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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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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를 빚다가 (1)


BY 오월 2010-01-12

참 이상한 일이다

추울 것이라 해서 단단히 몸과 마음을 무장한 때문인지

흰 쌀가루 처럼 흩뿌리는 눈바람 속에서 차 유리를 통해

쏟아지는 햇살의 따가움이 어느 한여름 땡볕을 방불케

했다  내년 봄 연둣빛 세상에나 슬그머니 자리 내어주고

물러설 듯 제 왕국을 차린 흰눈들이 따거운 햇살에 슬금슬금

오줌을 지리듯 사라져 간다.

기온이 떨어 진다는 이유를 들어 이른 퇴근을 종용하는 남편

 

그 속마음이 들여다 보여 슬그머니 웃음이 난다.

비린 것 또는 네 발 달린 것 또는 두 발 달린 것

아무것도 먹질 못하고 푸른 초원에 뛰노는 송아지 마냥

야채만 먹는 남편은 밖에서 먹는 음식들을 무척 싫어 한다.

그렇다고 내가 음식을 무척 잘하는 것도 아니고 이래저래

못먹어 불쌍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내 남편이다.

 

맛있는 것 좀 사다 놔

하면서 쳐다보는 남편의 간절한 눈빛

어제밤  열두 시가 넘도록 앉아 투정을 부리던 생각에 웃음을

참으며 모르는 척 맛난것이 뭐냐 물으니 \" 몰라\" 라고 한다.

퇴근길 마트에 들려 만두만들 준비를 했다

저녁에 합창 연습도 가야하고 한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 나의 단점

하지만 오늘은 꼭 남편이 그토록 먹고 싶은 만두를 사지않고 내 손으로

직접  해주고 싶다.

 

연습갈 시간안에 만두를 만들어 쪄 내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열심히 두부를 으깨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잊었던 한 기억이

비수를 찌르듯 전기에 감전 된 듯 가슴에 통증으로 밀려오며 머리속에

아~~~~~

아마도 그 일이 요즘 벌어지는 이 일과 깊은 연관이 있었던 일이였구나

하는 깨달음 하나가 느껴 졌다.

20년 전 우리는 건설업에 종사하던 남편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된 곳에서 아이들 교육을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지금 살고있는 이 곳에

이사왔다. 중매쟁이가 사는 곳이고 그 분이 하시던 사업을 딱히 물려줄

 

사람이 없으니 와서 잠시 일을 배우고 맡아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 결정한

일이였고 남편이 일을 배우는 동안 알게된 거래처의 한 분

남편 보다는 한 살이 많았지만 근 20년 변함없는 친구여서 언제부턴가

남이라는 생각마저 거둬들인 사이가 되었다. 남편이 작은 사업을 시작하고는

단 한번도 다른 거래처로 눈 돌리는 일 없이 변함없는 사이가 되었다.

기쁠때도 남편이 병마와 싸우며 저승 문턱을 헤매고 다닐때도 그분과

그의 아내는 변함없이 우리곁에 있었고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그분의 아내는

가끔 우리집에 들려 남편에게 영양제를 놓아주곤 했었다.

 

처음 운수 사업을 시작하며 큰집 아주버님이 망하는 사업 난 보증 못서준다

하실때도 그분과 그 아내분이 서주신 보증으로 우리는 비싼차를

사오기도 했었다.

술을 못먹는 남편과 나는 그저 그 두 내외가 좋아 술자리를 밥자리를 같이 하고

서로의 집들을 드나들면서 더 기다려 주지않고 깊어가는 밤을 원망하며 아쉬운

자리를 털고 일어서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마 내 생일이였던거 같다.

손재주가 좋은 그분의 아내는 작은 선물을 직접 만들어 왔고 난 감탄하며

라이브 카페에서 저녁을 먹었다 네 사람이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다 남편과

남편 친구분은 다른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로 자리를 이동하고 갑자기

극도로 예민해진 그의 아내는 네 사람이 있을때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싫다는 나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