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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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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와 마침표....여기는 암병동


BY 그대향기 2009-11-06

놀란 가슴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고

수술도 큰 무리없이 잘 이루어졌기에

촌 아줌마가 더듬더듬.....피시방이란 곳을 찾아 근황을 알리게 되었다.

 

살다가 살다가  이번처럼 가슴이 먹먹해 본 적도 없었다.

아니다...

결혼 이야기부터 우린 좀 유별난 곳이 있었지만

그래도 암을 수술해야 하는 남편이 아내의  친구들을 위해서

자기의 수술 날짜까지 연기한 이번 일은 온 몸을 다해 아내를 사랑해 주는 남편의

끊임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피빛 사랑이었다.

 

봄날부터 친구들을 만날 부푼 가슴으로 힘든 일도 룰루랄라~~`

땀띠하고의 전쟁도 즐겁게 감당한 아내를 실망시켜 주고 싶지 않았다던 남편.

16 년 전에 갑상선 암을 수술하면서 목의 갑상선을 다 제거했었는데

그 때 작은 조직 일부가 남아서 16 년 동안 자란 것이다.

 

그 동안 해마다 했던 피 검사에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고는 했지만

정확하게 위치나 조직이 안 보인다고 했기에 남편이나 나나 방심했었다.

워낙에 더디 진행되는 암이었고 전이도 잘 안되는

말하자면 암 중에서도 양반 암이란 그 이유 하나 만이로도 우린 너무 태무심했었다.

 

그거던 중에 지난 달 기흉 시술을 하던 병원에서 시간이 좀 있어서

정밀 검사를 했었고 조직이 좀 보인다는 청천벽력같은 결과를 안고서도

남편은 내게도 가족들에게도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수술날짜가 바로 내가 봄부터 계획했던 모임이 있었던 날이었고....

 

단 한마디의 상의도 없이 없었던 일로 침묵을 아니지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서울이며 포항 청주에서 찾아 와 주었던 인터넷 글 친구들의 모임을 멋지게 감당해 준 남편.

시장 보기에서부터 일일 기사노릇까지 다 감당하고도 얼굴에 그늘 하나 없이

아내인 나한테까지 일절 아무런 기미도 없이.....

 

3박 4일 간의 친구들의 여행도 끝이 나고

(우리집에서 1박..부곡 1박..경주 1박)

신나는 여행기가 다 올라 올 무렵 남편은 암의 재발로 수술을 하러 가야 한다고 그랬다.

아주 보통의 얼굴로...아주 무심한 척~~그렇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하얗게 지워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양반 암이래도 전신 마취를 해야하고 몇 시간은 수술실에서 피를 봐야 하는 수술인데

어떻게 그렇게 나한테까지 비밀이어야했는지...

 

남편은 그 앞날에 있었던 2박 3 일간의 총회 기간 중에도

전국에서 와 줄 손님들에게 내가 우울한 낯빛을 하거나 힘이 없어뵈면

그 회원들이 걱정을 할거고 또 그런 내 모습이 안스러울 거 같아서 말을 안했단다.

물론 아내의  손님들도 별르고 별르서 만든 기횐데 다른 날로 잡기도 어렵고

자기만 입 다물고 있으면 모두가 다 좋은 기쁜 날이 되는거라며

병원에 수술날짜를 연기신청을 해 뒀었단다.

 

이 남자 정말.....

16 년 전에 아내의 서른 세번째 생일날에 기함할 일을 만들더니

이번에도 평생을 두고 갚아도 못 갚을 빚을 지어준다.

그런 줄도 모르고 하하 호호 깔깔.....

우리는 너무나 즐겁게 ..너무나 신나게 산을 오르고 호수를 돌고 숯불을 피웠었다.

서빙까지 확실하게 해 주었던 남편.

 

아내를 위해서라면 그 보다 더 한 일이라도 했을거라던 남편은

4시간의 수술을 잘 마치고 빠르게 회복 중이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남편한테 난 아무것도 해 줄 것이 없었다.

간호사가 수술실 문 앞에서

\" 여기서 인사하세요~~\" 했을 때 가슴이 쿵~~하고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저 유리 문 안으로 들어가면  난 없고 남편은 또 악몽 같은 마취약 냄새를 맡으면서

절대로 잠들지 않을거라며 두 눈을 부릅뜨는 촌극을 펼치지만 어느 새 스르르르르....

 

남편의 손을 꼬옥 잡아주면서 얼른 입맞춤을 해 주면서

짧게 한마디만 했었다.

\"잘 이기고 나오세요...사랑해요.\"

그 짧은 순간 남편의 눈이  촉촉히 젖어 들었다.

야속한 간호사 언니는 남편을 내 곁에서 떼어 놓고....

