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만에 잠깐 낮잠을 자고 있었다
\"띵 똥\" 하기에 누군가 확인했더니 \"가스렌지 후드 점검\"나왔다고 했다
가스점검 정도 나온줄 알고 문을 열어주었다
들어오자마자 신문지 두장 달라더니 가스렌지를 열고는 이것저것 닦기 시작했다
민첩하게 훈련된 손길이었다 그리고는 수도꼭지 마루바닥 유리창 조리대 식탁까지
세제로 닦으면서 쉬지않고 상품 사용법과 상품안내를 했다
상품 팔기 위해 청소까지 해주면 하루에 몇집 점검 못하겠다고 했더니 힘들어서 몇집 못한다고 한다.
너무 분주한지라 차 한잔 대접할 겨를이 없었다. 계속 자리를 지키게 만들고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잡상인인줄 눈치 채었지만 그의 동작을 적당히 끊을 재간이 없었다
잠시후 결론으로 한개에 15000원 하는 세제 두박스를 한꺼번에 사면 개당 10000원에 살 수 있고
1년을 사용할 수 있고 20만원이 벅차면 카드로 월 2만원씩 내면 된다고 급하게 몰아부쳤다
지금까지 여기저기 청소해주느라 수고했는데 그냥 내 보내자니 난감해서
작은것 한병만 달라고 했더니 작은 것은 없고(9000원이라더니) 15000원짜리만 있다고 한다
이 상품은 광고비 대신 소비자에게 방문,주문판매만 하는 상품이라고 한다
관리실에 신분 확인하고 들어왔느냐고 물었더니 발끈 했다
자기 전화번호를 적은 팜프렛을 내 놓았으면 신분 확인된 것인데
세상에 나쁜사람은 1000명에 1사람 정도 밖에 안되고 착한 사람이 더 많다면서
대문에 교패 붙여놓고 사람 의심하면 어떻게 전도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자기도 믿는 사람인데 너무 사람 의심하지 말고 살라고 엄중 훈계를 했다
자기가 들어와서 하는 것을 보면 자기가 먼저 마음을 열은 것을 모르느냐고 하기에
\"당신은 내집에 들어와서 열심히 장사를 했다\"고 했다
아파트 입주 초기에 동일한 장사가 있어서 나도 9만원어치를 산적이 있었다
바로 구내 방송으로 경고해 주었다 이제야 그 생각이 났다
말을 참 잘하고 훈련이 되어 이리저리 능숙하게 둘러대는데 아직까지 기분이 묘하다.
세제 1년치 20만원어치를 사 놓고 사는 사람은 인색하지 않고 넉넉한 사람인가?
의심없이 사는 세상이면 왜 경비를 두고 비싼 관리비를 내며 살겠는가?
교패 붙여 놓고 자기가 팔아주는 물건 다 사면 전도가 잘 되는가?
살기 힘든 세상이라 특수한 판매전략인지 모르나 무척 교묘하고 씁쓸하다
혹시 힘겹게 사는 한 사람을 너무 좌절하게 만든것은 아닐까싶어 마음이 산란해진다.
신분 확인하고 대문 열어줄것을!
들어와서 잡상인인줄 안 순간에 바로 내보낼 것을!
관리실에 연락은 안했지만 낮잠 자다 벼락맞은 이 썰렁한 기분 !
무서운 세상에 살면서 나도 너무 무서워진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