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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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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산고


BY 오월 2009-09-20

나와는 23년을 살고

그와는 30년을 살았다는 남편

몇 개의 현장에서 남편 신경을 자극하는

전화가 빗발칠때 남편은 그를 의지했다.

내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때 그는 남편에게

위안을 주며 남편 사랑을 독차지 했다.

 

그로인해 내가 받은 고통은 꽤나 크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남편은 그를 찾는다.

그리고 양치질을 하면서 뱉어논 남편의

검은색이 도는 타액을 보면서 그에게 분노를 느끼고

나보다 일찍 출근해 반들거리게 청소하는 남편의

부지런함 뒤로 감추지 못하고 때로는 벌레처럼 웅숭거린

그의 흔적으로 또는 하얗게 나르는 잿빛 흔적들이

날 분노하게 했다.

 

가끔은 그에 냄새로 찌들은 몸으로 엘리베이터에서

오해를 받기도 하고 드러내놓고 그를 인정할 수 없다는

항의의 표시로 없애버린 그들의 흔적을 남기는 공간들을

임시 변통하는 관계로 자판기 커피잔 속에는 늘 그의

구부러진 허연 몸둥이와 남편의 타액

 

그토록 깔끔을 떨어대는 남편이지만 그와의 뗄수없는

관계로 인해 실추되는 남편의 불결하고 더러운 행각

남편을 나에게 적극 추천한 친정엄마는 남편의 하얗고

고른 치열을 가지런히 드러내고 웃는 소웃음이 좋았다

했다 하지만 그 하얗고 가지런한 치열뒤에 검게 남은

그의 흔적들까지 보지는 못하신 모양이다.

연애없이 결혼한 것을 후회하지 않지만 다른 남자를

오매불망 그리워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아는 키스에 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남편의 혀

복숭아 향기가 나는 부드러운 푸딩같지는 않아도 늘 사포(일명 빼빠)

같은 느낌이 드는 남편과의 키스는 그를 떠올리는 순간 NO,NO,NO

가슴에 얼굴을 대 보면 피부까지 장악한 그의 냄새

그리고 머리카락까지 장악한 그의 냄새.

내 자리가 없다

모두 그의 것이다

나 역시 자존심이 상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며 남편을

밀어냈다.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한 번도 그와의 이별을 생각해 보지 않은

남편이다 그런 남편이 지금 3주째 그와의 이별 연습중 이다..

욕심이 많은 남편은 그와의 이별을 조건으로 몇 천만원이 넘는 토공

장비 한 대를 요구 한다 하지만 난 한달동안의 남편 관찰로 그 약속을

들어줄 요량이다. 일년에 한번 가는 대학병원에서 사람들 속에 섞인

남편얼굴이 너무나 까맸었다. 

지금 남편의 얼굴색이 달라지고 있다.

남편의 혀가 부드러워 지고 있다.

남편주위가 너무나 깨끗해 반드르르 윤이 난다.

술을 먹지않는 남편은 그를 사랑한 댓가로 꽤 많은

돈들이 투자 됐지만 지금은

천원지폐까지 그냥 들어있다.

식탐이 없어 먹는걸 즐기지 않던 사람이 뭐든 맛나게 잘 먹는다

 

30년 깊은정이 쉬이 끊어 지지 않으리란걸 안다

하지만 처음으로 그와의 이별을 결심한 남편의 노력이 꼭 성공

하기를 기원해 본다.

아! 남편이 낳은 결과는 무엇이 될 지 기대가 된다.

장비 한 대를 더 늘리는 즐거움과 남편의 멋진 모습 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결실의 계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