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엔 혼자 걸어오다가 다리가 아파 아파트 벤취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친정 오빠한테 문자를 넣었더니 금방 때르릉 전화가 왔다
울컥 눈물이 솟구치지만 꾸욱 참아내며 오빠 잘 지내요 하고 끊었다.
그이가 집에 들어간지 삼십여분이 지나도 두 아들은 전화도 안한다
엄마가 왜 안올까 걱정도 안하는가
괜스레 더욱 화가났다
딸이 있으면 엄마 왜 안와 하고 전화하고 난리를 쳤을텐데
군대 가기 전 까지만 해도 엄마가 집에 올 시간에 안 오면
금방 엄마를 찾아 냈을텐데
군에 다녀오니 여친 생각에 엄마가 가슴에 없는걸까
혼자서 어둑한 벤취에 앉아 별별 생각을 다했었다.
다리가 천근만근 터질 것 같은 아픔 어그적 거리며 오다가
벗꽃나무 아래서 환하게 웃고 있는 벗꽃과 목련을 바라보며
힘을 냈었다.
집에 오니 삼부자는 무슨말을 하는지 깔깔대고 아무런 반응도 없다.
힘없이 방에 들어와 끙끙대며 몇시간을 잠도 못자고 설쳤다.
그래 ! 세상엔 아무도 내 아픔을 몰라
혼자 수첩게 깨알같은 글씨로 하루의 고달픔을 달랬었다.
하루가 지났다
끙끙대며 아침에 눈을 뜨면 부랴부랴 옷을 입고 나선다
힘들어도 가게 까지 걸어가는 시간은 7분
가는길은 꽃그늘속이다.
눈처럼 바람결에 휘날리는 벗꽃을 사진을 찍으며 위로를 받는다.
길가에 노란 민들레 꽃이 날보고 웃는것 같아 사진을 찍었다
냉이꽃도 한웅큼 뜯어 주먹에 들고 나를 바라보며 웃는다.
그런 아침 출근길이 나에게 주는 희망 멧세지이다
오늘도 아줌마들과 아침겸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먹기가 싫다.
사소한 일로 며칠전부터 밥도 먹기 싫었다
눈이 쾡하니 금방이라도 쓰러질것 같았지만 오기로 버티기는 나이가
들었나보다. 그래도.. 아무도 없을때 먹어야지 하고 참아냈다
낮에 팔십여명 점심 설거지에 죽을것만 같이 힘들게 일하는데
막둥이가 엄마 ! 하고 왔다.
힘들어서 왔니 ! 하고는 맘속으로는 어젯밤 반찬기에 두 아들 녀석 반찬 따로따로
세가지씩 해다 놨는데 왜 안먹고 가게와서 먹는게야.. 맛있게 신경을 써서 해다 놨는데
또 버려야 할 생각을 하니 화가 났다.
( 반찬 그릇은 남편이 어제 사왔다 아들들 반찬 조금씩 담아다 주라고 말이다 )
시쿤둥 대답하는 나를 나오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카운터로 가보니 노오란 백합이 심겨진 화분을 사왔다며 내민다.
그리곤 나를 가게 앞 으로 나오라고 하더니
엄마 ! 누가 꽃을 이렇게 사다놨네 한다
네가 사왔구나 했더니 우리 엄마 기쁘게 해주려고 사왔댄다.
아들을 꼭 껴안으며 고맙다
아들은 화원에 가서 작은 화분에 담긴 꽃 세가지 열다섯개 꽃을 사가지고 온것이다.
마가렛 하얀 꽃을 보면 엄마 같댄다
꽃을 보면 꽃을 좋아하는 엄마를 사다주고 싶댄다.
용돈도 잘 주지 못하는데 녀석. 마음에 구름이 다 벗어진다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 같다.
막둥이 아들은 꽃을 사다 엄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댄다.
집에서 경찰 공무원 준비하는 막둥이 아들은 엄마를 닮아 감성적인가보다.
호미를 달라더니 화단에다 옮겨 심는댄다.
스무날 전 꽃씨를 다 뿌려 놓았는데 꽃씨고 뭐고 아들의 마음에 감격해 꽃밭에다
네가 심고 싶은 대로 심으라고 하였다
꽃씨는 어데선가 얼굴을 내밀겠지 아쉽고 아까운 맘이 들었지만
아마도 아들의 이쁜 맘 때문에 꽃씨도 숨었다 어디선가 봄소식을 전하리라 생각한다.
나물을 다듬어 주시는 할머니들이 오시다가 아들을 보시더니 참 잘생겼다 하시며
이쁜짓만 하니 더 이쁘다 하셨단다.
아들은 엄마가 딸이 없잖아요 하면서 제가 딸 노릇을 해야 하잖아요 하더랜다.
녀석 ! 꽃을 다 심어 놓고 물조리개로 물을 다 뿌려주고 가며 저녁엔 꼭 꽃을 들여놓으라고 한다
엄마 힘내라고 하는 아들의 말 한마디에 아픈 다리가 터질것 같은 다리가 다 낫는것만 같다
살아가는 이유는 바로 이런 작은 헤아림에 힘이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