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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선물


BY 엠파이어 2009-11-19

한 해의 끝자락으로 내딛자면 다사다난했던.....이라는 표현을 하잖아요.

제게는 정말 올해가 그런거 같아요.

퇴근 후  3세반 선생님께 전화가 왔네요.

너무 힘들다며 그만 두고 싶다고....

아이들 5명 맡아서 수업하고 계시는데 아이들이 예쁘지가 않다고,

선생님 구하기 힘드니 그만 두겠다는 말도 못하겠고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서 견디기가 힘들다고

대체교사를 쓸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경우는 대체교사가 아니고 그만두고 새 선생님을 구해야 하는 거죠.

지금은 선생님들 구하기가 힘든 시기에요.

보통은 임기를 모두 마치고 2월에 그만 두기 때문에 구직을 해도

다음 학기를 위해 구직을 하지  당장 이직을 하지는 않거든요.

 

더구나 6,7세 반 선생님의 병가로 두 달간 비어있는 공간을 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이번 주 지나 다음 주 , 그 후 새달이 되면 나오신다고는 하는데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주방 아줌마 그만 두고 영아반 선생님까지 그러면....

답이 안나오는 거죠.....

 

유아교육 10여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유치원 근무 하면서 부모님 상을 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생님들은 아프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주말에 아파서 끙끙앓아도

거의 결근을 해 본적도 없고 본 경우도 드뭅니다.

그러니 이직이나 학기중 퇴직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그런데 2009년, 처음으로 살게된 덕소에 와서

집 가까운 곳에 구한 어린이집에서 참  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왜? 하필이면 이런 곳에 왔을까?\'라는 생각도 솔직히 해봅니다.

 

사실....유치원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라 편하게 어린이집으로 옮겼는데

일도 더 많고 , 환경도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제 필요를 원하는 손길이 더 많았기에

나름 보람도 있었지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능력이 더 강해진 것도 얻은 이득 중 하나일 테고요.

겨울처럼 다가온 가을의 끝자락에서 가슴 한 켠이 싸하도록 시린 외로움이 스멀거리며

올라옵니다.

 

그런 제가 오늘은 아주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옆 반 선생님 부재로 저를 담임마냥 따르는 아이들이 많은데

차 안에서 한 아이가 제게 편지를 줍니다.

수첩을 자르고 붙이고 색종이로 하트를 접어 붙이고 색종이로 봉투까지 만들어

스티커를 붙인 편지네요. 펴서 읽어보니

 

\"파랑반 선생님 사랑해요

파랑반 선생님이 조아요

선생님은 정말 옙어요\"

 

삐뚤삐뚤한 글씨로 철자도 틀리게 쓰여져 있는 종이를 보자니 눈물이 납니다.

썼다가 지운 흔적, 지우다가 종이가 구져진 흔적....

선생님께 마음을 전하고자 작은 손에 힘주고 엄마께 글자 물어가며 썼을 편지를 생각하니

이렇게 귀한 선물이 있을까 싶습니다.

 

오전반 귀가 하기 전 몇 명의 아이들이 저희반에 와서 물어봅니다.

\"선생님, 내일은 빨강반 파랑반이 선생님이랑 같이 수업하죠?\"

\"그래~~ 선생님이랑 동생들이 빨강반으로 갈게\"

\"앗싸~~~~신난다.\"

 

저, 귀한 선물 받은 행복한 사람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