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잠이 온다.
새벽에 공항에 가서 딸 아이를 중국행 비행기로 보내고,
아들놈을 친할머니 제사에 가라고 친가로 보내고
집에 도착하니 오전 열 한 시가 조금 넘었다.
그때부터 계속 잠이 온다.
깨어나도 혼수상태인 양 정신이 아득하다.
잠깐씩 정신이 깨어나면 눈물이 나온다.
딸 아이 출국장 나가던 표정이 가슴에 박혀 온다.
한 번 안아 줄 걸...
어제 목욕탕 갔더니, 지난번엔 힘들다며 등 밀어주기를 대충하더니
해달라고도 안했는데 구석구석 잘도 밀어준다.
그만하라고 해도
\"엄마,돈 아끼지 말고 아줌마한테 때 밀어,
내가 밀어 줄 때 까지 기다리려면 아직도 멀었잖아.
여름방학때 까지 안 밀고 있으면 찜찜할텐데...\"
아플정도로 한참을 밀어대서 등 중심선이 쓰려왔다.
목욕탕에서 나와서는 친가에서 받은 제 새뱃돈을 환전하기위해 외환은행에 들렀다.
처음해보는 거라며 재밌어하는 아이한테 미안하기만 했다.
낮잠을 걸게 자고 일어난 아이들한테 고스톱치자고 분위기를 돋웠다.
셋이서 동전을 모아 점100을 쳤다.
아들놈은 계속 잃기만 하느라 끝판에 가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한 판만 더하기를 졸라 댔다.
딸아이는 본전치기로 재밌어 하고... 결국 내가 제일 많은 수확이 있었다.
다음날 새벽4시 부터 움직여야 하기에 제 돈들을 돌려 주고 판을 끝냈다.
계산도 할 줄 모르는 세사람이 친 고스톱이라 할 줄 아는 사람이 보면 혀를 끌끌 찰 노릇이지만,
TV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훨씬 더 즐거운 시간이었다.
셋이서 함께 자자고 드러 누웠는데 딸아이가 잠을 이루 질 못하고 뒤척인다.
내일부터 시작 될 객지 생활이 걱정이 되겠지 싶어 안고 다독여도 잠을 못이룬다.
잠결에 물소리가 들려 깨어보니 새벽3시인데, 잠 자기를 포기했는지 딸아이가 샤워를 하고 있었다.
어제 목욕탕 가서 때밀고 왔는데...
4시가 넘어 두 여자 준비하는 소리에 아들놈도 깨어, 미리 만들어 둔 호박죽을 대충 먹고
공항에 가기위해 나섰다.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둘이 나란히 앉혔더니,
아들 아이가 잠이 들어 있는 딸 아이의 두손을 꼭 잡고 간다.
올해로 고3이 되는 아들도 지방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한 학기만에 셋이 모여 살았다.
어렸을 적 부터 그렇긴 했지만,
한 달 남짓의 방학 동안 친구처럼 지내더니 나보다도 더 서운한 모양이다.
공항에서 티켓팅하고, 잠깐 여유 시간 동안 책을 사와서는 가져가라로 내민다.
물론.... 나한테 혼나고(짐이 많아서), 환불하긴 했다.
출국장으로 나서는 동생한테 내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환불한 돈을 가방에 넣어 준다
\"비행기 타기 전에 안에서 뭐 좀 사먹고 가. 배고플텐데...\"
딸아이 보내고 행선지가 다른 버스를 태워 아들놈을 보냈다.
나혼자 집으로 데려다 줄 버스를 탔는데, 자꾸 눈물이 나온다.
예전에 보낼 땐 안그랬는데...
집에 들어와서 쏟아지는 잠을 어쩌지 못하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었는데
도통 정신이 들질 않는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 이렇게 글을 쓰고..., 또..... 밥을 먹어야겠다...
혼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