께.......... 친구에게 오빠에게 여친이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리 속상하지도 않았지만 다만 ... 나보다 더 많이 배운 여자를 만났다는것이 속상했다.

 

그시절 내가 대학을 진학했으면 아마도 오빠는 마음이 달라졌을게다

난........사랑은 빌어주는거라 생각했다 진정으로 아름답게 보내는것이라고 말이다.

 

철없던 여고시절 내가 힘들게 살아갈 때 나를  용기있게 살게 해주던 친구와 그 오빠가 참 고마웠을뿐이다.

 

며칠전  그 친구 딸이 결혼을 했다.

우리 남편도 함께 가서 축하를 해주어야했다.

난 아침에 남편에게 얼굴에 메이크업세이스를 바르라고 놓고 나왔다.

왜냐하면.. 혹시나 그 오빠가 보면 우리 남편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 마음 속에 철없던  여고시절의 첫사랑을 느끼던 기억이라도

어른이 되어서는 더욱 지금에 내 현실을 더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심이 있나보다.

 

그 오빠보다 우리 남편이 훨씬 미남이고 더 멋있으니까 자랑하고 싶은 내 바램이었을게다.

우리 남편은 내맘도 모르고 메이크업베이스를 발랐는지 식사를 하는데 더욱 잘생겨 보였다

오빠랑 마주칠 기회는 없었지만 하여간 내 기분은  좋았다.

우리 남편이 훨씬 나으니까 말이다.

 

첫사랑이 무엇이길래 쓸데없는 자존심에 남편 얼굴까지 신경을 썼는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여자에 마음은 사춘기 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