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하고 읍내 볼일을 보러 나갔던 남편의 손에 검은 비닐봉투가 들려 있다.
\"뭐 맛있는 거 사왔어?\"
기대를 살짝하면서 물어본 내게 돌아 온 대답은
\"뭐가 맛있는건데?ㅎㅎㅎㅎ
목이 컬컬해서 도라지하고 생강 사 왔어.
끓여서 물 마시려고...\"
또 환절기다.
남편은 환절기만 되면 꼭 감기가 찾아온다.
단 한번도 그냥 안 지나친다.
목감기가 오면서 열이 펄펄나고 사나흘은 앓아야하고 병원에서 주사 몇방은 맞아야 낫는다.
무적해병대에 강철이었던 남편이 언제부턴가는 환절기감기가 단골손님이 되어 찾아온다.
갑상선암을 두번이나 수술하면서 목의 여러곳을 조각보처럼 절개하다보니
쉬 감기에 걸리고 한번 기침을 했다하면 깜빡 넘어갈 듯이 아파한다.
그런 남편곁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편히 잠들기도 미안하다.
너무나 편하게 숙면에 빠진 이 아내가 얼마나 미울꼬.....
자기는 목감기에 열이 펄펄나고 잠을 설치는데 아내라는 여자는 푹...푹...잠이나 퍼질러자니.
어느 날은 그런 내가 무안하기도 하지만 어쩔것인가?
나까지 아파할수도 없고 같이 아프면 시설업무는 누가 보며
할머니들 수발은 누가 본단말인가?
평소에는 너무나 강하고 건강한 남편이 환절기만 되면 꼭 사나흘은 아파야한다.
내가 생강이나 도라지를 사 오지 않아도 남편 스스로 준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전에도 유기농농산물로만 골라서 수십가지의 야채와 곡물을 사 씼어 말리고 가루를 내서
두유에 타서 먹게 하다가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이번에 그 가루들로 환을 만들었다.
환을 만드는데도 비용이 엄청나다.
먹기도 수월하고 휴대하기도 편하고 보관도 오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료를 사기 위해 지난 휴가 때 전라도와 경상도를 돌다시피했고 그 비용 또한 만만찮았었다.
백만원이 훌쩍 넘는 건조기까지 사서 준비를 했었다.
약물요법이나 방사선치료도 중요하지만 먹는 음식이 가장 중요하기에
신선한 재료를 이 시골에서 구하기가 여러움이 있어서 신선한 재료를 사서
건조기에 말려서 가루를 내고 환을 만들기까지 과정이 너무 오래고 힘이 들었지만
그런 수고로움이야 건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기에 면역력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힘이 생긴다면야...
기적을 일으킨다는 야채스프도 매일 끓이기가 번거롭고 날씨가 따뜻하면 금방 변하는 거라서
건강원에서 파우치 포장으로 한꺼번에 끓여 진공포장을 해서 매일 데워서 마시고 있다.
어느 음식이 도움이 될런지는 정확하게 잘 모르지만 좋다는 재료는 유기농으로 골라서
자연상태로 말리고 가공하지 않고 원재료의 모든 성분을 고스란히 섭취하려 노력한다.
화학재료가 하나도 첨가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영양상태.
아무리 번거롭고 험한들 남편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준비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비용이 많이 든 관계로 남편은 아무도 주지 말라고 한다.
한번 구하기도 힘든 10년근 도라지며 더덕이며 말린밤에 각종버섯 유기농잡곡은 값이 너무 비쌌다.
파프리카와 브로콜리는 말려서 가루를 내면 그 양이 너무 적은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분을 다 날려 보내고 가루만 남으니 거짓말처럼 양이 줄어들었다.
호박고구마나 단호박 자색고구마, 마, 다시마에 녹차,검은 콩,율무하며 그 가짓수는 엄청났다.
그래도..난 주고 싶은 사람이 꼭 있었기에 은근히 유도 작전을 펼쳤다.
\"아버님댁에 좀 안 보낼거야?\"
\"아버지는 안 보낼거야.
두분이서 사시는 집에 문 두짝 냉장고며 김치 냉장고에 고기며 먹을게 넘쳐나던데 뭘...
그냥 아이들하고 당신하고 나만 먹자 이젠.
그 동안 많이 드렸어.\"
헙..........................
자기 아버진데도 안 보내겠다네?
그래도 난 보낼 곳이 있는데...
\"경주 엄마는 좀 드리고 싶은데 안될까?\"
\"ㅎㅎ정작 보내고 싶은 곳이 경주였구나...
장모님은 좀 보내드려. 처남것하고..\"
아싸~~~~
작전성공이닷~~!!!
아버님핑계로 엄마를 드리고 싶었는데 아버님은 통과로 끝나고 엄마는 성공~~
엄마보다도 대장암을 수술하고 치료 중에 있는 막내오빠가 더 간절했기에
돌려돌려서 말한건데 눈치는~~ㅎㅎㅎㅎㅎ
실질적인 맏이노릇을 하는 막내오빠가 요양중에 있으니 올케가 너무 힘들고
그 힘듦이 친정에 갈 때 마다 안스러워 이런 식품이라도 좀 챙겨 드리고 싶어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다가 성공을 했네 그랴~~ㅎㅎㅎㅎ
남편이나 막내오빠나 이렇게라도 해서 살아만 있어준다면.
아내들이 무얼하든 남편의 존재만으로도 행복하길 바란다.
면역력을 높혀주는 자연식품들로만 만든 이 환으로 건강하기만을.
항암에 좋다는 야채며 곡식들을 두루두루 다 모아 만든 건강환이다.
살아만 있어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