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서두르는 아침
천둥에 개 뛰어들 듯 내 집을 방문한
여자 하나 독기가 뚝뚝 흐르는 얼굴로
씨근덕 거리며 날 노려본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집에 온 손님
좀 진정 하라는 의미를 담아 커피에 우유와
꿀을 듬뿍 넣어 따끈한 커피 두 잔을 내어 놓는다.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
난 가만히 듣고만 있다.
흥분을 이기지 못한 여자는 내 핸드폰을 들고
방바닥에 내동댕이를 친다.
입 꼭 다물고 눈만 멀똥거린 내 앞에서 그녀는
폭언을 쏟아붓고 내가 타 준 커피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시고 문이 부셔져라 닫고 퇴장한다.
며칠 후 불쑥 사무실로 찾아온 그녀
상스런 말과 내 몸을 밀치는 식의 작은 폭력을 행사하고
사무실 집기들을 집어 던진다
입을 꼭 다문 날 향해 묵비권을 행사 하느냐며 폭언을 한다.
죽이겠다는 위협은 이제 들을 만큼 들었다.
꼭 세 번의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그 여자가 원하는 것은 자기 남편에게 여자가 있는지
몰래 빼돌린 돈이 있는지 그 진실을 알려 달라는 거다
사실 남편의 친구인 그녀의 남편 혹 내가 그 진실을 알고
있다고 해도 난 그걸 그녀에게 말해줄 수가 없다.
그리고 솔직히 아는 바도 없다.
사무실에서 남자들을 많이 상대하다 보니 그 여자 보다는
내가 알고 있는게 조금 많을 수는 있다.
그렇게 돌아간 그 여자는 며칠 후 또 찾아 왔다.
선명하게 손자국이 남을만큼 목을 조여 왔다.
의자로 밀려 넘어지며 다리엔 멍자국들이 파랗게 남았다.
그래도 참았다.
그 여자가 준다는 세 번의 기회는 이미 지나 갔다.
발신자 정보 표시제한 이라 찍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잠시 망서리다 받았다.
간호사 출신인 그녀가 섬뜩한 목소리로 말한다.
주사 한 방이면 끝나는 일이라며 날 죽이겠다고 한다.
이건 살아 있어도 산 목숨이 아니다.
가끔은 내 차 앞으로 불쑥 차를 들이밀어 세우기도 하고
반대 차선에서 내 차를 위협 하기도 하고 날 납치하기도
하고 수시로 사무실에 찾아와 폭언과 폭력 기물파괴를
일삼고 있다.
클라이막스다.
이제 결심을 해야 한다.
기다려 내가 갈께 내 한마디에
득달같이 그녀가 사무실로 달려 왔다.
사무실 마당에 들어선 그녀의 차를 보는 순간 몽둥이 하나를
들고 기다렸다. 독기를 뚝뚝 흘리며 사무실로 들어서는 그녀 앞에서
십센티가 넘는 티테이블 유리를 몽둥이로 박살을 냈다.
그녀는 나보다 어린 나이지만 심한 모욕과 욕을 얻어 먹으면서도
꾹꾹 눌러 참았던 그동안의 내 분노가 일시에 폭팔을 하고 말았다.
길고 날카로운 유리 하나를 그녀의 손에 쥐어 주면서 오늘은 꼭 끝장을
보자고 했다.날 살려두고는 절대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세상에 있는
오만가지 욕과 모욕들을 퍼부어 대고 가진 포악을 다 떨고 도망 치려는
그녀를 세시간 여 붙들고 늘어지며
내가 힘이 없었던 것도 아니요
내가 말을 못하는 사람도 아니요
내가 널 이길 수 없어 당하고 있었던게 아니고 난 그저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그랬을 뿐이라고 했다.
빌고 빌고 또 빌던 그녀 험악한 유리를 치우자고 했다.
두 발로 유리를 지근지근 밟고 다니며 그냥 두라고 했다.
진정 하라며 떠다주는 물 한 컵을 다시 박살을 냈다
죽이고 가라며 절대 물러나 주지 않자
유리창을 넘어 도망을 시도한다.
붙잡고 오늘은 그냥 못간다며 물고 늘어지다
놓친 듯 슬그머니 그녀를 놓아줬다.
그리고 퇴근 후 다시 찾아간 그녀의 집
그녀의 남편도 그녀도 당황 한다.
남편친구의 아내로 내가 그동안 존중하고 조심했던
내 행동들은 옛 말이 되었다.
거친 내 욕설에 욕은 하지 말아 달랜다.
너에게 배운 것이라고 받아치고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하고 방바닥에 들어 누웠다.
질 싸움 이였다면 애초에 시작 하지도 않았다.
다시는 끔찍한 말들이나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절대 내 앞에
나타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던지 아니면 네 소원대로 난 너에 손에
죽겠다 선택은 네가 해라.
대신 각서는 두 내외 다 써라.
밤 열두 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 말로만 빌던 그녀의 남편이
심사숙고 해서 각서를 쓴다.
그 사이 그녀는 혈압이 오른다며 목을 주무르다 까무륵 거리며 존다.
참으로 가관이다.
결국 그녀도 각서를 쓴다 목이 졸린 사진이며 다리의 멍자국
그리고 그들의 각서 난 그것만 챙겨 들고 그들의 집을 나서
차거운 밤거리를 달린다. 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그 증거는
어쩌면 이 다음 법적인 증거 자료가 될 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이른새벽 그녀의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절대 그런일 없도록 할테니 한 번만 용서해 달라고 경찰서로 직행
하려던 발걸음을 돌린다 그래 또 한번만.
거울을 본다.
내가 그렇게 독기가 흐른 그녀의 얼굴을 싫어 했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나 많이 그녀를 닮아 있다.
가슴이 섬뜩하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깨달아 지는 하나.
그녀를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끝까지 우아떨면서 난 폭력도 폭언도 쓰지 않고 깨달은 공자처럼 행동한
내 잘못 결국 내가 그꼴을 당함도 그녀가 그런 행동을 한것도 다 내 탓이였다.
단호하게 그녀에 맞는 행동으로 대처 하지 못한 나
하지만 마귀 같아진 내 얼굴을 보는 순간 난 그저 그런일이 다시 없기를 바랄뿐이다.
바보는 바보인 데로
착한 사람은 착한데로
그저 있는 그대로 봐주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녀의 말이 귀에서 맴돈다.
만만함50 내가 이래도 받아 줄거란 생각 50이였다고
그 일이 있고난 후 그녀는 정말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불행해 진다면 내가 이렇게 내처버린 지금의 내 결단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 난 꽃과 이야기 하고 새와 이야기 하고
바람과도 속삭이는 촌녀로 살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홀로 살 수 없고 그 여럿이서 어울려 사는 인생 이라는
것은 모두 드라마다 그 드라마를 어떻게 앤딩 처리할 것인지 역시
제 몫이다. 늘 해피앤딩을 꿈꾸지만 난 결국 인생경험
부족으로 막장 드라마 한 편을 찍고 말았다.
시나리오:오월
주인공: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