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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


BY 헬레네 2010-04-21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저 땅속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봄을 시작하고 있었겠지?
새 생명을 밀어 내기 위한 숨 가쁜 일들이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시작하면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 내가 누구의 자녀로 태어나서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를 지나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있을 테다.


며칠째 몸이 안 좋아서 쳐져 있었는데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부스스한 몰골을 정리하고 서둘러 갔더니 베란다 앞의 철쭉꽃 화분을 들여다보며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어쩐지 처량한 듯 보여 왜? 그렇게 앉아 있냐는 내말에 한숨을
훅 들이키며 하시는말이 " 이 꽃이 엄청 예뻤는데 지는 꽃은 이렇게 처량하고 보기가
싫 으네 " 하며 웃으신다. 봄은 내게만 잔인한 줄 알았더니 70인 내 엄마에게도 잔인
했었나 보다.


열흘 전쯤 안부 전화를 해서 밥은 드 셨 수? 뭐 하셔? 상투적인 일상을 물어보다가
늘 혼자인 것이 맘에 걸려서 혼자 심심하시지? 물었더니 네가 고독이 뭔지 아나?
하신다. 엄마 사람은 누구나 고독해 여기 사람이 많아도 문 닫고 노래 부르러 들어
가면 혼자 고독하게 앉아서 웅얼웅얼 혼잣소리도 하고 적당히 고독을 즐긴 다우
누가 나하고 놀러 오남 원래 인생 이란 게 그래 했더니 “그래 ” 뚝 ,,,끊어졌다.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해서 봄이 너무 아까우니 바람 쐬러 가자 했더니 좋아라.
하신다. 엄마를 태우고 간 곳은 팔 미리 시골마을이었다. 밭고랑에 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춘곤증을 못 이겨 졸고 있던 강아지들은 순한 눈망울을 치켜뜬 채 마구
짖어대면서도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며 이방인을 반기고 있었다. 냉이를 캐러 간다는
것은 다만 핑계에 지나지 않은 듯 엄마와 둘이 막걸리 한 병을 다 ~비우고 커피를 마시
면서 내년에도 냉이를 캐러 오자고 약속했다.




꽃처럼 아름다웠던 봄을 지나서 뜨거운 열정의 여름도 지나고 가을을 맞은 딸과 가을을
지나면서 겨울로 접어든 두 모녀가 어느 봄날에 막걸리 한 병과 아메리카노를 고독과
버무려 마시고 있었다.


다음날 거실 창가 양지바른 곳에 앉아 쏟아지는 봄 햇살을 받으며 만개한 목련을
쳐다보다가 다시 피어 날수있는 날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마냥 부럽다.

2010년의 봄날은 그렇게 가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