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11

엄마자리


BY 그대향기 2010-03-11

 

 

지난 주 토요일에 큰 딸은 귀국을 했다.

옆집에 놀러 갔다 온 차림으로 엄마를 맞이하는 딸과 사위.

꼬박 이틀 동안을 비행기에서 지친 몸들이 피곤에 절어서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폼들이다.

화장기 하나 없는 생얼의 딸은 아직 어린티가 졸졸...ㅎㅎㅎㅎ

결혼을 한 주분지 그냥 사촌오빠 따라 놀러 나온 어린앤지....

결혼 2년차 주부라기엔 에임~~에임~~ㅋㅋㅋㅋ

 

반가워서 얼싸안고 한바퀴 돌아 주고 사위랑은 멋있게 악수 한번으로 잘 왔어~~

고생이야 둘 다 한 눈치고 세상물정 모르고 지구 반바퀴나 돌아서 날아간 나라에서

몸 고생에다가 마음고생까지 톡톡히 하고 돌아왔지만 비싼 인생공부는 좀 하고 온 듯.

시시콜콜 묻는 것 보다는 살아가면서 하나 둘씩 풀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큰 목돈을 벌러 간 것이라기보다는 공부도 할겸 세상 경험을 하러 나간 자리였으니

1년 5개월은 그리 긴 세월은 아닐지라도 결코 짧은 세월 또한 아니리라.

 

그 나라가 워낙에 치안이 어려운 나라라기에 당초 예상했던 3~5년의 계획을 앞당겨 들어오게했다.

가구며 가전제품들을 새로 사 주면서 더 이쁘지고 멋있어진 것 까지는 좋은데 가격 또한 엄청 올라 있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부지런한 이 엄마가 필요한 사람들한테 신혼살림들을 다 나눠주고 없는걸....ㅎㅎㅎ

뼈 아픈 돈을 헐어서 바리바리 가구며 가전제품들을 들여주는데 아이~~나도 바꾸고 싶어서 혼났네.

결혼하고 여태 가지고 있는 가구들도 있고 보통 15년도 더 된 구닥다리 내 가구들...

여기저기 세월의 흔적들이 깊게 파인 가구들이지만 버리질 못하고 안방이며 거실에 한자리 하고 있다.

바꾸려면 바꿀 수 있지만 뭐 크게 불편하진 않으니 그냥 살지 뭐.

나중에 정말 나중에 자리 잡고 진짜 우리집에 살게 되는 날 폼나는 가구 들이고 살기로 했다.

우선은 볼품없고 분위기 떨어지는 낡은 가구들이지만 아이들 공부시키고 살아가는데 큰 불편없으니....

 

냉장고에도 보석이 촘촘히 박혀 불빛을 받아서 반짝반짝 너무 낭만적이질 않나~

가스렌지에도 장롱에도 침대에도...온통 보석 박힌 제품들이 신제품이란다.

나이가 좀 들면 유치해 보일런지 모르겠으나 아직 어린 신부니 큐빅이 박힌 깔끔한 냉장고에 가스렌지 장롱은

방안을 환하게 밝혀줬고 앞날에 보석처럼 단단하고 밝게 빛나라는  의미에서 세트로 다 갖추게 했다.

이불까지 다 나눠 주고 나니 이거야 원....부담 백배.

저번에는 실용성을 강조하며 해 줬던 이불을 이번에는 신혼의 기분을 맘껏  누리라고 야샤시~하늘하늘~

내가 마치 신혼으로 돌아간다는 기분으로 최대한 밝고 분위기 있는 이불로 맞춰주고 커텐까지 완비.

이젠 더 하려고 해도 능력 이상의 일이라며 두 손 다 들고 나왔다.

이불에 커텐  가전제품에 가구...그릇은 그대로 쓰기로 했다.

 

낮은 촌 집에 살다가 11층 높은 아파트로 올라가니 시야가 탁 트여 좋았고

마침 아이들 아파트 앞 동이 없어서 먼 산이 다 보이고 일조권도 방해받지 않아 아주 좋다.

첫 월급 타면 바로 청약부금 넣으라고 단단히 일러 줬는데 어찌할지....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어렵고 까다로운지 아니면 왜 굳이 집부터 사야하는지 알기나 할런지...ㅎㅎㅎ

내집마련 부터 하고 다른 거 장만하라고 귀찮을 정도로 일러줬더니

\"엄마~~제가 뭐 어린앤가요? 한 얘기 또 하시고 또 하시고...저도 알만큼 알아요.ㅎㅎ\"

볼멘 소리로 엄마의 걱정을 일축한다.

알긴 뭘 아냐~`ㅋㅋㅋㅋ

 

냉장고가 배달되고 빈 냉장고에 내가 해 간 밑반찬을 차곡차곡 밀어 넣었다.

꽈리고추 놓은 쇠고기 장조림에(딸은 장조림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몇가지 기본적인 반찬하고

김치통에 딸하고 사위가 좋아하는 익은 김치 한통,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그리고 무공해 버섯가루들.

자른미역에 알사탕 만한 자른 다시마, 새우와 멸치가루,깐마늘과 대파와 풋마늘까지...

