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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빚다가 (2)


BY 오월 2010-01-13

내가 그녀를 처음 본것은 13번 이사를 다니고 7년만에

내 집을 장만해서 집들이를 했을 때다.

낯선 곳이라 내가 아는 사람보다는 남편 위주의 손님들이

오다보니 거의 다가 남자였는데 자신의 남편을 따라 왔던

유일한 여자 손님

근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녀의 첫모습은 이유를

알 수 없도록 선명하게 내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남색 투피스를 정갈하게 차려입고 눈처럼 흰 피부  나보다

세살이나 어린 그녀는 그렇게 나에게 강한 첫인상을 

안겼고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밖 나들이를 모르는 나를 찾아

 

가끔 우리집을 방문하곤 했다.

꼭 뭔가를 들고 빵이나 아이스크림 따위를 그리고 혹 빈손일때는

무척 미안해 하는 모습이 나보다 훨씬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종교생활에 열심이던 그녀는 주일학교 선생이였고 교회에서도

꽤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듯했다.

나와 차를 마시다가도 아이들이 올 시간이면 집으로 뛰어 갔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양쪽집에 있었기에 꼭 한 번 우리 아이가

그 집에 가서 자고 온적이 있었는데 아침에는 클래식음악을 틀어

아이들에게 기상을 알렸고 잠시 노는 사이사이에도 읽을 책을

 

정해주고 독후감을 쓰라는 숙제를 내 주더라며 다시는 그집에

안갈거라는 소리를 했었고 영어 방송을 모두 녹화해 테잎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복사해 책을 만들어 가지런히 꽂아둔

책꽂이를 보면서 난 너무나 부족하고 태만한 내 자신을 자책하곤

했었다 남자아이는 정장을 입혀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제 엄마 닮아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딸아이는 교회에서 반주를 맡게 한다며 피아노를

가르쳤다. 세월에 끄달려 살아가던 나에게는 너무나 상반되는 그녀

남편과 새해 해돋이를 보러가고 콘도를 빌려 가족들이 수시로 모임을

갖고 커피 한잔을 마셔도 분위기를 따지든 그녀.

 

그렇게 서로 정을 나누며 살아가든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나에게는 꽤 충격적인 사실하나를 전해 주었다.

그녀의 딸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꽤 오랫동안 보질 못했었는데

눈처럼 흰 얼굴에 갈래머리를 곱게 묶고 너무나 귀여웠던 그 딸이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살이 쪄서 \'특수반\'( 교과목을 잘 따라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는 반)에 있더라는 얘기.

설마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그 엄마의 정성을 알기에 절대 그럴리는 없을 것이다.

머리를 흔들고 어느날 그 아이를 길에서 만났을때 아들아이가 했던말이

사실이였음을 알고 난 정말 많이 놀랬었다.

 

같이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모른척 두 부부를 만날때 마다 가끔 딸아이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난 속으로 꽤나 놀라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도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그런 그녀가 내 생일을 빌미로 밥을 사겠다는 말이 난 너무나 고마웠고

손수만든 작고 앙징맞은 선물에 고마워 했는데 남편이 자리를 뜨자

날 차에 태워(그녀의 집과 우리집은 같은 방향이었음) 칠흑같은 어둠속을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섭기도 했지만 그녀를 믿는 마음이 있기는 했지만 꽤 늦은 시간이였고

국사 교과서에도 나오는 오래된 저수지를 끼고 달리는 칠흑같은 어둠

 

그 저수지를 지나 다시 산속으로 접어드는 곳에 제2 저수지가 있는데 차 한 대

불빛하나 없는 곳에서 달빛만을 의지해 바라보는 저수지는 갑자기 이무기라도

물을 박차고 튀어 나올것같은 두려움과 무언가 내 목털미를 잡아 챌거같은

두려움에 점점 말을 잃어갈 쯤

거의 1분 간격으로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대던 그녀가.

살기어린 눈으로 날 보며 독백처럼 소근대듯 간간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롱이 엄마 납치한 거예요 오늘밤 나하고 이렇게 한번 있어봐요 예!예?\"

눈빛도 숨소리도 평소에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분명 아니였지만

난 그녀의 그런 모습 보다는 늦지 않은 시간에 내 집에 들어가 내 시간을 갖고

싶다는 바람 내가 왜 이 늦은 시간에 위험이 따르는 이런 곳에서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사이에도 수없이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대는 그녀.

내 남편도 그녀의 남편과 함께 있는데 난 그러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산속을 벗어나 차라도 다니는 곳이라야 뛰어 내리기라도

하련만 급기야 자신의 남편을 찾으러 가는데 동행을 해달라며 산을 내려와

신호 대기중

 난 차문을 열고 뛰어 내렸다.

그리고 손을 탁탁 털면서 참 힘들게도 산다 혼자만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데 뭣때문에 

 자신을 저렇게 볶나  하는 생각만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 납치 사건이 5년이 지난 지금 벌어진 엄청난 사건과 관계가 있었다는

생각이 문득 만두를 빚다가 깨달아 졌다.

그 납치 사건이 있고난 후 난 내 사고와는 정 반대인 그녀를 별로 좋아 하지

않게 되었고 자주 가지던 만남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점점 뜸해져 갔다.

때마침 그녀가 집은 그대로 둔채 공방 하나를 열어 동네를 약간 벗어난

이유도 우리들의 만남을 뜸하게 하는 요인이 됐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빨리빨리빨리 자신의 집으로 와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