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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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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만두국


BY 김효숙 2010-01-25

주일 저녁 교회에 다녀오다가 늘 가게에 들러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

이쁜 옷 입고  쓰레기를 버리러가면 왠지 맘이 쓸쓸해진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낑낑거리고 굴리고  버려야 할   장소에 갖다 놓으면

아! 해냈구나 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문을 열고 주방에 들어가 월요일에 할 일들을 찾아서 준비하다가

집에 있는 식구들 저녁 걱정에 전화를 했더니 큰 아들은 아빠랑 라면을 끓여서

먹었다고 염려하지 말랜다.

마음 편히 감자를  썰다가 혼자 사시는 할머니 생각이 났다

얼른 갈비탕 국물에 만두와 떡을 넣고 끓이며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가게에 혼자 있으니 오셔서 함께 저녁을 드시자고 했더니 좋아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어제 드린 해장국을 데워서 드시려던 중이었다고 하신다.

 

할머니는 아들 둘에 딸이 둘인데 모두가 힘겹게 산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아프셔서 30여년을  간호하시며 자식들을 키우시느라

손이 다 닳으셨다. 파출부며 청소부며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살아오신 할머니

그래도 하나님을 믿기에 웃음을 잃지 않으신다.

종이 박스가 나오면 주워서 몇 천원 씩 버신다고 고마워 하시는 할머니

시장에 다녀오면 누가 가지고 갈까 박스를 챙겨서 모아두었다가 드리곤 했더니

할머니는 우리 가게 뒷곁에 오셔서 나물다듬을 일이 있으면

소리없이  다듬어 놓고 가신다

 

이름없는 천사가 다녀가듯이 말이다.

 

처음엔 할머니께 가끔씩 고기도 대접하고 오시면

방에 들어와 함께 커피도 마시며 하하 웃곤 했었다.

맘속에 있는 슬픔을 토해내지 않으시는 할머니는 나랑 친해지고 부터는

조금씩  마음을 하나둘씩 실타래 처럼 풀어내시곤 한다.

 

할머니는 만두국을 드시면서 까만 봉지를 내미신다

뭐 가지고 올것이 없어서 냉장고에 보니

지난 가을에 딸이 보내준 알밤이 있어서 가지고 왔다며 내 놓으신다.

만두국을 먹고 할머니랑 앉아서 알밤을 벗겨 먹으니

할머니 사랑 만큼이나 달콤했다.  마음이 훈훈하다.

작은 사랑을 나누니 내가 부자가 된것 같다.

 

할머니 마음이 초라해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더욱  많은 사랑을 나눠가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텅빈 할머니네 냉장고를 기억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