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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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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다쳐...


BY 엠파이어 2009-07-07

지난 수요일... 그러니까 아이들과 감자밭 견학 갔던 날...

 

어린이집 봉고차 두 대면 세살 반을 제외한 아이들이 다 갈 수 있지만

이 날은 감자를 실어 와야 했고 주방 아주머니까지 모두 출동을 해서 차가

더 필요했지요.

제 차는 Jeep이라 짐도 실을 수 있고 사람도 넉넉히 태울 수 있어서

원장님이 그 날 차를 쓸 수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으셔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답니다.

감자밭에 도착~

우린 감자를 캐느라 바빴는데

어디선가 꽈~광 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아이들이 너무나 감자를 줍고 싶어 했기에

전 그냥 감자만 캤는데...

원장님이 부르십니다~

\"선생님~  이걸 어째... 선생님 차를 다른 어린이집 차가 받았어요. 빨리 나와보세요\"

\"네에?\"

전 일단 차에 가서 보았습니다.

선명하게 범퍼에 찍힌 자국

사고를 낸 어린이집 차 앞 범퍼 역시 쑤욱~찌그러져 있었고요.

이런 이런~~

전 일단 명함을 한 장 받고

아이들 데리고 견학 오신거니 볼 일 보고

이따 다시 연락 하자며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어쩝니까?

이미 난 사고인데 속상해 한다고 다시 펴질 것도 아니고

울 아이들이 기다리는데 감자 캐야지....

감자는 다 캤지만

울 원장님 자신이 먼저 차를 쓰자고 하고 차사고가 난 뒤라

미안해하는 표정이었어요.

전 괜찮다고 하고 아이들을 태우고 노래를 불러가며 다시 원으로 돌아왔고

오전 반 아이들의 귀가지도를 한 후

다음 날 수업준비를 하는데

그 어린이집 원장님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범퍼를 갈아드려야겠지요?\"

전 뭐라 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어린이집 차가 박은 자리 옆에

제가 후진하다 박은 흠집이 있는데

범퍼를 갈게 되면

덩달아 제가 남긴 흠집까지 고쳐지는 건데....

집에 가서 남편이랑 상의를 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남편은 그 다음 날 유럽으로 출장을 가야하는데,

물론 공업사로 제가 가져가면 되긴 하지만

마음이 편하질 않습니다.

남편 역시 물론 제가 낸 흠집보다 어린이집 차가 더 큰 흠집을 내긴 했지만

수리를 받는게 마음이 편하지 않은 건 한가지였습니다.

울 남편 그 다음 날, 길 떠나며 한마디 하더군요.

\"그냥 손해 보듯 살자고...

그래도 잘 살아왔잖아...

그게 당신 마음이 편하잖아..\"

 

그 다음 날

전 그 원장님께 전화를 했고요

물론 그냥 타겠다고...ㅠㅠ

그 원장님 그래도 되겠냐고 또 묻고 또 묻습니다.

\"그냥 그게 마음이 편하네요. 새 차도 아니고 제가 낸  흠집도 있고 하니 그냥 타죠...\"

\"어머나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우리 삼 십 만원은 벌었네요. 선생님 복 많이 받으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괜스레 속이 상합니다.

\'에이~ 운전 좀 잘 하지...박을 거면 살짝이나 박지....\'

 

사실 한 달 전 쯤 제가 차에 낸 흠집 사연이 또 하나 있지요.

제 차가 좀 큰 관계로 주차를 하다가 뒷 차를 살짝 박았는데

흰 차에 그만 자국이 났네요.

전 전화를 하고

차주를 만나 연락처를 주고 단가가 얼마나 나오는지 여부에 따라

보험으로 할 건지 돈으로 계산해 줄 건지 얘기해주겠다고 했답니다.

그때 그 차주 하는 말

\"전화 왜 하셨어요?\"

\"네? 제가 차주님 차를 긁었잖아요..\"

\"여기 볼 사람들도 없는데 그냥 가버리지 뭘 연락을 했습니까?\"

하며 절 바보 취급하더군요.

\"저도 차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누군가 상처 내 놓고 메모 한 장 없으면 화가 많이 납니다.

차주님 역시 그러시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전 속으로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두라고 하겠지 했답니다 ㅜ.ㅜ

 

그 다음 날 ...

전 15만원을 입금 시켜줬습니다.

아까운 내 돈...하지만 제 실수의 댓가 이지요.

그렇다면 이 부분에서 전 분명 바보 인겝니다....ㅜ.ㅜ

 

오늘 그 원장님이 포도 두 상자, 참외 한 상자를 들고 저희 원에 왔습니다.

감사하다고...

에휴~~

포도 한 상자는 원에서 선생님들 드시고 포도 한 상자와 참외 한 상자는

저 갖다 먹으라고 주시네요.

과일을 받아들고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했습니다.

퇴근 후 귀가해서 딸아이에게 포도를 씻어주었습니다.

\"포도네^^  엄마 맛있겠다. 참외도 있고...

엄마 수박 다 먹고 살구도 다 먹으면 다른 과일 산다더니

웬 과일을 많이 사왔어? \"

 

\"묻지마~ 다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