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3년 차 현직 교사입니다. 지금은 중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 교과서>, <십대, 지금 이 순간도 삶이다> 등 지금까지 9권의 책을 출간한 작가이도 하고요.
지금부터 연재하는 이 글들은 2008년 12월 24일, 저희 부부 20주년 결혼 기념일을 위해 제가 3년 정도 준비했던 원고입니다.
제자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도 있지만 갈등을 하고 별거를 하고 결국은 이혼의 위기까지 가게 되는 일이 생기더군요. 저에게 학교 선생이 아니라 먼저 결혼한 선배로서 도움을 청했고 그들을 도와주면서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글이 있었습니다.
제 결혼 20주년 결혼기념일 이벤트로 선물을 받기보다 누군가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요. 꼭 결혼한 부부만을 위한 글은 아니에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라고 해야할까요.
다음의 제 블로그에 30회 정도 예정으로 연재하고 있는데 제 블로그에 오시는 독자 중 몇 분이 이곳에도 올려 같이 읽었으면 하는 메일을 보내 오셨어요. 어차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함이 이 글의 목적인지라 이곳에서도 연재를 하기로 했습니다. 딱 맞는 장르가 없어 가장 가까운 \'에세이\'를 선택했습니다.
이 원고의 탄생과 이유들을 적은 머리글로 부터 연재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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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은 사람
사랑하고 있는 사람
다시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비결
사랑, 결혼하면 끝일까?
<머리글>
솔직히 이 글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남녀의, 부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뭐 그런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쓴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글은 몇몇 지인을 위해 쓴 글이었다.
‘결혼 하지 말고 혼자 살걸.’
‘결혼이 이런 건 줄 알았으면 안 했을 거예요.’
‘사랑.... 결혼하고 나니 그런 건 없던 걸요.’
‘연애 할 땐 몰랐는데 막상 결혼하려니... 생각하고는 너무 다른 게 많아요.’
라고 말하는 나의 소중한 후배들. 부부특강을 듣기 위해 아침마당을 보기 위해 텔레비전 앞에 앉을 여유(?)조차 없다 하소연하는, 그러면서도 무언가 해결책을 찾고 싶어 하는 그들을 위한 작은 선물로 준비한 글이었다.
3년이라는 짧지 않는 시간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자타 공인 ‘잉꼬 부부’, ‘닭살 부부’를 찾아 다녔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책은 사람 사는 이야기이다. 부부 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으로 행복하다며 살아가는 부부들의 이야기. 그저 동네에서 슈퍼마켓에서 마주칠 수 있는 우리네 이웃들의 사람 사는 향기가 나는 이야기를 그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똑 부러지는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이웃의 부부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모색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이것이 나의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소중한 사람들에게 주고자 준비한 나의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받은 사람들이 말했다.
‘이 선물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게 해주세요. 우리만 말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부부 문제를 아침 방송이나 사랑과 전쟁의 소재로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자녀교육서는 그렇게 많은데 솔직히 부부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적어요.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에 더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이 부부문제인데 말이에요.’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갈등했다. 망설이는 나에게 그들이 용기를 주면서 졸랐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화~악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분명 길을 열어주었어요. 그 길은 글에서 만난 많은 부부들과 같이 걸으면서 찾았다고 할까요? 우리 부부에게는 우리 부부의 길이 있어요. 한 가지 정답을 가르쳐 주기보다 우리만의 길을 찾게 해주는 것이 이 글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고 생각해요.’
1988년 12월 24일에 결혼했고 한 남자와 20년을 살았다. 그리고 행복하다 말한다.
요즘 들어 유난히 젊은 부부의 멘토 역할을 많이 했었다. 결혼 한 지 한 달 만에 별거를 하게 된 부부를 만나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대화’를 할 줄 몰랐다. 남편은 젊은 남편을, 나는 젊은 아내를 따로 만나기도 하고 내가 두 사람을 같이 만나기도 하고 남편이 두 사람을 같이 만나기도 하면서 두 사람에게 ‘소통’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날은 새벽 3시가 넘어서 집으로 돌아 온 날도 있었다. 왜 그렇게 그들을 도와주고 싶었던 걸까? 부부 상담 전문가도 아니면서. 아이를 키워본 엄마가 자녀 교육의 전문가이듯이 20년이라는 세월을 부부로 살아왔으니 전문가까지는 아니어도 그동안의 세월 속에서 얻은 경험,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제대로 사랑하기’에 대한 열망이 그렇게 열심일 수 있게 한 것이 아닐까.
제자가 보내 온 청첩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려고 합니다.’
제자에게 문자를 보내려 휴대폰을 든다.
‘두 사람이 두 사람일 때 행복할 수 있단다.’
문자로 안 될 것 같다. 조만간 긴 메일을 쓰게 될 것 같은 예감.
우리 부부가 멘토 역할을 자청했던 많은 부부들이 말한다.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상대를 너무 힘들게 했다고. 자신과 다른 상대를 이해하기 보다는 서로가 자신에게 맞춰 달라 요구하며 보낸 많은 시간들.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그 시간에 서로에게 ‘사랑’이 아닌 ‘요구’만 하며 허비하고 있었다고.
부부의 날은 둘이 하나 되는 5월 21일이 아니라 둘이 둘로서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그래서 5월 22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 내가 지나친 것일까?
분명 사랑하여 결혼하였건만 왜 결혼 후에는 사랑을 하지 못하고 살까? 사랑은 결코 한 여름 밤의 꿈같은 것은 아닐진대. 사랑은 식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가꾸고 키워가야 하는 것인데....
결혼 20주년을 맞아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가 묻는 남편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을 만나 2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면서 내가 받은 가장 큰 선물은 당신과 같이 행복해지는 비결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 비결을 찾아 다녔던 시간들, 그리고 만났던 많은 행복한 부부들. 그들과의 인터뷰를 세상 많은 부부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고개 들어 거실을 보니 남편이 거기 있다.
낡은 파자마 바람으로 까치집을 짓고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에 빠져 있어도 멋진 남편이여, 당신을 만나 정말 행복하오.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
부부, 사랑하면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