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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남자와 남자의 결혼... 그러나.


BY *콜라* 2010-03-24

[포토 에세이]- 남자와 남자의 결혼... 그러나.

신랑에게 키스하는 신부. 살짝 다리를 굽혀 신부 키에 맞춰 주는 매너남 신랑 뒤로 들러리가 너무 야하죠?(사진/ 콜라)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주를 믿는 자 마다 영생을 얻으리라.

-요한복음 316-

 

성경에는 동성애(同性愛, homosexuality)를 분명하게 금기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든지라는 구절에 근거해 동성애자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그들의 결혼이 합법적인 캐나다. 그래서 누군가는 '음탐의 땅'이라고도 부르는 이 도시로 전세계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몰려 든다.

 

그들은 성(性)은 태어날 때 부여 받은 역할에 불과하며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고 사랑하는 것에 비난 받을 이유가 없고,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는 신이 내려 준 공식일 뿐이라고 반박하며 예배를 드린다.

 

해마다 누드 퍼레이드를 벌이는 그들을 보면서 사뭇 호기심이 일던 나는, 말로만 듣던 남성동성애자(Uranism)결혼식에 초대되었다. 호기심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는 초대자의 당부에도 솟구치는 호기심을 어쩌랴.  

 

내가 처음으로 게이(남자동성애자)를 많이 보게 된 건 필리핀에서 살 때다. 모계중심인 필리핀은 대통령에서부터 수뇌부가 모두 여성이며, 따라서 딸을 낳으면 경사’, 아들 낳으면 소리 나는 분위기니 여자가 되고픈 남자들이 나올 법 했다. 

 

빌딩 승강기에서 수시로 만나는 그들은 성형을 해서라도 예쁘거나 몸매라도 쭉 빠져 주면 좋으련만, 가난한 과 게으름이 맞물려 수염만 제거한  파르스름한 턱에 뽀얀 화운데이션을 센티 두께로 바르고 콤팩트로 변장을 꾀한 것이 안스러움을 느끼게 했었다. 

 

그러나 티가 나도 변장을 해주는 예의를 갖춘 그들과 달리 캐나다는 당당하게 동성애를 하는 곳이다. 외모로 분간하기가 어려워 멋진 남성에게 여자친구 있어? 물었다가 파트너 있다는 웃지 못할 대답을 수시로 듣는다. 흔히 외국에서 파트너란 사업적인 것 외 동거중인 커플 혹은 동성애자들이 상대를 지칭할 때 많이 사용한다. 대학교수나 교사도 동성애자가 많아 친하게 지냈던 교수님 집에 갔던 날  당당하게 그의 동성애자 파트너를 소개받고 문화적 충격에 빠졌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남자는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세계공통인 듯, 이날의 주인공도 신랑은 40, 신부는 꽃다운(?) 21살이었다.

 

결혼식장 입구에서 파격적인 가슴라인이 아슬아슬한 드레스 차림의 여자와 정장차림의 남자를

신랑 신부라고 착각한 나는 눈부신 현대 의학의 힘에 감탄하려는 순간 

들러리 겸 증인으로 참석한 신랑 친구와 그의 부인이란다.


어쩌면 신부는 화장을 곱게 하고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을까 하는 내 예상을 깨고

깔끔한 양복 차림이었다.

 

하객들이 자리를 채우고 혼인예배가 시작되었다. 신랑 신부가 행진을 하기 위해 손을 잡고 나란히 융단 위에 섰다. 친구들의 축포와 하객들의 환호가 터지며 결혼식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을 때까지, 일반 결혼식과 다른 특별한 광경은 없었다.  

 

먼저 증인이 될 들러리 부부가 입장, 증인사인을 한 뒤 결혼식을 공표하자

약간은 수줍은 듯 앳된 얼굴의 신부가 상기된 표정으로 신랑의 손을 잡고 동시 입장. 주례 앞에 섰다.

 

주례사, 찬송, 축복기도와 축가 순으로 진행된 결혼식은 혼인 서약서에 서로의 서명을 한 후 예물교환이 있었다. 결혼 반지를 신부의 손에 끼우던 신랑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가 싶더니, 순탄치 않았던 사랑의 결실에 감격한 신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신랑은 작고 갸녀린 신부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마에 키스를 했다. 이어 두 사람이 만난 과정과 서로에 대한 첫 느낌을 적은 편지를 낭독하는 시간에도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신부는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서로의 편지를 읽고 듣는 내내 손을 꼭 잡은 채 식이 끝나고, 만인 앞에서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하는 증표로 붉은 포도주를 러브샷 하며 뜨겁게 포옹하는 것으로 결혼식은 끝이 났다.

 

예식 후 조촐한 피로연이 열렸고, 하객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나누는 신랑 신부....

행복한 웃음으로 화답하는 그들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그동안 두 사람이 감내했을 이유모를 아픔 같은 것이 가슴을 아릿하게 했다.

 

호기심으로 참석했지만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기도하며 돌아 선 결혼식.

하나님은 인정하지 않는 사랑이었지만 결코 사랑하는 남녀의 결혼 풍경과 다를 바가 없었음에도

마음이 한 켠이 개운하지 못했던 건, 그들의 사랑을 터부시하거나 선입견으로 인한 부정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세뇌당한 대한민국의 성교육관과 종교적 신념에서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한 때문이었으리라.  

 

정말 행복한 표정인 신랑에게 다가가서

'너의 신부 정말 아름답다' 덕담 한마디를 던지고 나오는데, 갑자기 신랑이 포옹을 해 엉겹결에 안겨(?)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가 식장을 빠져 나왔다.

다시 한번 그들의 행복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 한다. 

 

 

[포토 에세이]- 남자와 남자의 결혼... 그러나.

 

 

보통 가정의 가장으로도 훌륭한 아빠와 남편이 되었을 것만 같은 인텔리전트한 이미지의 신랑과

필리핀계 21살 신부가 예식이 시작되기 전 촛 불에 점화 하는 장면.우측에 가슴만 살짝 보이는 여자가

신랑 친구의 부인과 친구로 이 결혼의 법적인 증인. (사진/ 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