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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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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떠나기.-법정스님.


BY 수련 2010-03-11

남편과저녁먹는데 뉴스에 법정스님이 입적하셨다는 자막이 나오데요.

 

아, 우째 이런일이..

나의 정신적 지주였는데... 너무 사랑했는데...ㅠㅠㅠ

남편이 먹는 반주 한잔 얻어먹다가

에이, 와인 한 병 통째로 들고와서 반 병을 마셨습니다.

지금 어리버리~~~~~~

 

15,6년 전인가 창원에 강연을 오신다길래 부리나케 갔죠.

나는 가톨릭 신자라 분위기때문에 좀 서먹했는데

몇몇수녀님도 보이고 신부님들도 보여 긴장을 풀고 어깨를 펴고, 눈을 꽂고

귀를 활짝 열고, 강연을 들었죠.

 

스님은 자신의 강연 전에 지역 불교계에서 몇 차례 들락거리며

노래, 소개 인사말. 꽃다발 증정..하니 화를 내시더군요.

 

내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한테 왜이리 복잡하게

서론이 기냐며 다음부터 또 그러면 절대 안나타난다고 하시데요..

참 옳은 말씀이라 고개를 끄떡였죠.

 

근데 정작 강연을 하시는데 한마디도 못알아듣겠습디다.

제일 뒷자리에 앉아전라도 사투리억양을

갱상도 아지매귀로 들으니 당최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죠.ㅎㅎㅎ

 

그래도 좋았습니다 직접 뵌것만도 영광이었으니까요.

스님은 종교의 벽을 허물었죠.

목표는 같은 한가지인데 가는길이 서로 다르다고

헐뜯고 비판하지 말라고.

 

제가 글을 쓸때 스님의 글귀를 참 많이도 인용했는데...

\"하하 봄날이 나를 흔드네.\"하면 괜히 내 가슴도 설레고.

\"세월은 가는것이 아니라 오는것\"이라고 하면 허탈감이 의욕으로...

 

모든걸 다 버리고 떠나셨군요.

스님의 화두,\'맑고 향기로운 삶\'을 사시고.

 

성철스님 입적때 다비식을 하고 사리를 건졌다고 좋아하며 전시하는 걸 보고,

혀를 차면서 성철스님을 욕보이시는거라고 화를 내시던 스님.

물고기를 잡아 다시 강에 놓아주는 방생을 하는 사람들을 나무라십디다.

다시 놓아줄 물고기를 왜 잡냐고 (물고기 스트레스 받는다고)

 

산속 오두막집에서 텃밭을 가꾸며

깊은 산속의 다람쥐,토끼, 짐승들과 친구하며,

소리만 들어도 새들의 이름을  다 알아내시는 스님.

 

철저한 자연주의셨죠.

스님의 책을 읽으면 마치 내가 그 산 속에

들어 앉아있는 느낌이 든답니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따뜻한 햇살,

천연의 생수와 강물,침묵에 잠긴 고요, 별이 빛나는 밤하늘,

아름다운 꽃과 새소리,,,,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자연에 감사하라\"

 

스님의 글을 읽으면 정말 마음이 맑아진답니다.

\'오두막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맑은 가난속에서 길러진 따뜻한 마음씨다\'라고 했습니다.

불행과 행복은 다 내 안에서 나오는거라고 하셨죠.

남편이 아프면서 스님의 글에서 참으로 많은 위안과 깨달음을 배웠습니다.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낳으니 긍정적인 삶을 살라\'

그 글을 읽으면서 그 날로 당장 제 삶의 지표가 당장 바뀌었죠.

<긍정적인 삶을 살자>로.

 

저는 처음 스님의 글을 읽으면서 여자인줄 알았어요.

어찌나 글이 아름답던지요.

그냥 책안의 풍경속으로 들어가서

스님이 가꾸는 난화분을 마주하고

흔들리는 촛불에 맑은 차한잔 마시고 싶은...

 

자신이 입적하면 절대 사리를 받을 생각도 말라고 엄명하셨던 스님은

아예 영결식도, 모든 장례 절차를 생략하라고 하셨나봅니다.

역시 법정스님 답습니다.

 

현실비판도 날카롭게 하셨죠.

\'세상이 시끄럽다는 것은 세상 그 자체가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과 그들이 하는 일, 즉 인간사가

시끄럽다는 것이다.\'

 

너무 요란스럽게 하지말고,

조용히 그분의 뜻대로 애도했으면 합니다.

 

 

 

 

담배도 안 피시는데 웬 폐암인지..

남편이 하루 두갑피우는데

아무리 눈치해도 마루에 대장처럼 버티고 앉아

\'절 싫은 중 떠나라\'하며 피웁니다.

아마 나도 조만간 간접흡연으로 인한 폐암선고를 받을 건 아닌지..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