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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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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


BY 정자 2010-02-20

내 이름은 이쁜 이름이다.

그렇지만 내 얼굴과 나이에 비교하면 생뚱맞다.

울 엄마는 내 이름을 짓기 위해 나를 낳고도 삼개월동안 고민을 하셨단다.

하도 못생겨서 이름마저 그냥 지으면 나중에 무슨 소리 들을 것 같으셨다나.

 

하긴 국민학교 육 년, 중고등 육 년 다니는 동안 나의 이름과 동명으로 된 학생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요즘엔 내 이름보다 닉네임이 더 많이 쓰인다.

\"정자\"

동갑내기 친구들 이름도 거의 자로 끝나는 이름이다.

여기에다 썼다간 개인정보 누출이라고 항의 들어 올까봐 몼 올리고.

그 중 내가 좀 꼭 소개해야 할 친구가 한 명 있다.

 

이 친구도 얼굴은 어느 바닷가 어부의 아내처럼 수더분하게 생겼다.

나랑 같이 어디가면 둘이 자매냐고 하면 이 친구 불같이 화낸다

\" 아니 내가 애랑 어디가 닮았어유?\"

나도 같이 화를 내도 되겠지만. 그랬다간 득달같이 욕부터 먼저 들을 걸 각오해야한다.

나를 만나면 너는 시골 촌년이라고 이름도 바뀐다.

\" 야~~ 이년아?\"

\" 아니 내이름은 놔두고 이년이 뭐냐? 이년이?\"

그렇게 불리고 따지고 하다보니 한 십오년이 흐른 지금에

못 들으면 귀가 이상하게 심심하다.

 

사람 속을 헤짚어 심연의 바다라고 하더니 나도 이젠 그 친구 이름보다 같이

욕을 해대니 속이 괜히 시원하고 편안한 이 심리는 뭐인지 모르겠다.

 

이 친구 딸이 올해로 스물여덟이다.

시집을 가기 가야 되겠는데.

아무리 봐도 이 딸 전혀 그런 눈치가 없는 것이다.

어렵게 가르친 대학학자금 때문에 논농사에 딸기 농사에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했다고

딸에게 하소연을 몇 번 했나본데. 요즘 애들 한 두 번 들은 애기 재방송 했다간 부모입장 전혀 

고려 해주지 않는다.

 

나에게 전화로 또 하소연이다.

\" 야! 야!! 세상에 지덜 혼자 잘 크는 놈 봤냐?\"

\" 내가 월매나 고생을 했는디..지덜 땜에?\"

\" 아! 이년아 ? 너 지금 뭐하냐? 나좀 병원에 데려다 줘?\"

이건 친구가 아니고 내가 동네북이다. 한 밤중에 부부싸움 했다고 엉엉 울며 하는 전화질에 아들 군대 갔다고 엉엉 울며 또 전화질에 이젠 딸내미 시집 안간다고 전화하니 내가 살 수가 있나? 

그렇다고 내 애긴 들어주지도 않는다.

 

주고 받는 수다속에 정드는 우정이 싹튼다고 했더니   대답이 간단하다.

\" 니는 싱거워? 맨날 헤헤 웃기만 혀라 ? 잉?\"

세상 같이 살면서 안맵고 안 고달프고 안 짠 인생을 고르라고 해도 큰 일이다.

내 친구는 자신의 인생이 가장 맵고 짜고 징한 생을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기껏 내 애기가 싱겁단다.

 

이 친구가 아직 핸드폰이 없다.

그래서 집전화로 나에게 전화하고 남편 핸드폰을 공동으로 사용하나 본데

처음엔 내가 불편해서 오는 전화도 잘 받지 못하고 집에 전화걸면 부재중이라고 하고 남편에게

전화하면 밭에 갔다고 한다.

 

할 수없이 그 친구를 찾아 밭에 가는데 멀리서 바가지를 이고 오는 아줌마가 보인다

빨간딸기를 한 바가지 따서 이고 오다가 나랑 딱 만났다.

\' 야! 이년아? 어쩜 너랑 나랑 딸레파시가 통하냐?\"

잘익은 큰 딸기만 따서 교회에 갔다주고 나에게 애들주려고 집에 가서 전화 할려고 했단다.

 

아무래도 난 이 친구 때문에 이름을 이년이라고 바꿔야 될 것 같다.

오래 오래 텔레파시가 통하려면 주파수를 잘 맞춰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