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외출했다가 식당으로 들어 온 남편은
팜플렛을 나에게 주면서 여기 가라 ! 하는 것이다
바라보니 요식업 중앙회에서 전국 유명 음식점 견학 안내장이다
가는 곳은 전라북도 였다
1박 2일 코스다
여기저기 다니며 맛있는 요리도 먹어 볼 기회가 생길것이고
바닷가도 가서 회도 먹을 기회가 생겼다
난 어린아이처럼 무척 좋아했다
정말 ? 가요?
가라 ! 한다
오십이 넘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전라도 땅은 밟아보지를 못했다
한번 꼭 가고 싶었는데 참 좋은 기회였다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아줌마에게 부탁을 했다
내가 월요일 새벽에 와서 그날 점심 메뉴는 다 해놓고 갈께
그리고 한 사람 붙여 줄께 했다.
우리 가게에 들어 온지 석달이 다 되어가는데 찬찬히 잘했기 때문에
맡기고 가도 든든할 것 같았다.
밤에도 잠이 오지 않는다
고생하는 아내를 배려해 주는 남편이 너무 고마웠다
아무 생각 안하고 훌쩍 바람 쏘이고 오면 기분이 훨훨 날아갈 것 같았다
나는 가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온종일 가스냄새로 숨이 탁탁 막히는 주방
잠깐 뒷문으로 나가도 그렇게 좋은데............
더위가 몰려오는 7월 전에 배려하는 남편의 배려에 너무 고마웠다.
사흘 후면 간다
파란 시골 들녘도 바라보고 버스도 타고 바닷가도 가고 얼마나 좋을까
전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전라도 음식은 어떤것들이 나올까
맘 속으로 혼자 이생각 저생각이 나를 기쁘게 한다
그런데 ..
오늘 도움을 청한 사람이 들렀다
진짜 와서 해줘 ? 한다
남편에게 말하니 알아서 하라고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오라 소리도 못하고 그냥 보냈다
좋았던 기분이 다 날라가 버렸다
그냥 화딱지가 나서 속상하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가 않다
뒷뜰에 나가 얼갈이를 다듬었다
그래. 내팔자에 무슨 여행을 혼자 넋두리를 한다
배려해줬다고 기분 좋아하던 것은 착각이었다
나 같으면 아줌마들이 한다고 하니까 하루만 준비하면 되니까
다녀와.. 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 오십 넘어도 왜 여자는 남편에 눈치를 봐야하는걸까
옛다 모르겠다 하고 그냥 후다닥 떠나도 될텐데
이생각 저생각.. 어려운 겅제에 나 하나 좋자고 떠나기도 그렇다
에구 모르겠다
산다는 것은 그저 착각이다
오늘에 감사하고 오늘에 기뻐하고 그게 행복이 아닐까
잠깐의 꿈은 사라졌지만
그래.. 다녀왔다 생각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질텐데
그리 생각하지 뭐
배추를 다 다듬고 나물도 다 다듬었다
쓰레기를 버리며 속상하고 섭섭한 생각을 함께 버렸다
잠깐의 꿈은 사라졌지만
나의 영원한 꿈... 시골에 가서 살고 싶은 꿈이라도 꾸어야겠다
오천원 밥 한그릇이라도 더 팔아서 말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