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김 여사 입니다.
그래봤자 막강한 여름과 겨울을 비켜가면 걸어다닌다는 소문만
요란하지 그닥 다요트에는 효과도 없고 몸만 고생하던 중이어요.
어느 날 차사모네 놀러갔더니 베란다에 자전거가 있는거야요.
그걸 보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내심 속으로 침 좀 흘렸더니
마음씨 좋은 차 사모가 집까지 배달해주었어요.
그것이 아직 날씨가 풀리지 않은 쌀쌀한 봄날이었으니깐,
어여어여 봄 바람아 불어라, 동 남풍아 불어라 노래를 읇퍼댔어요.
세월에 장사 있나요?
어느새 꽃 몽우리가 피고지고 앉아 있으면, 꼬박꼬박 졸음이 오는 날씨가
와 이리 반가운지..
단디 무장을 했어요.
몇 년전에 구입해서 물은 빠지고 색이 바랜 썬 캡이 있는데,
그래도 이것만한 것이 없어 애지중지 머리에 쓰고,
연두색 자체발광하는 골프장갑을 끼고
선 크림을 가부끼 수준으로 바르고 자전거 출퇴근에 나선지 어언 두달이 다 되어가네요.
자전거로 출 퇴근 한다고 하니 만나는 사람마다 저녁에는 위험하니 절대 타지 말라고
심각하게 충고 하는데 아니~ 자전거가 일회용 종이컵도 아니고 어찌 편도만 탈수가 있대요?
아침에 타기 위해서 캄캄한 저녁에도 뒤뚱거리며 타고 간답니다.
처음 다니던 길은 화물차와 버스가 많이 다니는 길인데다가 인도가 좁아서
거의 서커스 수준으로 운전을 해야했어요.
그러다 요즘은 콜럼브스가 신대륙을 발견한것같이 새로운 길을 개척했어요.
시에서 축구센터를 짓는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이 나이에 축구를 하러 다닐것도 아니고
우리 집 남자들이 바지런해서 공 차러 다니는 위인들이 아닌걸 익히 알고 있기에
또또또... 돈이 남아도는 구먼,
학교 운동장에서 차면 될일이지 뭔 놈의 센터는 센터야.
그런 생각도 잠시 , 짓는건지 마는건지 관심도 없다가 어느 날, 전철을 타고 가다 밖을 보니
축구장과 함께 공원이 조성 되어져서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는 거예요.
오늘은 주황색 조끼 팀이 이기나 봐요. 연신 그 쪽에서만 함성이 터지는걸 보니...
다니는 방향과는 달랐지만 ,모로가도 서울이란 말처럼 조금 더 돌다보면 집가는 길이
안 나올리 없으리라는 개척 정신으로 자전거의 방향을 틀어 축구 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처음 며칠은 빵빵 뚤린 대로와 환한 가로등에 혹 해서
그대로 고고 씽 집으로 달려가다보니,
한 쪽 귀퉁이로 자전거 도로도 있고 삼삼오오 많은 사람들이 운동복 차림으로 걸어가는 길이 있는거예요.
오호라~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줘야지. 그러길 며칠
그럴것 없이 자전거를 한 쪽에다 쫌매 놓은 다음에 한 바퀴 도는데 이십분이 걸리니
두 바퀴 도는 날은 사십이요 세 바퀴는 육십분인 거예요.
며칠을 걷다보니 중간중간에 운동기구가 있는데.
귀 가 보배인지라 유산소 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나이 먹을수록 근력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더라구요.
허리 돌리기, 제 몸무게 들어 올리기.다리 근육풀기
이러고 놀다보면 어느새 오밤중이어요.
그나저나 처음부터 착 알아보고 자전거 도로로 달리면서 걷기도 하고 근력운동도 하면 될텐데
어찌 된 뇌구존지 그것이 한 방에 안되고 단계별 학습이니
인생이 답답타고 남의 탓 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자전거만 타자니 입도 심심하고 밋밋해서 노래 한 곡 익히기를 벌써 한 달이 넘어가는데
이제사 일절 통과요 이절과 삼절은 지 맘대로 작사 하는 중이어요.
내리막 길에서 목청껏 노래를 뽑으며 자전거 페달을 밟다보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홍 반장같은 이가 볼까봐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해요.
그래도 내가 누굽니까?
자는 공인하고 타가 무시 하는(?) 막무가내 김여사,
오늘도 고래고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러 제낍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