 

그러구러 수술실 밖에서 꼬박 4 시간을 화장실도 안가고 앉은 자리 그 자세로 벼텼다.

물론 아침도 점심도 금식하고.

배 곪고 피 쏟으며 수술하는 남편을 두고 어찌 내가 밥이 넘어가겠느냐 말이지....

안 먹으니 화장실도 안 가고 싶었다.

수술실 밖 모니터에 수술 중인 환자 이름도 나오고

회복 중인 환자 이름도 나오길 수 차례.

 

 

드디어~~~

남편의 이름이 수술 중에서 회복 중인 환자 이름 맨 윗칸에 올라 왔다.

아.....

무사하구나.

수술 예정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고 남편은 회복실에서 20 여 분을 더 있다가

스르르르...수술실 문이 열리고 목에 녹색의 넓은 띠를 두르고

얼굴 여기 저기에 소독약이 누렇게 칠해진 모습으로 나온다.

쌍꺼풀이 짙은 남편이지만 두 눈이 좀 부은 듯 하다.

그래도 내 눈에는 역시~~~미남이다.ㅎㅎㅎㅎ

 

수고했다고.....무사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중환자실에서 하룻 동안 회복하고

지금은 일반 병실에서 빠른 회복을 하고 있다.

보호자 침대가 좁다면서 자기가 보호자 침대에 잘테니까

덩치 큰 내가 환자 침대에서 자라는 남편.

이젠 여유가 생긴 모양인다.

웃기고 농담하고 가벼운 장난까지 잘 친다.

 

옆 침대에는 대장암에 직장암 또 갑상선 암까지....

온통 암환자들만 가득한 병실에서 남편은 가벼운 환자 취급을 당한다.ㅎㅎㅎ

항암치료를 12 번이나 받으러 오시는 환자들도 있고

5~10 번까지 지독하게도 힘든 과정을 잘도 참으신다.

그에 비하면 남편은 고맙고도 감사할 일들만 한 가득이다.

연속으로 힘든 일이 생기긴 하지만 견딜만큼의 시련들이라 너무나 감사하다.

 

그 동안 너무 무리하게 일을 감당하는 남편을 향해

쉬어 가라시는 신호로 받아 들이고 싶다.

마침표를 찍는 지점이 아니라 쉼표를 찍는.....

자기 목숨을 담보로 아내 사랑하기에 주저하지 않는 남편을

내 살아 있는 동안 무엇으로 그 사랑에 보답할런지...

그래서 물어보니 그냥 내가 건강하게만 있어 준다면 그게  답이라 했다.

병원에서 만나는 환자들을 보니 너무 끔찍해서

그냥 아내가 건강하게만 곁에 있어 주는게 사랑하는 남편을 위한 가장 큰 사랑이라 그랬다.

 

퇴원해 가면 남편이나 나나 건강관리를 잘 해서  우리에게 주신 그 날까지만이라도

건강 때문에 걱정을 끼쳐 주는 그런 부부가 아니길 바란다.

입원을 하고  수술실로 남편을 보낸 그 시각에 카나다에 가 있는 둘째한테서

안부전화가 왔을 때 다 잘 있다고...

국내의 가족들은 다 건강하게 잘 있다고 거짓말을 하는데

왜 자꾸 목소리가 떨리고 기어들어가는지...

눈치빠른 둘째가 자꾸 캐 묻는데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기가 왜 그리도 힘들던지.

 

\"최여사님 목소리가 평소 목소리하고는 좀 다른데~~???하하하하하하하\"

둘째의 웃음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리고 냉정을 되찾았다.

그 먼 곳에서 알면 걱정이나 하고 울기나 할건데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전화를 빨리 끊을려니까 엄마는 자기 전화만 오면 빨리 끊는다고 타박이었다.

둘째야~~`

엄마가 울기 싫어서 그랬단다.

네 전화 끊고 막내한테는 결국 들켰지만 말이야.

신종플루때문에 휴학만 하지 않았어도 들키지 않았을텐데....

울면서 아빠 면회를 온 막내가 엄마 우는게 싫다더라.

엄마가 울면 너무 슬퍼서.....

안울려고 그랬는데 자꾸 왜 집에 안 계시냐고 그러잖아...

출장이라고 둘러대는데 출장이 며칠이신데 밤에도 안 들어 오시냐고....

결국 들키고 같이 울었지 뭐.ㅎㅎㅎ

 

다 잘 되가고 있으니 사랑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며칠 내로 퇴원이 될 것 같으니 건강하게 돌아 가겠습니다~~`

뼈나 신경계통으로 전이가 안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면서

남은 날들 동안 더 열심히 더 많이 사랑하면서 살겠습니다.

전화로 문자로 쪽지로 응원해 주신 여러분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다시 씩씩하게...명랑하게...예전 모습으로 찾아 뵐께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