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창녕의 3 일 8 일에 서는 시골 오일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남편은 공구상으로 볼일을 보러 나가고
나는 재래시장 바닥을 훑고 나가기 시작했다.
장마 중이지만 반짝 비가 그쳤기에 장이 섰다.
입구에는 공공강아지며 꽥꽥이오리..두귀가 쫑긋한 하얀 토끼들의 동물 장이 섰고
찹쌀이며 잡곡들 뻥~~이요 아저씨까지 전형적인 시골 장이다.
올망졸망.........
가지며 토마토...꼬부라진 오이에 갓 다듬어 나온 열무에 우엉뿌리
집에서 키운 무농약 콩나물이라며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전을 폈고
고등어는 푸른 등을 뒤집어 햇살 아래 싱싱한 자태를 뽐내고 있고
즉석에서 튀겨 내는 어묵이며 통닭까지 가지 가지 시장이 푸짐하다.
아침 나절인데도 막걸리에 풋고추 된장까지 등장한 술판이 벌어졌고
누구 며느리 애기 낳은 이야기에 어느 집 장손 장가드는 이야기까지
동네사랑방이 따로 없이 여기가 사랑방이다.
농장에서 마악 담아 놔 둔 버섯이며 풋고추를 봉지봉지 사 담고
청양고추도 조금 사고 애호박도 두어개..밥에 앉힐 알록달록 콩도 사고
조기도 열 몇마리 샀고 또 뭘 더 살까?..........두리번 두리번
쭉..쭉..시장을 훑고 나가다가 으...앗......
항아리 장사다~~!!!
저 아저씨..저 아저씨는 이쁜 토기화분도 파는데....ㅎㅎㅎ
가던 걸음이 그만 그 자리에 딱 멈춰지고 말았다.
봉지봉지 산 반찬거리는 바닥에 내려 놓고 모자도 안 쓴 목 뒷덜미엔
뜨거운 햇살이 무차별 공격을 가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하염없이 크고 작은 화분들을 쓰다듬고 만지고 뒤집어 보고
이거 얼마예요? 저~~기 저 화분은요?.............
숨가쁘게 묻는 내게 느릿느릿하게 답해 주시는 아저씨.
천천히~~보시고 골라 보세요.
사모님한테는 잘 해 드려야지요.ㅎㅎㅎㅎ
그랬다.
난 그 아저씨만 장날 떴다~~하면 걸음이 멈춰지고 만다.
옹기종기 이쁜 토기분들을 안고 계신 아저씨는 인상도 푸근 하지만
늘 가격을 저렴하게 주시는 바람에 한두개에서 서너개씩을 안고 나와야 한다.
주물럭에서 지극히 평범하지만 투박한 시골 인심 같은 옹기분들이 좋아서
그 아저씨가 두어 달에 한번씩 오시면 그 자리에서 한참씩을 앉았다 일어난다.
그냥 일어나는게 아니라 꼭 몇개씩은 신문지에 둘~둘~말아서 안고.ㅎㅎㅎ
어제도 반찬 산 것은 땅 바닥에 거의 패대기 쳐 둔 상태로
화분에만 열중해서 이곳 저것 열심히 들었다... 놨다.....
이 작고 앙증스런 화분에는 다육이를..저기 큰 악어 입 같은 주물럭에는
어떤 야생화를 심을까나?..... 좀 깊은 저 화분에는 수련을 옮길까?...
온통 화분에만 정신을 빼고 쭈그려 앉은 내게 누가 말을 걸어 온다.
\" 시장 다 본거야???\"
귀에 익은 목소리의 이 남정네는 누구??
휙~돌아 보니 어느 새 공구상에서 일을 다 본 남편이 내 등 뒤에서 묻는다.
\"아~~니~~이제 올라 가려구..
볼일 다 본거에요? 나도 곧 다 볼거니까 올라 가요.\"
말은 그렇게 해 놓고도 시장 바닥에 한참을 더 쭈그려 앉았다 일어났다.
집에 꽃을 심을게 있어서가 아니다.
꽃부터 사면 남편이 그만 사라고 할 것 같아서
이제는 화분부터 사 놓고 빈 화분이 있으니 꽃이 있어야 한다고....
일부러 빈 화분을 죽~~화단 위에 정리 해 둔다.
왜 화분이 비어있지?
남편이 물으면 꽃이 없어서 비어 뒀더니 보기 흉하지?
난 고렇게 앙큼한 거짓말을 한다.
언제 이 거짓말이 들통이 날런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묘안이 떠 오를 때 까지는 이렇게 나가지 싶다.
누구는 겨울에 어찌 다 간수하려고 그러냐 걱정이지만 겨울은 겨울 문제고
지금은 뜨거운 옥상의 열기를 식혀야 하고
낮 동안의 힘겨운 사투(?) 후의 휴식은 이 말없는 식물들이다.
남편과의 편안한 대화도 더 없이 좋은 안식이고 위로지만
색을 바꾸어 피어주는 이 꽃들이 여름과 가을의 휴식임을 알기에
비싼 옷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장날 옹기 아저씨랑 꽃집 아줌마가 반갑다.
아마도 남편은 눈치 채고 있을 지도 모른다.
눈치 백단에 어리버리한 아내 머리꼭지에 올라 있는 남편이 왜 모를까?....
알면서도 모른 척..짐짓 모른채 해 주면서 아내를 이해하려 하겠지.
빈 화분이 없으면 꽃을 안 살건데 굳이 빈 화분을 사 들고 들어 오는 아내.
그런 아내를 아무 것도 아는 것이 없는 척 눈 감아 주는 남편이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너무 훌륭한 묘안인데 어쩔까?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