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TV 에선 애타는 모습들이 비춰지고 있다
사고난 직후 방송을 보다가 낯익은 여인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검게 그을린 얼굴 꼬불거리는 퍼머 머리..
넋이 나간듯 초점 잃은 눈빛으로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있는 그 여인..
우리집에서 시장을 가노라면 작은 초등학교가 있다
그 학교 담장 그늘아래 서너명의 여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제철 푸성귀를 팔고 있다.
어느날 그 아주머니에게서 풋고추를 사는데
그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글쎄 시집온지 며칠 뒤에 시아주버니가
오시더니 날더러 식사를 가져오라는 거야 새댁이 누구에게 묻지도
못하고 부엌에서 한참을 찾아 헤멨지 뭐야..난 식사라는 말을 못들어 보고
컸거든\"이러시며 깔깔 웃으신다 언제나 처럼 한 웅큼의 덤도 잊지 않으시고
바람과 볕에 그을린 얼굴 바싹 마른 입술위에선 오렌지색 립스틱이
소박했던 그 새댁처럼 수줍게 웃고 있었다
알고보니 우리동네 아파트에 사는데 시아버지 긴 병수발 끝에 두어해 전 시아버진
세상을 떠나시고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던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져 한결
밝아진 표정이었다는데...전부로 알고 살았던 아들은 아직 짖궂은 바람부는
바닷속에 그렇게 있고...
우리 남편은 해군 출신이다
사고 이후 남편은 물론 나도 밤잠을 못이루며 행여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아니 어찌 우리만이랴
얇은 비닐로 바람막이를 치고 또 다시 거친 손으로 푸성귀를 매만질
서러움에 소박한 웃음 조차 잊어버렸을 그 아주머니 생각에 마음이 꽉 막힌다
바람아 부지마라 안타까운 영혼들 한시바삐 가족품에 돌아올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