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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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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


BY 동요 2009-09-20

내가 어렸을 적,

새로운 친구가 전학을 오거나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전학을 가면

크게 새로울 거 없는 시골아이들의 일상에 자그마한 파문이 일곤 했었다.

그러면서 가끔 나도 어느 낯선 학교로 가서 신비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 상상하곤 했고

내가 떠나 친구들이 울어준다면 기분이 어떨까 생각한 적도 있다.

 

세월이 지나서야 부모님이 줄기차게 한 곳에 살아주셔서(?)

나에게 헷갈리지 않는 소녀시절의 추억을 갖게 해주신게 참 감사하다 생각된다.

 

초등 입학 두 해전 이사를 갔지만 여고을 졸업할 때까지 고스란히 한 고장에서 초중고 시절을 보내

어렸을 적 죽마고우들을 소중하게 안고있는 축복을 갖게 해 주셨으니까.

 

위로 두 아이 키울 때도 전학을 해본 적이 없다.

시부모님이 사시던 본고장이니 이사갈 이유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은 아픔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파악한 어른이 되어있어

왠만하면 아이들이 전학이라는 걸 경험하지 않게 해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부모도 언니오빠도 겅험못했던 전학을 지난 해 막내 귀공이가 경험했다.

엄마 욕심 때문이었다.

지난 해 우연히 근처 문화센타로 강의를 왔다가 산으로 둘러싸인 그림같은 동네에 반해

가족을 설득해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귀공이는 1년반 사귄 친구들과 아픈 이별을 했다.

 

콘크리트 숲에서 귀공이를 꺼내 자연속에서 뛰어놀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사를 결심한 첫 번째 이유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공이에게 이별의 아픔을 준 결과가 되어 죄스러웠다.

 

전학을 가기로 한 날

난 반 아이들 수만큼 먹을 걸 챙겨 담임 선생님께 드려 아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전했고

귀공이는 슬픈 목소리로 친구들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했다.

반 전체가 훌쩍거렸다.

그 중 유독 엎드려 고개를 들지도 못하며 울고있던 아이..귀공이 단짝 친구였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에 무덤덤한 현대인들이라는 말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친구와 이별하는 일에 슬퍼하는 동심을 교실 유리창 너머로 보면서

병아리 같이 어여쁜 아이들이 고맙고 미안하고 예뻐서 속으로 눈물이 흘렀다.

 

전학온 지 1년이 더 지났는데도 늘 그리워하던 단짝 친구를 어제 만났다.

서로 전화하며 너무 보고싶어 하길래 서울 데려다 주어 실컷 놀게 해주었다.

 

귀공이 친구들과 놀고있는 동안

나도 이사오고 오랫동안 못본 소중한 사람들을 여러분 만났다.

근데 어디로 가나 자랑쟁이 천성은 못속인다.

세번 째 책 썼다고 자랑하고 코엑스에서 낼 모레 강의하게 됐다고 자랑하고

멀리 제주도에서도 강의 해달라고 해서 엄마랑 갔다 왔다고 자랑하고..

 

자랑해놓고 슬그머니 미안해 져선지 강사친구 둔 덕 좀 보라고 무료강의도 해줬다.

내 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들 둔 후배엄마 만나서는

아예 이번에 쓴 일기지도법 책 펼쳐놓고 초등학교 입학하면 반드시 일기지도 이렇게 하라고 강의하고

말 잘 안듣는 딸을 둔 친구에게는 딸과의 유대감을 위한 선배엄마로서의 조언 떠들어대고

손녀 잘 키우는 일에 유난히 관심많은 선배님께는 요즘 지리공부에 정말 도움되는 책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혼자 떠들어댔다.

그리고 강의비(?)로 맛있는 과일과 스파게티 치즈케잌 얻어먹고...

 

문득 바쁘다는 핑계로 미처 챙기지 못한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가 너무 소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책을 쓰고 강의를 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유명해진 듯 착각에 빠져

나도 알지 못하는 새 멀어지는 듯 느껴지게 해 서운함을 준 사람들은 없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린 귀공이가 소중한 친구 그리워하듯

나도 나의 소중한 사람들 잊지않고 기억하며 그들의 행복 빌어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