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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 오는 길


BY 그대향기 2009-12-06

 

 

밤 공기가 제법 차갑다.

오늘 밤이 올 겨울 들어서 가장 춥다는데...

일주일 여행 기간 내내 날씨가 너무 따뜻하고 쾌청해서

가져간 겨울 옷을 다 꺼내 입지도 못하고 그냥 들고 왔다.

여름 휴가 때는 어지간히 들고 나가도 짐이 가벼웠는데

겨울 옷이라 부피도 많았고 몇가지 안 들고 갔는데도 한 트렁크였다.

 

잘 입어지는 옷이 있는 반면 가져가기만 했고

돌아 오는 날까지 몇번은 만져만 보고 안  입어지는 옷이 있다.

그래도 혹시나~~해서 들고 간 옷들은 짐을 정리하면서는 미안하다.

옷은 주인이 자주 입어줘야 제 사명을 다 하는건데...

약간 바래고 낡아도 자주 입어지는 옷이 있는가 하면

아주 새 옷이라도 덜 입어지는 옷이 있다.

사람도 그러리라....

 

뜨거운 한 여름의 휴가가 아니어도 좋았다.

남들 다 가는 피서가 아니라 우린 겨울맞이를 하러 갔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은 뒤로 하고 오로지 쉼을 찾아서.

사람들에 치이고 일에 치인 계절을 뒤로 하고

휴가비로 받은 비용은 다른 곳에 절대로 안쓰기.

쉬는 숙소비며 다니면서 먹어야 하는 음식비용으로만 쓰기.

아이들하고 다닐 때는 좀 모자랐지만 둘이서 다니니까 그럭저럭...

울산..포항..경주..통영..화개장터..구례장..거제도..부산 송도..양산 자연 휴양림..진해.....

경상남북도만  낚시터와 장터를 찾아서 뺑뺑이를 친 느낌이다.

 

성수기가 아니라서 숙소는 좀 나은 곳으로 잡아도 할인 된 가격으로 들어갔고

사람들이 북적대지 않으니 오히려 더 좋은 휴가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철 지난 휴가지를 돌아다니고 이른 아침에 모텔이나 산장에서 나오니까

불륜으로 오인하는 눈초리가 영~~불편했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리는데도 덜 고운 눈초리

식당에서나 유원지에서도 곁눈질까지.ㅎㅎㅎ

연하남이랑 다니는 덜 정숙한 여자로 오해를 하는건지 원...

제 남편 맞거든요~~ 그러고 외칠 수도 없고.ㅋㅋㅋ

 

작년에는 아내의 인터넷 친구들을 찾아 전국을 기사처럼 동행해 준 남편이

올 해는 장거리를 절대로 안 한다는 기준 아래서 경상 남북도와 전라도 잠깐.

그것도 도 경계선만 넘었다가 바로 돌아 왔으니.

경남의 바다 낚시터만 두루두루 섭렵하고 바닷길로 해안선 따라 돌고 돌고 또 돌고...

그렇게 일주일간을 둘이서 보낸 휴가.

또 한해를 더 살고 떠날 휴가를 기약하며 돌아 오는 길이 어찌 그리 반갑던지...

휴가 떠나던 그 첫날도 그리 반갑고 설레이더니 돌아 오는 길도 반갑더라.

거금 들이지 않고 잠 잘 넓은 방이 있고 손 때 묻은 내 물건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정겹고 푸근한 내 집과 일 할 직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 오는 발걸음이

왜 그리도 가볍고 안도감 있던지.....

 

딸 아이들 둘은 너무나 먼 이국에 나가 있어서 이 여행 경비로는 만나기도 벅차고

막내둥이 아들은 기숙사에서 열공하고 있으니 둘만이 오붓하게 떠난 여행.

일년 동안 열심히 일한 댓가로 떠났던  여행 길에 건강한 남편이 있어서 행복했고

때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한창 더운 날보다는 더 쾌적한 여행이어서 좋았다.

비록 값 비싸고 우아한 식사와 황홀지경까지 가는 호화 숙소는 아니었지만

우리 능력에 맞는 충분한 숙소며 경관까지 볼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

누가 뭐래도 건강을 회복 해 준 남편이 있어서 이 여행이 값진 여행이었음을 고백한다.

지금도 여행 가방의 옷들을 세탁기로 돌리는 중간 중간에 이 글을 올리면서

핀잔을 듣지만 (짐정리며 집 청소 좀 하라고...ㅎㅎㅎㅎ) 이 행복함을 올려야겠기에...

내일부터 또 바쁘게 할머니들하고의 일상이 이어질테지만

모든 일은 맘 가지기 나름.

오늘을 열심히 살았다면 내일은 밝음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