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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BY 정자 2009-12-06

나는 조용히 살고 싶었다.

조용한 여자도 되고 싶었고 조용한 사람도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꿈이 된지 오래다.

원래 조용한 사람은 되기 글렀고 수다떠는 시끄러운 아줌마로 결정되었다.

 

휼륭한 사람 되기 위해선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

주위 환경도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주위 환경은 조용하다가도 난데없이 난리법석이다.

특히 우리집은 개가 두 마리인데

두 마리 다 암놈이다.

여자가 조용한 것은 둘 중의 하나다.

하나는 혼자이거나 하나는 두 번째 서열에 끼여 눈치만 보는 경우다.

우리집에 사는 순님이는 너무 늙어 눈도 잘 안 떠질 만큼 눈이 축 쳐졌다.

나를 보는 눈빛은 먼 산에 흰구름 쳐다보는 것처럼 먼산바래기가 되었다.

그래도 코는 여전히 기능을 유지한다. 개코는 늙지 않는가 보다.

또 한 마리 암놈은 이제 두 살이다.

흐흐 ..젊디 젊은 것.

그래서 늘 코를 벌름벌름 거리고 암내가 나면 생전 보지 못한 숫컷들이 먼데서

원정오게 한다. 나는 아무리 맡고 싶어도 맡을 수 없는 그 오묘한 암내가 그 토록 멀리 날아가서

산 넘고 물 건너 오는 것은 아니더라도 몇 킬로 반경에 소문이 자자하게 날 정도의 위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마다 난리가 난다. 대문 한 쪽이 망가져 잠그나 마나 늘 열린 싸릿문이 된지 오래 된 덕에

숫컷들은 지 집인듯 늘 어슬렁 달빛에 노출되어 보니 참 얄궂다.

\" 무슨 개가 저렇게 못 생겼냐?\"

집 주인으로서 한 마디 참견좀 해 봤다.

옆에서 듣던 남편이 그러네.

개나 소나 다 지짝이 얼굴로 따지는 것 봤냐는 거다.

불현듯이 내 머릿속을 획 지나가는 한 마디 명언

\" 사람의 첫인상은 단 일초도 아니고 0,03초에 결정된다\"

혹시 개도 첫인상으로 자기 짝을 찾을까?

내가 개가 아닌 이상 도무지 알 수 없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