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관한 법제가 강화되고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사고 파는 행위가 불가함을
전국민의 확고한 인식으로 자리 잡았다.(오잉~ 무슨 논설문 쓰는 것도 아니고....ㅎ)
따라서 하루종일 술 담배 팔아 밥 벌어 먹는 보청기 낀 할배라도
미성년자에게 술이나 담배를 파는 경우는 일절 없다고 봐야 한다.
청소년보호 법으로, 벌금 500만원 이하에다 영업정지 1년 이하로 명시돼 있지만
어쩌다 실수로 담배를 팔다 걸린 주위 영세 점주들 말로는
100만원이라도 벌금 내고 술, 담배 판매정지 한달 먹으면 구멍가게 장사 쫑 내야 한단다.
그래서 목숨 걸고 못 팔겠다는 점주와 죽어도 사서 피워야 겠다는 청소년 사이에
언제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바야흐로 시간이 갈 수록 진화하는
청소년들의 담배 사기 위한 작전은 가히 눈물겹다.
- 아이 윌 비 백형,,(곧 다시 올거라는 약속형)
굉장히 바쁜 척 가게 주인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 말보류 라이트 하나 주세요!\"
\"아, 어디보자.. 주민증 좀 주지?\"
\" 민증....집에서 츄리닝 차림으로 나오는 바람에...
저, 90년생인데요. 재수생....\"
\"갖고와....시간 널널해.\"
\" 아예~기다리세요 꼭. 갖고 올게요!\"
갖고 오기는 뭘, 한 시간 두 시간...이틀 지나도 오지않는다.
- 여유 건들 기만형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부드러운 파마까지 한 미소년이 들어온다.
어라, 이건 뭐 청바지 허리께서 주머니 아래까지 체인을 달고 손목 팔찌에다 멋은 있는대로 부렸다.
건들건들 가게 안을 슬슬 두리번 거리며 아주 여유가 넘친다.
\"아주머니, 마일두 세분 곽 하나만 주세요.\"
\" 응, 마일두 세분 곽?\"
\" 네.\"
\" 너 몇 살이니?\"
\"스물두살요. 왜요? \"
\"그렇게 안보여. 증 좀 내놔봐.\"
\"아, 참 아주머니 왜 이러세요...답답하게. 제 스따일 좀 보세요. 미성년자면 이런 차림 가당키나 해요?
저기 저 건너편 마티즈 보이죠...빨간색 제 차에요.\"
\"으응...그래? 저기 저 차 말야? 운전면허증 따려면, 그래 그렇지 아니네...\"
\"자, 여기\"
담배를 건네주고 몇 분 뒤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 차는 다른 사람이 운전하고 간다.
어디서 튀어나왔는 지 중학교 교복을 입은 몇 놈들이랑 아까 그 노랑머리가 섞여 시시덕 거리며
저 멀리 걸어가고 있다.
그날 봉자 분통 터져 죽는 줄 알았다.
- 박박 우기기형
가게 들어올 때 미리 손지갑을 들고 들어온다. 딱 봐도 지갑 생김이 청소년 소지형이다.
청소년들의 지갑은 하루에 한 번 쓰일까 말까해 작고 납작하니 새 것 처럼 보인다.
종일 학교에 붙들려 있으니 돈 쓸 일이 뭐가 있을까.
주말 저녁 밥 먹고 쏘다닐 때만 가끔 쓰이지....
지갑들고 제법 어른 흉내를 낸다.
\"사장님~ 던핼 라이트 한갑 주세요.\"
\" 응 그래....주민증부터 보여줄래.\"
기다렸단듯이
\"네...여기요.\"
\"어디보자...89년 생. 근데, 얼굴이 영 딴 판이다야.\"
\"제 얼굴 맞아요. 그때 수능에 쪄들어가지고...ㅎㅎ\"
\"아무래도 니 얼굴이 아냐...\"
\"맞거등요?\"
주민증 사진과 원판이 달라 보일 때는, 아는 형님 것이거나 본인의 친형 거 몰래 움쳐온 경우가 많다.
\"이진형? 네 이름 맞니\"
\"네\"
\"이름 끝 \'형\' 자가 무슨 형자냐?\"
\"에, 그게 저..........에이쉬~ 주세요!!\"
주민증만 뺏어 들고 휙~ 나가버린다. 초등학생이라도 자신의 한자 이름 정도는 안다.
때로는 어디서 구해왔는 지 주민증 대신 사진 교체한 학생증을 내밀 때도 있다.
\"저 0 0 대생이거든요.\"
\" 좋아, 학생증 이리 주고...학번 대봐.\"
\" 학번? 학번이라......근데 학번이 뭐예요.
\"대학생이라며? 학번도 몰라!\"
\" .....어버버\"
대학생치고 학번 못 대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학교 홈피에 학번을 쳐야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런 저런 서류, 시험지에도 꼭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좀 있으면 이런 문답만으로 끽생들을 물리치지 못할 때가 오지 싶다.
청소년들과 담배 신경전 한 판은 거의 두뇌 싸움이 되었다.
반대로, 가끔 너무 동안이거나 학생처럼 보이는 어른이 있어 실수할 때도 있다.
\"아줌마, 팔로아먼트 원 하나 주세요.\"
\"어, 너무 어려보인다.....혹시 주민증 보여줄 수 있어요.\"
\"하하하....저 27이거든요. 잠시 기다리세요.\"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차를 댄 곳은 길 건너 오십여미터 가량 떨어져 있어도
기어이 가지러 간다.
흠뻑 젖은 지갑에서 주민증을 꺼내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다.
\"맞지요?\"
\"네.....맞네요 손님, 최강 동안이세요.\"
입이 귀에 걸린 채 많이 파시라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나간다.
담배 단골 한 사람 추가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