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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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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집에 딸이 넷이라네.


BY 정자 2009-05-20

 

얼마 전까지 옆 집에 딸이 넷이었다.

그 집에 딸만 네 자매라고 했다간 한 소리 얻어 먹는다.

아직 아들 막내를 낳지 않았다나 , 그래서 오남매가 곧 될 거라고 한다.

벌써 그런 지 오 년이 지나갔는데.

이 막내 딸이 툭하면 스쿨버스를 오도가니 못하게 세워 놓는다.

\"아! 애가 아직 안 일어났어유?\"

팔십이 다 되신 할머니가 부리나케 일찍 나오셔서 스쿨버스 앞에서 떡허니 버티고 그제야 엄마가 안고 업고 가방은 목에 매달고 나오니.

다른 동네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이나 엄마들이 아우성이다.

 

이런 것도 한 두번이지.

그 막내딸이 유치원을 다니면서 스쿨버스 앞에 팔순 할머니가 서 계시는 모습이 아침풍경이 되었다.

아침마다 조용히 넘어갈 날이 손에 꼽힌다.

언젠가는 일찍 떠나서 나는 오늘은 일찍 일어났나 했더니

막내딸이 감기몸살이 걸려서 오늘은 못 간다고 또 할머니가 운전기사님에게 크게 말씀하셨단다.

\" 오늘은 기냥 가두 괜찮어유!\"

할머니가 오라가라 신호가 떨어져야 움직이시는 버스 기사님도 참 재미 있으시다. 

그 후 늦둥이로 진짜 막내아들을 낳았다.

우리도 할머니에게 오 남매라고 불러드리면 함박 웃음을 크게 웃으신다. 이제 곧 구십을 바라보신다. 하긴 그 막내딸 이젠 초등학생 4학년이 되었다.

 

나도 가끔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가면 곧이어 시내버스가 온다.

이 할머니는 나만 보면 요즘은 어딜 다니는 겨?

난 이 할머니에 똑같은 대답을 한다.

\" 예..저어기 볼 일 좀 보러가유..헤헤\"

벌써 몇 년을 옆집에서 살았는데 객지에서 금방 온 손님처럼 늘 새롭게 묻는다.

난 나한테만 왜 그러시는 가 했더니. 나중에 보니 모두에게 그렇게 인사를 하시는 거란다.

늘 같은 인사로 \" 요즘은 어딜 다녀?\"

 

버스를 타면 열의 아홉은 모두 병원에 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특히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병원이 쉬니 월요일은 모두 병원으로 총출동 하시는 날이다

\" 아!  글씨  병원가서 주사맞으면 그땐 쪼게 반짝 안 아퍼...근디 몇 칠 안가면 그 전보다

  더 아프당께..나이먹으면 몇 칠 아프다가 얼른 죽는 것도 복이랑께!\"

\" 딸기 따다가 내 무릎팍 다 닳어...근디 내가 안 따면 누가 따냐구?.. 에잇 그 빌어먹을 농협빚만 아니면 벌써 엎었당께!\" 

\" 자식 잘 가르쳐 농께 회사일 바쁘다고 오기는 고사하고..내 전화도 안 받아부려.. 모질라다고 못 가르친 놈이 부모 알아보더라\"

\'니미럴 무슨 교통비를 준다고 오라가라 했싸아..늙은 얼굴보고 알아서 차비 안 받으면 그만인 걸 늙은이들 오라가라 귀찮게 하냐고?\"

\"요즘 세상이 월매나 좋아졌는디 그런 거 택배로 안 오나?\"

\" 거시기 그 쪽 동네 출상 나간 사람이 뭘로 죽었는감?\"

\" 송아지값이나  돼지값이나..니이미 사료값이 더 비싸?\"

\" 애덜 아프면 내가 일찍 죽어야지 하는디  이꼴 저꼴 안 볼라면 일찍 가야 하는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겨?\"

\" 아 ! 기사양반 살살 가라구..우덜 지금 어디 출근하는 게 아니당께?\"

 

버스에선 할머니들 목소리를 녹음하고 싶다.

모두 목소리도 굵고 카랑카랑하고 다양하시다. 남녀구분 모두 연세드시면 목소리만으로 구분이 힘들다. 잘 들어야 한다.

어떤 할머니는 버스를 타려고 먼저 지팡이를 버스에다 휙 집어 던져놓고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버스 난간을 잡고 한 계단씩 올라오시는데, 시간을 안 재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이분은 걸린다. 그렇게 타시고 차비를 내려고 주머니에서 지갑을 끄내시더니 카드를 대는소리를 틱! 확인하시고 그제야 어디 앉을까 둘러 보신다. 누가 자리를 얼른 비켜주고 할머니가 앉으시면 버스가 출발한다.

\" 어디가셔유?\"

옆자리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묻자

\" 응! 고추묘도 좀 사고 혈압약도  떨어졌구! 그냥 심심혀서 나가 볼려구?\"

\" 그러셔유? 그려도 이렇게 건강하셔서 버스도 타고 댕기고 왔다리 갔다리 하능것도

큰 복이지유. 내 아퍼봐유? 죽은 마누라 다시 살아나서 돌아 올리도 없고  자식눈치만 늘고, 암튼 부지런히 운동하셔야 해유?\"

 

 

할아버지 말씀을 잘 듣던 할머니가 고마워이! 고마워이!

또 손수건을 끄내신다.요즘엔 무슨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신단다.

시골버스가  유난히 흔들거린다. 잘 포장된 도로라도 흔들흔들 하면 사람도 흔들린다

아! 오늘은 겨울 어느날! 나는 버스를 타고 가는 중이다.

버스를 타고 다니면 그 날 참 기분이 좋다. 세상 사는 맛이 난다. 그냥!