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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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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새 만난 아침..


BY kim5907 2009-11-08

이른 아침

공원은 안개에 묻혀 꾸물거린다

낙옆향에 취해 홀로 걷는 이 길도 감사함이다

꽃 진 자리에 소담스레 앵두가 열리는 한적한

연못을 한 계절을 훌쩍넘긴 오늘 찾는다

 

쉽사리꽃 지고 화석이 되어 나를 맞는다

마가목나무 잎을 모두 떨군 몸을 칡덩굴로 감싸고 서있다

애기부들 수면위로 휘어진 가지끝에 아!!굴뚝새가 한 마리..

수직으로 세운 꼬리를 바삐도 움직이다가 이방인이 깬 고요를

아쉬워하듯 포로롱 날아간다

 

두어해 전 작은 골짜기 국수나무 그늘에서 꿈결처럼

만났던 굴뚝새..그 후 그곳을 지날때면 늘 생각을 했었는데

갑작스런 짧은 만남이 고맙기만 하다

갑자기 후득후득 비가 내린다. 준비도 없이 나선 아침인데

메타세콰이어 나무 둥치에 내 몸을 맡긴채 눈을 감고

연못위로 부서지는 늦가을 빗소리를 온 몸으로 듣는다

 

이렇게 황홀한 고요를 누가 알것인가..

비록 머리와 몸은 촉촉하게 젖었지만 나는

누구도 느껴보기 힘든 벅찬 행복을 오늘아침

굴뚝새와.늦가을비 그리고 그 모든것을 오직 나 홀로

느꼈음이 나를 닮은 이계절에 가슴이 그득해 진다

개울을 넘어 돌아오는길 조금전보다 도로는 더욱 화려해져 있다

 

나는 감히 낙옆들을 밟지 못한다

자연에 순응하여 제갈길로 가는 잎들 ..

저 숭고함에 세파에 찌들은 나의 발길은 경건한 경배를 올려야 한다

 

나도 누군가의 발길앞에  저렇게 고운 뒷모습으로 남아

가던걸음 멈추고  미소 지을수 있게 할 수 있는

그런 애틋함으로 남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