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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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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는 사람


BY 선물 2009-08-05

잘먹는 사람이 좋다.

 

달게 먹는 사람이 좋다.

 

감사하며 먹는 사람이 좋다.

 

 

따지지 않고 평가하지 않고 주는 대로 기쁘게 받아주는 사람이 좋다.

 

 

 

얼마 전의 일이다.

 

남편과 함께 아들놈에게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더니 친구를 데리고 나타났다.

 

아들놈과 비슷한 건장한 체격을 가진 친구였다.

 

우리 부부는 이미 식사를 한 후라 두 아이 몫의 식사를 주문했다.

 

두 아이 몫이라 했지만 네 사람 자리 값을 할 만큼 넉넉히 먹을 양을 시켰다.

 

아이들만 먹기 민망해해서 우리 부부도 한 젓갈씩 덜어 먹었다.

 

우리에게 드시라고 권하던 아들 녀석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더니 뭐 좀 더 시켜도 될까요 한다.

 

난 우리 생각해서 그러는 줄 알고 충분하다고 걱정 말라면서 추가주문을 만류했다.

 

예, 하며 얼버무리는 아들의 눈길이 친구에게 향해 있다.

 

내 계산으로는 이 아이들 배에 무리가 갈 정도의 양이라 생각되었는데 뭔가 분위기가 그게 아닌 듯 했다.

 

 

왜, 모자라니? 더 시켜줄까. 이왕 먹는 김에 배불리 먹어야지. 더 먹고 싶은 것 있음 얼른 시키자.

 

내 말에 아들 친구가 이렇게 답했다.

 

아뇨, 괜찮아요.

 

그래, 배가 아무리 커도 어떻게 더 먹을 수 있을까,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나오는 대답이 걸작이다.

 

수줍게 살짝 고개 숙이며 하는 말이

 

물마시면 배부를 거예요.

 

 

무심코 듣고 있던 남편이 껄껄껄 웃는다. 그리고 더 주문해주었다.

 

아들은 그제야 편히 웃는다. 제 친구의 양을 알고 있는 터라 좀 맘이 쓰였나보다.

 

어쨌든 잘 먹는 그 녀석이 보기가 좋았다.

 

 

나중에 아들에게 그랬다.

 

나중에 음식이 부족하다 싶으면 그렇게 말해라.

 

물 먹으면 배부르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