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119

암? 그거 별거 아녀~!(제17회) 명의를 찾아서


BY 만석 2009-08-05

 

1부 제17회


명의를 찾아서


  3차 항암을 시작하려고 예약을 한 바로 전 날. 우리는 결전을 앞 둔 병사처럼, 옮기려고 마음먹은 새 병원을 타진하러 전진한다. 수술성공률 100%의 명의가 있다는 암 전문병원. 국립병원이라서 나라의 보조를 받아, 그 장비가 가히 새롭고 어마어마하다는 병원으로 돌격을 하는 중이다. 그래. 다 접어두고도 암전문병원이라지 않는가. 수술 사망률 0%의. 그러나 대개의 경우 명성 있는 의사는 그 이름값을 한다지? 다만 마음속으로 까칠한 성격의 명의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아니지. 성격쯤은 까칠해도 좋다. 제발 박절하게 환자를 거절하지만 말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새 병원을 향하는 동안 그이도, 나도, 아들도, 딸들도, 입을 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명의라고 이미 이름지어놓은 그는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조용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풍긴다. 명의와 마주 앉은 우리는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 병원을 옮기는 이유며, 전의 병원에서 의사에게 들은 말 등을 묻는다. 주로 두 딸이 대답하고 아들이 붙여서 설명을 하는……. 우리는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말하고, 처분만을 기다린다. 조금은 아첨이었을까. 고명하신 존함은 인터넷을 통해서 이제야 알게 됐음도 직고(直告)해 본다. 명의는 간호사가 올린 기록을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읽는다. 그리고 내 복부의 절개된 상처를 들여다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윽고 입을 연다.


  “수술을 왜 두 번씩이나 한답니까? 이해가 안 되네.”

  “여기도 절개했네?!”

  “수술을 하려면 두 달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누가 그래요?”

  옳거니. 이만 하면 우리가 걱정하던 일은 아니올시다가 될 확률이 크다. 그러니까 두 번의 수술은 공연한 일이고, 내 복부 한 가운데의 상처는 없어도 좋았을 것이고, 수술을 해도 두 달씩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지?! 명의가 웃는다. 나도 바보처럼 따라서 웃는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 가슴 높은 곳에 얹혔던 응어리가 서서히 제자리를 잡고 내려앉는 기분이다. 흉부촬영과 심전도검사, 그리고 폐 기능 검사가 진행된다. 채혈도 소‧대변도 채취해서 바쳤으니(?), 이제는 우리의 바램대로 되려나 보다. 문전박대(門前薄待)는 면했나 보다. 


  이젠 이전의 병원에서 진료기록을 받아서 제출해야 한다. 수월치 않으리라는 예견으로 진료기록을 요구했으나, 생각보다는 손쉽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 그 ‘진료자료’라는 것이 어찌나 가지 수가 많은지, 우리 내외는 기록도 암기도 어렵다. 그건 사무직인 무역회사 과장님이 맡아야 제격이란다. 큰 아들은 새 병원에서 원하는 가슴CT, 각종조직검사결과지. 슬라이드, PET 등을 메모해서 전 병원에 요구한다. 의자에 앉아서 구경만 하던 나는, 그 상황에서도 아들의 영특함에 흐뭇하다. 아들은 진료기록을 제 손으로 직접 전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새 병원으로 향한다. 에구~. 못 난 어미 때문에 아이들이 고생이구먼. 그래도 제 여동생이 참 영특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일을 분담해서 척척 손을 맞추는 양이 모두 영특하구먼.


  다음 날로 바쁘게 진료가 진행된다. 상부소화관내시경, 상부초음파내시경, 그리고 내일은 두 가지의 CT촬영이 있을 것이고 그 다음날엔 금식으로 PET촬영이 있다 한다. 까짓! 모든 검사를 다시 한들 대수랴. 그런데 내 병이 병인지라 내시경이 통과를 못해서 상부초음파내시경 촬영이 중단되고, 원하지도 않은 검사료를 환불 받으라 한다. 돈? 안 필요한데……. 그래서 뭐, 잘 못 되는 겨? 조그만 일에도 우리는 과민해진다. 와중의 중간 중간, 내 먹이 주입도 예사롭지 않다. 아직은 이 병원의 입원환자가 아니니, 염치없이 빈방을 내 달라 할 수도 없다. 관을 통해서 먹자 하니 아무 곳에서나 그 작업이 용이치 않은 건 내 사정이다. 딸아이가 사정을 해서 주사실의 빈방을 얻어 눕히기도 하고, 환자 대기실의 빈 의자를 빌리기도 한다. 참 처절하다. 그래도 먹고 살아야지?!


  일주일의 검사가 끝나고 드디어 입원을 한다. 72암병동.  것도 내가 무슨 재벌 집 사모님이라고 1인실로. 무슨 복에 6인실의 25배나 되는 특실을 사용하겠는가. 어쩌겠냐며 ‘울며 겨자 먹기’로 입원을 하니, 다행스럽게 다음 날 6인실로 이사를……. 그도 감사하다.

  입원하고 나서도 검사는 끝이 없다. 기관지내시경을 하고 위내시경을 하고. 그런데 최종적으로, 관이 박힌 위의 상처가 수술에 지장이 없는지 알아봐야 한다는 게다. 그게 말썽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허허. 그럼, 이제까지의 검사니 입원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말씀이야?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