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레를 끓였다. 변변한 반찬이 없을땐 카레가 딱이다.
냉장고에 항상 비축해둔 야채와 고기만 있으면 만사오케이니까.
게다가 야채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카레만 있으면 모르고 뚝딱 먹어치운다.
예전에 어떤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어느 50대 유부녀가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남편과의 잠자리에 자신의
숨은 매력을 모르고 있다가 신사적이고 로멘티스트 독신남과 사랑에 빠지면서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존재인가를 깨닫게 되는 내용이었다.
그의 집에 갔을 때 냉장고에 있던 야채들을 보고서
순간적으로 가장 빨리 할수 있는 요리가 카레다 싶어 함께 만들어 먹는다.
그리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다정하게 시간을 보낸뒤
그의 침대에서 너무나 격정적이고 황홀한 정사를 치르게 된다.
물론 그의 집은 가을정취가 깊어가는 단독주택이었고 아름다운 정원이 잘가꾸어진
멋진 곳이었다.
난 왠지 카레를 끓일때마다 소설속의 그 주인공을 떠올리게 되었고
커피를 분위기있게 마시는게 버릇이 되어버렸다.
소설속의 그 장면이 너무나 강하게 뇌리에 박혀버렸다고나 할까
카레를 끓여서 남편한테 조심스레 내놓는다. 혹시 싫어하면 어쩌나 싶어..
“괜찮아? 카레?”
“응.예전엔 싫어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카레가 맛있더라구”
속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음..우리도 카레를 먹고 나서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다정하게 커피도 마시고 분위기도 내보면 좋으련만 맨날 무뚝뚝한 남편하고
밥을 먹으려니 참...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게”
“몬데?”
“당황,안심,황당 시리즈라고....”
난 깔깔깔님이 이곳에 올려놓은 글을 하나도 안빼고 그대로 들려주었다.
남편 배를 잡고 웃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남편 방에 들어간다.
“씻고 나서 깨우러 들어와”
“응”
열심히 샤워하고 방에 들어갔건만 남편 쿨쿨 자고 있다.
“음냐..왜 이리 졸리지. 어제는 팔팔했는데..”
내 그럴 줄 알았다. 처녀적에는 남편 정력에 좋다는 보신음식 해가는 여자들이
이해가 안갔다. 얼마나 속보이는 짓인가 싶었는데 이젠 내가 그런 여자들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한다니...
살짜기 얄미워 아이들을 양쪽에 끼고 토닥거리다가 나도 잠이들었다.
자다 보니 꿈에 비담 김남길이 내 옆에 있는 것이다. 멋진 모습으로 나를 강물에서
건져주고 보호해주었다. 한참을 산을 올라가기도 했다. 늘 나를 보호해주려고 애쓰는
그가 고마워서 막 안아주려는데 갑자기 뭔가가 우리를 향해 날아왔고
그걸 막으려다 비담이 내 어깨에 넘어졌다. 너무 무거워서 그를 막 일으키려다가 잠이 깼다.
깨고 보니 꿈이었고 내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자다가 굴러서 내 쪽으로 온 모양이었다.
난 너무나 짜증이 나서 확 밀쳐 버렸다.
낭만적인 시간은 고사하고 비담의 꿈까지 확 깨게 만든 건 또 모람...
갑자기 작업의 정석에서의 대사가 생각난다. 간장게장만도 못한 **야
음..카레만도 못한 마누라..
그 카레만큼 마누라도 좀 봐주면 안되겠니...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