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걱.
아들 도시락을 싸야 하는데 도무지 집에 양념들이 하나도 없다.
주방하고 우리집은 거리가 좀 떨어져 있고
할머니들과 늘 같이 하는 식사라 집에서는 간식으로 라면 정도?
끓여 먹을 작은 냄비랑 국대접 정도만 있고 음식재료는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 아침.
어제 5일 장에서 닭을 한마리 사 두고는 도시락반찬을 만들려고 냉장고를 여니
닭만 있고 아무 양념도 없는 거였다.
할머니들의 이른 아침을 차려 드리고
주방에서 올라오면서 챙겨 둔 마늘이랑 양파 기타 등등...
닭찜에 들어 갈 양념을 안 가지고 올라왔다.
200 여 미터나 떨어진 주방으로 다시 가려니 귀찮고
뜸~뜸~있는 시골버스 올 시간은 다 되어가고...
아침 잠에 늘어진 아들 깨우랴~닭고기 샤워시키랴~
냉동실에 무슨 자투리 양념이라도 있나 살피랴~
쿠쿠에 해 놓은 잡곡밥 뒤적거려 놓으랴~~
바쁘다 바빠~`
눈동자와 손이 각각 따로 놀아났다.
마늘 한쪽도 집에 안 갖다두고 이 무슨 살림살이래?
냉동실을 열어보니 표고버섯 가루 내 놓은 것도 좀 있고
보성여행가서 사 온 녹차가루도 좀 있고
생강가루도 조금씩은 있는게 아닌가?
됐어~이거면 할만한데?
처음 조리사 시험 공부를 할 때 그 선생님이 그러셨다.
시험장에 들어가서 절대로 아마추어처럼 굴지 말라고.
못해도 실수해도 당황하지 말고 프로답게 당당하게.
오늘처럼 재료가 전무한 상태에서도 난 프로답게 당당하게
서두르지 않고 아주....자신있게 하는거야.
있는 거 다 있어 하는거는 누가 못하겠어?
없을 때 해 내는게 프로지...암.ㅋㅋㅋ
얼토당토않은 괴변? 이 아니라 괴상을 하면서 뚝딱뚝딱.
그리고 냉장실에 저번에 쇠갈비찜을 하고 양념이 좀 많아서 남겨둔게 보였다.
끓는 물에 닭을 한번 슬쩍 삶아내서 그 물을 버리고 닭에다가
앞에서 본 양념들을 조금씩 넣고 조림장 좀 넣고 휘리릭~~`
뚜껑을 닫고 한번 끓여주고는 다시 뒤적여보는데 캬~~~냄새 쥑인다~~ㅋㅋㅋ
닭찜양념은 분명 아닌데 이 무슨 스페셜에 가까운 냄새가???
조금 더 조려주다가 물엿을 좀 넣고 다시 조려주는데
세수를 하고 나오던 아들이 주방쪽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엄마~~무슨 요린데 이렇게 냄새가 좋아요?\"
\"으..응...세상에서 단 하나 밖에없는 닭찜.기다려 봐~~아~~\"
라면에 넣을 대파 한대~~크흐..이거면 됐어.
감자도 양파도 없이 이것저것 섞어서 마구 넣고 한 닭찜이
상상을 초월한 기가막힌 맛으로 탄생하다니~~
색깔도 가무잡잡....반들반들....향도 끝내주고....
기름기 제거에 좋아라고 녹차가루를 넣었더니 느끼한 맛도 안나고
표고보섯가루를 넣었더니 아주 향이 좋다.
마늘은 없어서 못넣고 갈분 녹인물도 없어서 그냥 했는데
적당히 끈적거리고 적당히 간이 벤 닭찜을 두 부자지간에 한마리를 다~해 치웠다는 거.
이리하여 또 하나의 초스피드 간단요리가 탄생했다는 거.
라면을 끓여 줄 때도 녹차가루를 좀 넣고 끓여주고
양파는 기본으로 많이 넣고 대파까지 듬뿍 넣어서 육수에 보태는데
라면에 들어 있는 요상한 기름이 몸에는 안 좋다고 먹이지 말라는데도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라면의 유혹을 몇사람이나 뿌리칠 수 있을까?
끓여는 먹되 조금 업 그레이드 시켜서 먹으면 될 것 같아 나름의 방법을 쓴다.
어쨌든 오늘 아침의 초간단 초스피드 닭찜은 상상을 뛰어넘는 대 히트였다.
엄마 하나 잡숴보세요도 없었고 당신도 같이 먹지~~역시 없었다.
부자지간에 머리를 맞대고 쫍쫍쫍쫍.......
젓가락 부딪히는 소리와 찜냄비 밑바닥 긁는 소리뿐.
에라이~~~~ㅋㅋㅋㅋ
담에는 국물도 없을 줄 아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