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393

작은사랑 진한감동(73) 의사는 죽일권세가 없다 살릴 의무만 있다


BY 남상순 2009-12-06


 

사진은 병실 밖 풍경입니다. 7시간의 수술을 마친 남편이 병실로 돌아오던새벽 

겨울나무들 새벽안개에 고요히 젖어들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마침 내 생일이었습니다.

 

 

지난 12월 3일 남편은 네번째 수술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선택이 없었습니다

동의서에 수술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레지던트가 들려주었을때

순간적인 각오를 해야만 동의서에 싸인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맹장 수술을 할때도 이런 절차는 밟는 것이다\' 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도

한쪽으로는 이 싸인에 대해 나는 남편이 죽어도 후회하지 않을 결심을

모질게 하고 있었습니다.

 

수술한지 23일만에 다시 복개 수술을 하는 것입니다.

수술 결과가 좋지 못해서 근육에 고름이 차올라 고열에 패혈증 직전까지 이르게되고

나중에 복개한 후에 안 일이지만 장마비와 장폐색을 해결할려고 관을 집어 넣었으나

그것이 압력이 되어 장이 파열된 부분과 급하게 장을 잘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지라

상처가 겨우 아물고 있는 부위를 다시 절개하고 원점으로 다시 돌아간 것입니다.

 

수술 당일 첫번째로 일정이 잡혔는데 막상 시간이 닥쳐오니

당혹스러운것은 물론이고 죽음의 공포가 밀려들면서 마음이 흘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술도중 죽으면 어쩌지?  이 의사 수술 실패한 사람인데 믿어도 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의혹과 다른 선택은 없는 것일까 갈팡질팡하였습니다

 

마침 하루 전날 미국에서 아들이 와서 힘이 되었습니다.

수술 후 잘 못된 것들에 대해 처절하게 원망스럽던

우리가족의 표정들이 차분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환자는 \"지난번  보다 간단한 수술일꺼야 너무 걱정말아\" 보호자를 오히려 위로하고 있었고

아들은 \"어머니, 의사는 사람을 죽일 권세가 없습니다. 의사는 살릴 의무만 있는것이지요\"

한번 실패한 환자를 수술하고 싶겠습니까?

그래도 살려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의사에게 아버지를 맡깁시다

그리고 생명의 주인인 그분에게 살려달라고 요구합시다\"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오직 환자가 그동안 고생한 것이 너무 억울하고

이대로 죽는다면 그토록 살고 싶어한 마음을 아는데

너무 가혹하여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아들과 나에게 \"기도해요\" 라고 남기고 들어갔습니다.

23일전 수술은 9시간 반이 걸렸는데 이번에는  7시간 만에 수술하였습니다.

중환자실을 거치지 않고 병실로 돌아온것만 고마워하며 지금 병과의 한판 승부를 치르고 있습니다

 

장내부에 고였던 피고름을 깨끗이 세척하였고

수술 과정에 새로 만들어 붙였던 방광에 약간의 상처가 있었으나 사진상 발견할 수 없어서

저절로 치료되리라 믿고있으며

장마비를 예방하기 위해 소장과 대장을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이야기였고

장의 일부가 잘 못된 부분을 잘라내었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지만

의술에 무식한 나로서는 잘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안에 의사가 있으니 죽고 사는 일이 걸린 수술

누가 이 일을 하고 싶겠습니까?  사명이기에 하는 거룩한 직책이 의사입니다.

돈벌이로 의사를 한다면 한달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간호사들의 수고가 돈벌이라면 지속적으로 1년인들 할 수 있겠습니까?

사명. 참 귀한 것입니다. 똑같은 수고지만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자들과

그렇지 못한자들이 한달여 병원생활에 유리알처럼 맑게 들여다 보입니다.

 

부디 병줄을 속히 놓고 날마다 회복이 빨리 진행되어

저벅저벅 저 병실문을 열고 복도를 통해 엘리버이터를 타고

집으로 가는 그날을 상상하며 지칠대로 지친 투병생활의 생기를 다시 찾고자 이 글을 남깁니다

나보다 더 큰 질고로 고통 당하는 자들에게 한조각의 위로라도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