당장 냄비만 준비되면 밥 해 먹는데는 지장이 없게 손두부까지 한모 사 넣어서 채워뒀다.

쌀은 미리 사돈댁으로 배달해 드렸고.

딸이 귀국하면 쌀 안 떨어지게 좀 나눠 주고 사돈댁도 드시라고.

 

항공편으로 부쳤다는 아이들 짐이 아직 도착되지 않았고 들어 올 때 기내로 가져 온 가방 안에서

쏟아지는 과자과자과자들..............그리고 커피봉지들.

사돈내외 그러니까 아이 시부모님 두분의 구두와 우리 부부 구두 빼고는 온통 과자천지다.ㅋㅋㅋ

시누이 아이들 줄 과자 우리 할머니들 모두에게 드릴 과자 그리고 교회 유년부 아이들 과자까지.

다른 선물은 좋아할지 어떨지를 잘 몰라서 구하기 힘든 맛있는 과자를  사 왔다나 어쨌다나?

한사람 한사람 다 기억해 가면서 산 과자들이라 에지간히 맞아 떨어졌고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맛뵈기로 한봉지 헐어서 맛을 보는데 음..................괜찮은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도 그렇지 온통 과자만 사 오다니...아~그 나라는 커피 농장이 있다며 질 좋은 원두도 몇 봉지.

요즘 프림을 빼고  블랙으로 마시는 친정부모님이 아주 좋아할 거 같아서 시부모님 커피랑 사 왔다니

어린 나이에 기특한건가?

 

세상 물정을 하도 모르고 간 시집이라 멀리 떨어져 있을 땐 몰랐는데

가까운 곳에 정착을 한다니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게 아니다.

시부모님들한테 잘 하는지?

사위랑은 의견조율이 잘 되는지?

다음 주 부터 당장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한다는데 일은 잘 배우게 될런지?

학교공부랑 직장은 엄격하게 다른데  적응은 무난하게 잘 할런지?

목사님 가정이라 보는 눈이 너무 많다보니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신경 쓰인다.

엄마인 나도 이 정돈데 그 어린 딸은 오죽하랴~~

귀엽게 봐 줄 나이가 어느 정도까지일까?

 

남편은 여전히 딸 집으로의 행차는 자제 하라고 그러고 나도 어지간하면 남편의 엄명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딸 집의 방문을  자제하려고 한다.

혹시라도 엄마가 자주 출입하면서 딸이 엄마의 입김으로 사위랑 말쌈이라도 생길 까 봐.

좋을 때는 모르는데 혹시라도 부부싸움이라도 할 경우에 엄마탓이라도 생길 까 봐.

딸이 주체성을 잃고 엄마한테 기댈까 봐.

혹시라도 사돈댁에서 친정엄마의 잦은 출입에 불편을 느낄 까 봐....................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번 이상 딸 집의 냉장고 문을 열고 맛있는 반찬을 해 넣어 두고 싶고

집도 말갛게 청소 해 두고 볕 좋은 베란다에는 화초라도 들여 주고 물을 듬뿍 줘서 생명을 키우고

퇴근해 들어 오는 딸과 사위가 편안하게 쉴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지만

둘이서 티격태격 서로를 알아가면서 서서히 부부가 되어 가기만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바랄 뿐이다.

나이가 좀 든 딸이었다면 이리도 걱정이 되진 않을 터.

둘째는 나이가 좀 들면 시집가라고 벌써 부터 세뇌를 시키고 있는 중이다.ㅋㅋㅋ

둘째도 그러마라고 했으니  믿어보지 뭐.

 

이젠 둘이서 뭘 해 먹고 살든 지켜만 봐야지.

그 나라에 가서 갈비찜을 멋지게 해서 주변인들을 놀라게 했다는데

언제쯤 이 엄마한테 그 멋진 갈비찜 솜씨를 보여주려나~``

벌써 짐 정리는 대충 다 했다고 그랬고 밥도 해 먹으면서 이 일주일을 황금휴가로 살아간단다.

다음 주부터는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사무직 일을 보게 됐다며 출근을 해야 한다는 딸.

첫출근 날 지각은 안하게 일어나야 할텐데...아침 밥은 챙겨 먹고 나가야 할텐데.....

출근하고 난 빈 집에 난장판은 아니게 좀 치우고 나가려나~~???

우리 엄마도 나 시집보내 놓으시고 이런 심정이셨을라나?

내 딸은 이 엄마 마음을 백분지 일이라도 이해하고 있을려는지.....

내가 못 헤아렸듯이 내 딸도 아마........................모를거야.

 

남편이 그랬다.

당신 충분히 다 했으니 이제 그만 한숨 돌리고 쉬지 그래~~~

오늘도 내일 귀국 후 첫 친정 나들이를 할 딸 내외한테 줄 만두를 하루 온 종일 빚었다.

만두 같은 것은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손이  많이 잡히는 음식이라

해 뒀다가 냉동실에 꽁꽁 얼려서 몇개 보내고 딸이 오면 굵은 면발의 칼국수랑 같이 끓여 줄 거다.

돼지 갈비를 넣은 묵은지찜이랑 코다리조림 새우튀김이랑......

내일이면 내 딸이랑 같은 집에서 잔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