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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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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속으로 고맙소 외치나이다


BY 김효숙 2009-10-07

추석 다음날이다.

오늘은 친정 오빠댁에 가자며 나서는 그이 뒤를 따른다.

가게에 가서 돼지갈비 한박스와 사과 한 상자를 들고 차에 올라탔다.

추석 전날부터   장사를 하면서 큰댁에 가지고 갈 음식을 준비하느라

피곤했는지 하루가 지난 다음날인데도 피곤이 몰려온다.

외곽 순환도로를 올라타자마자

그이는 운전을 하고 나는 엄마도  안 계신 친정에 간다는 설레임과

기쁨에 곧바로 잠이 들었다

 

피곤함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했는데 차를 타고가면서

이리저리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는 잠은 정말 단잠이다.

따스한 햇살이 유리창 밖에서 일어나라 단잠을 깨운다

아유 따가워라 ...

가을구경하라고 나를 깨우나

여기가 어딘데  잠을 자냐고 깨우나

부시시 눈을 뜨고 바라보니  부평이란 팻말이 보인다

잘못왔나봐요....

왜 광명으로 가야잖아요

 

남편은 엄마한테 가는거야 한다

난 좋으면서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눈을 감으며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어진다

 

부평공원묘지 앞에는 길가에 차들이 출지어 서있다

왜 주차장도 아닌데 이리  많을까

공원묘지앞에는 안내하는 사람들이 차를 못들어가게 한다

줄지어 서 있는 차들속에서 어찌할바를 몰랐다

길이 막혀 오래지체하면 어떻게 할지...

시부모 산소에 가는 길이라면 막혀도 가야지 할텐데

친정엄마이기에 왜그리 미안할까

여자들은 다 친정이라면 큰소리치며 가지를 못한다

 

그냥가요! 엄마가 왔다가는줄 아시겠지

그이는 기어코 돌아서나오다 빈자리 발견하고 주차를 했다.

둘이는 많은 사람들속에 끼어 가다가 노오란 국화 한다발을 샀다.

우리엄마는 꽃을 유난히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십오분정도 걸어올라가니 국화 꽃길이다.

오른쪽에는 화장장이 있는데 추석 다음날도 기약없이 떠나는

이름모를 사람들의  영정사진들이 보인다

 

몇년전 엄마를 보내며 하염없이 울었던 그곳

이제는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엄마는 그 옆.............조금만 올라가면 화장을 해서

뿌리는 곳에 모셔져 있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그랬을까

오빠에 마음을 아직도 알수가 없어 물어보지를 못한다

양지바른 곳에 묻어 드렸다면 오늘 같은 날  노오란 국화꽃 화분을 사다가

엄마 산소앞에 심어드리고 싶은데

국화꽃 한다발만 사다가 드리러 간다.

 

계단을 오르기전 양옆에는 노랑 분홍색 국화꽃이 가득하다

아마도 엄마가 계신 가까운 곳에 국화꽃이 심어졌나보다

울엄마가 꽃을 좋아하신걸 어떻게 알았을까 내 생각이다.

혼자 비시시 웃으며 계단을 오른다.

 

벌써 제단 앞에는 제사를 드린사람도  꽃다발로 기도를 한사람들의 흔적이

 많이 있다.

엄마 앞에 꽃을 드리고  그이와 기도를 드렸다

눈물이 가슴속에서 솟구친다

엄마 ! 엄마 !

2년을 못왔는데 엄마 ! 저 왔어요

작년엔 많이 아파 한달을 병원에 입원해 이젠 엄마 곁으로 가나보다 했는데

엄마 살아서 여기 왔어요

 

눈물이 펑펑 쏟아진다.

엄마 ! 엄마가 계신곳은 하나님이 가까운 곳이지요?

엄마 자식들 아프지 않고 평안하게 해주세요

그리고 잘살게 해주세요

하나님께 가서 말씀좀 해주세요 ...

맘속으로 기도하며 쏟아지는 눈물을 옷깃으로 훔쳤다.

 

말없이 옆에 서 있는 남편...그만 울자

이젠 눈물도 자꾸만  말라간다.

그저 열심히 사는수밖에..어쩌랴

감당할 시련 밖에는 우리에게 허락하시지 않는다고 하셨지

감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길도 주신다고 하셨지

난 힘내서 살아갈거에요

우리 엄마 딸인데....................................................

 

실컷 울고 웃고 그러다 내려왔다.

그이 손을 붙잡고 싶은데 그냥 걸었다.

 

차를 타고 친정으로 왔더니 오빠 내외가 맛난 잡채를 해주셨다.

집 앞에 엄마가 심어놓은 대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밥을 먹고나니 오빠가 대추 따러 나가자 하신다

막대기로 대추나무 때리니 후드득 후드득 때추가 떨어진다

빨간색 파란색.......울엄마가  앞마당에 수채화를 그려주시는것 같다

달콤한 대추를 먹으며 눈물을 삼킨다

대추를 입에 넣으며 엄마 생각이 더 난다

 

그이도 나도 좋아서 대추를 줍는다.

오빠가 싸주신 대추를 봉지에 담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기쁨이 샘솟는다

남편 덕분에 엄마를 만나고 온 기분은 세상 그 어느것 보다 행복했다

 

맘속으로 남편에게 고맙소 하고 외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