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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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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2)


BY 오월 2010-03-23

출근길

사무실 앞에 도착해 보니

검은 비닐봉지 하나 손잡이에 걸려 있습니다.

내용물을 보니

금방 짠 들기름 한 병

머리굵은 달래 한 봉지

삶은 산나물 한 봉지

들어 있습니다.

일하시는 기사님 중 한 분이 매년 그러시니

내용물을 들여다 보고 빙그레 웃습니다.

 

비가 오고

눈이 오고

황사가 뒤덮고

안개가 끼고

일기는 고르지 못해도 사부작 사부작

바구니 하나 칼 하나 들고 양지쪽으로 나가 봅니다.

우리집 깜순이 모처럼 나들이에 온통 제 영역표시

해대며 신났습니다.

 

둘이 먹을 거니까

민들레도 꼭 한 웅큼

뿌리가 길고 실한 냉이도 꼭 한 웅큼

오솔오솔 솜털을 뒤집어쓴 쑥도 꼭 한 웅큼

바람이 얼마나 센지 눈물이 납니다.

 

조물조물 냉이 초무침

조물조물 민들레 초무침

콩가루 입힌 쑥국

살짝데친 달래나물

산나물 볶음

늦게 집에 들어온 남편 육류 못먹는

그이가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땀방울이 송글 맺힌 이마에 부지런한 젓가락질

차르락차르락 신났습니다.

 

돼지 아저씨 그만 먹어요

나 돼지 아저씨 먹여 살리기 힘들거든요

곱게 흘기는 내 눈초리.

남편 입에서 맛있다 맛있다 그럽니다.

돈 한 푼 안들이고 봄이 가져다 준 행복

상을 물린 남편이 식탐이라곤 없는 남편이

아~~

냉이 초무침 한 번만 하면서 입을 짝 벌립니다.

맨입에 먹으면 짜다고 구박을 하면서도

까짓 집어서 남편입에 넣어 주며 함께 나누는

웃음 이 행복을 위해

난 참 많이 울었답니다..

그리고 그 모든것이 감사하답니다. 

 어딘가를 향해 이렇게 외치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