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로 임시 휴원
지난 주 시작된 뒤늦은 신종 플루 때문에 우리 원은 시청의 지시에 따라 휴원에 들어갔고
21일 월요일엔 원아들에게 성탄카드를 만들어 아이들의 두 손에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2일은 각 반의 교실들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소독을 했고 23일엔 각종 놀잇감을
세척하고 소독한 뒤 건조시키는 일을 하고 휴원의 마지막 24일엔 다음 주 교육계획안을
작성하고 다음 주에 있을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것으로 휴원 기간이 다 끝이 났다.
힘든 일들을 하며 아이들이 더 더욱 보고 싶었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생각하게 했다.
아이들 없는 빈 교실에서 책상을 들었다 놨다 하는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은
어깨도 허리도 쿡쿡 쑤시게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
가능하면 빨리 일을 마치고 책을 읽기도 하고, 미뤘던 직장인 건강검진도 받고
나름 복잡하고 많은 일을 해치우는 기간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손이 빨라 일을 빨리 끝냈을 뿐인데 각 반 외에도 나눠 맡은 구역까지
다 한 나에게 원장님은 아직 못한 반 일을 도우란다.
그건 아니지......
월요일 회의를 하며 시작한 첫 날부터, 우리는 각자의 맡은 일을 완벽하게 끝을 낼 것을
요구 받았는데, 내가 원하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 전화하고
늦게 오고 일찍 가고 한 사람의 일까지 돕고 싶은 맘은 없었다.
유독 한 선생님만 그랬기에.......
다른 선생님들은 서로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의도로 열심히 했는데.......
원장님의 말을 못 들은 척 하자니 자리가 불편해지고, 돕고 싶지 않은 마음은 요지부동이고,
일이야 하자면 얼마나 많은 가????
자료정리도 하고 관련서적도 뒤적여보고.....
결국 나중엔 빨리 일을 끝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난, 천천히, 쉬면서 내일을 했다.
한 참 뒤의 일까지 끝을 냈는데도 옆 반 선생님은 아직도 제 자리 걸음인 듯,
다른 교실이 정리가 되어 가는데도 옆 반만 정신없다.
미치겠다~~~~~~~~~~~~
할 수 없이 세 명의 교사는 휴원 중에도 등원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아이 8명을
돌보는 한 명의 교사를 아이들 곁에 두고 나를 포함한 또 한 명은 옆 반 선생님을 도왔다.
일이 늦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청소를 하며 정리를 해야 하는데 닦아서 옆에 두었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등 꼭 두 번 일을 한다.
어찌되었건 이렇게 새 학기를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처럼 되어 버린 어린이집.
내년 새 학기 준비는 아마도 쉽게 할 것 같다. 그럼 그냥 눌러 앉을까????
다음 주까지는 머물지 옮길지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하는데........
이어지는 행복찾기
바쁘고 힘든 일주일 중에도 웃는 시간이 있다.
23일 뮤지컬 공연 ‘크리스마스 캐롤’을 딸과 함께 보러갔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찰스 디킨슨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연극으로 연습도 하고
우리만의 발표회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천하의 구두쇠 스크루우지 영감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세 명의 유령을 만남으로
잘못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 보게 되어 이미지 대변신을 하게 되는 줄거리로 아이도 나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줄거리이긴 하지만 뮤지컬로 아름다운 음악과 활기찬 춤 멋진 연기
그리고 무대미술에 이어 조명예술에까지 종합예술이라 일컫는 예술작품으로
눈과 마음이 호사를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귀염둥이 석현이까지 보는 덤으로 올림픽 공원내
우리금융아트홀이라 이름을 짓고 새로 개관한
역도경기장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시간을 보고 느끼고 생각했다.
홀을 빠져 나올 때 바깥 공기는 차가웠지만 이미 훈훈한 마음으로 가득 채운 모녀는 입가에 웃음을
띠고 가벼운 발걸음을 뗐다.
바로 옆 건물, 펜싱 경기장에서는 어린왕자 이승환 24,25일 공연을 앞두고 있었고,
그 옆의 체조 경기장에서는 김장훈과 싸이의 콘써트가 아직 끝나지 않아서 경기장이
들썩들썩 지진과 같은 진동이 있었다.
그 진동에 이끌려 자꾸 체조 경기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울 딸은 내 팔을 잡아 펜싱 경기장
근처에 세운 차로 나를 끌었다.
그때, 아니..... 반팔 티셔츠 차림에 기타를 치며 부드럽게 나지막하게 노래를 부르며 펜싱경기장
으로 들어가는 저 사람은.....어린왕자?
내일 공연을 앞둔 촬영인지 카메라기사와 조명을 둔 사람과 한 사람이 더 동행한 작은 촬영을 하는
저 사람은 이승환........
“와~~~~~~~~~~~~~이승환이다. 진아~~ 우리 낼 이승환 콘서트도 가고 싶다. 그치?”
“엄마, 조금 쉬었다가 우린 바비킴이랑 김범수랑 휘성 보러 올 거잖아.
빨리 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울 딸이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나도 커서 엄마가 되면 우리 아이들 데리고 연극도 뮤지컬도 발레도 보러 갈래”
“그럼 좋지.... 너 처음에 엄마가 클래식 음악회에 데리고 갔는데 두 곡 듣고 나서 자더라.
그래도 엄마가 계속 데리고 갔는데,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자면 꿈도 참 예쁘게 꿀 것 같더라.“
“그래서 그런지 난 클래식 공연도 좋고, 콘서트도 좋고, 난타나 점프같은 퍼포먼스 있는 공연도 좋고,
뮤지컬도 좋고, 아~ 발레도 다 좋은 것 같아.”
“나중에 네 아이들하고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려면 우선은 네가 능력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고, 돈도 어느 정도는 벌어야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거든.”
“맞아, 그러니까 결국은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군^^”
“빙고~~~!”
밤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아도, 찬 공기가 머리를 띵하게 해도 우리는 세 번째 행복을 찾고 돌아왔다.
이제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예수님 탄생을 축하하며 예배당에 모여서 잔치를 벌여야지...
중고등부 교사로 봉사하고 있기에 오늘은 빨강색 후드티에 청바지를 입고
아름다운 멜로디의 찬양과 캐롤을 학생들과 함께 부르려 한다.
학생들과 함께 하는거라 어려보이려고 스키니 청바지에 어그부츠와 후드티도 밝은 색으로 입었다.^^
학생들과 함께 도는 새벽 송, 천사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잠을 깨는 목자들이 되어 보고
성탄새벽예배도 드려야 하고 몇 시간이 흐른 뒤엔 성탄 축하 예배도 드려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