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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이네집4- 4박5일간의 이사


BY 동강 2010-03-23

큰 아이를 낳은 후에 우리 가정은 북쪽 미시건에서

남쪽 텍사스로 학교를 옮기게 되어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차로 가면 미시건 디트로이트에서 텍사스의 달라스까지 5박 6일이 걸린다고 해요

미국은 이사를 할 때 이삿짐 회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직접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삿짐 옮기는 트럭 빌려 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미시건에서 빌린 후 내가 이사 갈 텍사스의 주소지와

가장 가까운 대리점에다가 반납을 하면 됩니다.

트럭도 방이 몇 개인 집에서 살았는지에 따라 큰 차도 있고 작은 차를 빌리기도 하고

또 작은 컨테이너(트레일러)만 빌려 자기 차 뒤에 달고 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도 차를 잃어버린 후 보험 회사에서 준 돈 3000달러로 산 차를 몰고

그 차 뒤에다가 작은 트레일러를 빌려서 달고 이사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가구는 같은 유학생들한테 다 나누어 주고 옷은 택배로 붙이고

차에는 냄비. 그릇 등 정말 필요한 살림살이만 싣고 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학비는 장학금으로 생활은 남편이

신발가게에서 번 돈으로 했기에 저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하려고 트레일러도 빌리고 택배도 부치고 하니 여유 자금이 없었습니다.

겨우 텍사스까지 갈 차 기름 값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씩씩한 기상으로 출발했습니다.

같이 공부하던 유학생들의 환송을 받으며

다니던 교회식구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우리가 살던 오래된 아파트를 떠났습니다.

약간 눈물도 나려고 했습니다.

 

겨우 정 붙이고 살던 곳을 떠나 다시 낮선 곳으로 향하는 긴장된 마음을 갖고 말입니다.

큰 아이를 낳기 전 후로 남편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교회 일에 아주 열심을 내었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이때는 저도 예수님을 만났지요..

이때까지 남편은 면역학이란 공부를 하였습니다.

매일 생쥐를 가지고 실험을 하고 실패하면 괴로워했지요..

무균 생쥐가 아주 비싸다고 해요 그래서 실험에 실패하면 다시 생쥐를 사야하니

지도교수 보기가 민망하다고 하더군요.

지도 교수에게 잘 보이려고 실험도 성의껏 하고...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은 학교 공부를 접고 신학교로 가서 신학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철없는 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도 모르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해야 되자 않겠냐고 하면서 찬성했습니다.

남편은 교회에 가서 기도하면서 신학교를 알아보았고

텍사스 주의 달라스 옆에 있는 신학교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그 학교에 입학원서를 냈는데 불합격 통보가 온 겁니다.

남편은 그 학교에 다가 전화를 하여 왜 내가 불합격이냐고 따졌고

박사과정에 있는 사람이 왜 전학을 하려고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학교 담당자의 말을 듣자마자

내일 비행기 타고 학교로 찾아 가겠다고 했고

그 학교 담당자는 오지 말라고 자기가 다시 한 번 검토 해 보겠다고 했지만

남편은 텍사스로 간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비행기를 5번 갈아타고 텍사스로 날아갔습니다.

한 번에 가는 비행기도 있었지만 예약이 안 된 상태라 비행기 값이 비싸

저가 항공으로 가니 5번이나 갈아타고 간 것입니다.

텍사스 그 학교에 가니 입학 사정관들이 휴가 갔다가 다시 모여

남편 한 사람을 위한 사정 회의를 하고 남편은 그 회의에서

하나님이 신학공부를 하라고 하시니 학교를 옮기고자 한다며

입학허가를 내 달라고 하여 허가를 받아 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텍사스로 이사를 가게 된 것입니다.

이때 우리 큰 딸은 백일이 막 지나 4개월이 되었습니다.

 

오후에 출발 하여 시카고에 도착하니 어둑어둑 해졌어요.

시카고 시내의 건물들은 정말 고풍스럽고 오래된 문화재 같아 보였습니다.

참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시카고에서 한국서점에 들러 성경책을 한 권 사고

조용한 주택가에 차를 주차 시켰습니다.

남편은 운전석에서 4 개월 된 아기는 조수석에서 저는 뒷좌석에서 잠을 잤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운전하느라 피곤한 남편을 뒷좌석에서 편히 자게 해야 하는데

제가 그때는 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남편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아침에 시리얼을 먹고 출발했는데 밤에 주택가에 들어왔어

주의를 잘 볼 수 없었는데 날이 밝으니 저희가 막다른 골목길에 들어와 잤더군요..

후진을 하여 나가려고 하니 남편이 차 뒤에 트레일러를 달고 운전 하는 게

처음이라 후진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겁니다.

한 참을 낑낑대고 있는데 백인 아저씨가 오더니 자기가 후진을 좀 해 줄까 하더군요.

고맙다고 부탁한다고 하니 아주 능숙한 솜씨로 차를 후진 시켜

직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시카고 시내를 채 벗어나기 전에 비탈길에서 차에 연기가 막 나는 겁니다.

놀래서 차를 갓길에 세우고 본넷트를 여니 연기가 확 올라오는 겁니다.

차가 식을 때까지 물을 뿌리고 한참을 기다렸어요.

차들이 씽씽 다니는 대로에 차를 세우고 작은 아기를 안고 있자니

겁이 나서 눈물이 막 나왔습니다.

차가 식은 후에 트레일러를 빌린 그곳 대리점에 가서 차 점검을 받으니

우리 차로 텍사스까지 갈 수 없다는 것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곳에서 트레일러를 반납하고 큰 트럭을 빌려

그 트럭에다가 우리 고물 차를 달기로 했습니다.

그러자니 돈이 아주 많이 모자라는 것 이었습니다.

미시건에서 아주 친하게 지내던 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께 전화를 해서

돈을 빌렸는데 감사하게도 그분이 카드 번호를 불러주었고

또 대리점 주임은 텍사스까지 갈 기름 값을 우리가 가지고 있던 금액보다

조금 더 현금으로 주면서 행운을 빌어주었습니다.

 

반납할 트레일러에서 짐을 모두 내려 트럭에 다시 싣는데

힘이 얼마나 드는지 참 처량했습니다.

아기를 안고 근처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두개 사서 먹으며

짐을 옮기니 깜깜 밤이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시카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머물고 있는것이지요..휴

이렇게 하여 다시 텍사스로 내려가는데 가는 중에도 여관에서는

한 번도 자지 못하고 계속 차에서 잤습니다.

미국 고속도로는 우리처럼 휴게소가 없어요.

그냥 Rest Area 만 있어요. 차들이 그냥 잠시 쉬었다가 가는 곳이랍니다.

여기는 큰 트럭들이 시동도 끄지 않고 밤에 잠을 자더군요.

우리도 거기서 자고...아기는 조수석에서 자고 참 밥은 계속 해 먹었어요.

한국인은 밥 힘으로 산다고 밥은 먹어야 되잖아요. 남편도 아기도 고생했지요.

그래서 Rest Area의 화장실에서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서

김치와 김과 멸치 볶음으로 두 끼를 먹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5박 6일 걸린다는 여행을 저희는 쉬지 않고 달려 4박5일에 마쳤습니다.

드디어 텍사스의 달라스에 도착했어요..

 

어휴 힘들어^^ 글을 쓰면서 그때를 생각하니 지금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해서 저희 가정은 성공적(?)으로 이사를 하고

남편은 신학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족의 고군분투이야기는 계속됩니다.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